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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탐방한 초등학생들, 동화책까지 펴내다니

충북 옥천 군서초 학생들, 동화책 <서화이야기 속으로> 출간... 창작 뮤지컬 제작 계획도

등록|2024.08.26 11:33 수정|2024.08.26 11:32

▲ 군서초등학교 전교생 23명 학생들이 직접 쓴 마을탐방 ‘서화이야기 속으로’ 책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옥천신문


충북 옥천 군서면 마을의 역사가 군서초등학교(교장 김욱현) 학생들의 손을 거쳐 동화책으로 출간됐다.

마을교육과정의 일환으로 마을 곳곳에 역사와 문화가 담긴 지역을 만난 학생들의 경험이 <서화이야기 속으로>라는 동화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마을을 만나는 시간이 곧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교사공동체의 공감대 속에서 추진됐다.

마을의 이야기를 스스로 발굴하고 기획해본 군서초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성취감이라는 교육적 효능감을 맛봤다. 군서초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마을을 주제로 한 뮤지컬 제작에도 나서는 등 마을과 문화·예술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엮어 군서초만의 특색을 갖춰나간다는 계획이다.

▲ ⓒ 옥천신문


직접 기획하고 고민해... 학생·교사 성취감이라는 교육적 효능감

군서초의 올해 중요 교육과정 중 하나는 마을의 이야기를 동화로 엮어보는 '서화이야기 속으로'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 수업의 의미는 단발성 수업으로 머무른 마을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는 '학생주도형' 마을교육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마을탐방'이다. 군서면의 인물과 장소 등 역사가 얽힌 곳들을 직접 탐방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마을교육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경험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비슷하게 지난해에는 금천리를 탐방하며 장령산을 주제로 마을굿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군서초 교사공동체는 학생들의 성취감과 추진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동화책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기적인 마을탐방을 이어온 군서초의 동화책 제작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함추름교육과정 운영주체인 지역문화활력소고래실(대표 이범석)과의 마을탐방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범석 대표와 라온사회적협동조합 김혜영 이사장이 마을교사로 나섰고 고래실이 전반적인 동화책의 디자인 등 제작에 주축 역할을 맡았다.

글과 그림 등 전반인 스토리텔링 구성 등에 대한 교육에는 예인기획 김윤 대표가 함께 참여했고 이외에도 다양한 지역의 인적자원들이 학생들의 마을동화책 제작 과정에 힘을 보탰다. 이렇듯 군서초를 중심으로 모인 지역공동체의 활약으로 지난 6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동화책 <서화이야기 속으로>가 출간됐다.

동화책은 ▲독립운동가 김순구 선생이야기 ▲효자 김영복 이야기 ▲효녀 옥금이야기 ▲효자 김 건 이야기 ▲백제 성왕과 월전리 구진벼루 이야기 등 5개 챕터로 구성됐다. 군서초 23명 전교생은 이번 활동을 통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이 드러났다.

"김순구 선생님이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것을 처음으로 배웠는데 우리가 배운 것들이 동화책에 담겨 너무 기쁘다. 우리마을이 이렇게 대단한 마을이라는 것을 알았다." - 이서준(4학년) 학생

"구진벼루라는 곳을 처음 가봤는데 백제 왕이 우리지역에서 돌아가셨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우리가 공부한 게 여기 다 있는데 이걸 본 친구들이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 권대원(4학년) 학생

"동화책에 내 이름이 담겨서 너무 행복하다.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우리학교를 사랑하게 됐다." - 최창국(4학년) 학생

학생들 만큼이나 이번 프로젝트는 군서초 교사공동체에게도 많은 의미와 과제를 남겼다. 마을을 주제로 매년 어떻게 다른 수업을 구상해야할지, 어떤 교육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을지 등을 더 고민해볼 수 있게된 것.

양윤정 군서초 연구부장은 "매년 지역연계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년 마을을 주제로 어떻게 다르게 수업을 구상할지 고민하다가 군서초가 개교 100주년을 맞아 100년사를 발간했는데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며 "학생들도 마을의 역사를 담아낸 기록물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봤고 지역의 이야기를 직접 담아냄으로써 학교와 지역에 애정을 갖길 바랐다. (학생들이)지역의 중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냈다는 성취감을 느낀 것 같다. 교사들 역시 어떻게 마을교육을 해나가야 할 지 감을 더 익힌 것 같다"고 말했다.

▲ ⓒ 옥천신문


동화책에 이어 마을 주제로 학생들 직접 작사·작곡한 뮤지컬 제작 추진 계획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에게도 큰 의미를 남겼다. 학교가 지역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 각기 다른 주체가 어떻게 공통된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는지 등 교육공동체의 유기적인 결합을 이뤘다는 점에서다.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 이범석 대표는 "함추름교육 일환으로 군서초 학생들과 마을탐방을 맡아달라는 학교의 요구가 있었다. 고래실도 학교와 다양한 만남을 위해 마을탐방을 진행했는데 학교에서는 일회성 교육에서 나아가 그간의 배움을 기록물로 남겨보자는 의견을 주셨고 고래실도 여기에 함께하게 됐다"며 "학교가 전체적인 방향성을 잘 잡은 것 같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이 함께 한 결과물이라 고래실 역시 의미가 큰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군서초를 찾아 그림수업을 진행했던 예인기획 김윤 대표도 "학생들이 마을의 역사를 배우다 어려운 단어를 접하면 그림 그리기를 어려워했는데 마을의 지명, 역사, 물건 등을 자세히 학습하다 보니 실력들이 금세 늘었다"며 "단순히 그림을 배우는 게 아니라 마을의 역사를 배우고 그걸 그려내는 과정에 함께할 수 있어서 저에게도 의미가 큰 시간이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군서면에 있어서도 이번 프로젝트가 지역은 작은학교를 살려낼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지난해까지 학생들의 마을탐방 등 마을강사로 적극 나섰던 군서면주민자치회 이원형 전 회장은 "당시 100년사 발간을 추진하던 시기였다. 군서초 학생들에게도 학교의 역사와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학생들과 함께 구진벼루, 김순구 선생의 활동지 등을 함께 다녔다"면서 "학교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우리마을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었고 마을이 학교를 키운다는 자부심도 느껴지기도 했다. 작은학교 살리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마을탐방 교육을 진행했던 라온사회적협동조합 김혜영 이사장도 "이번 활동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체험 위주의 마을교육을 넘어 출판물이라는 결과물을 목표로 했다는 것이고 학생들이 우리 마을엔 어떤 인물이 있는지, 어떤 명소가 있는지 등을 알게 됐다는 점"이라면서 "이러한 만남을 통해 학생들은 학교와 지역에 더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을 것 같다. 또한 지역이 학교에 더 관심을 가지게될 중요한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과 문화·예술접목한 특색교육 중심지 목표"

군서초는 이같은 마을교육의 경험을 살려 마을과 문화 예술을 엮어낸 교육과정을 구성할 계획이다. 마을과 관련된 주제들을 교과와 녹여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충북교육청으로부터 농산촌특색학교에 지정 돼 올해부터 5년간 약 5000만~8000만 원 상당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군서초는 5개년 특색교육 계획으로 마을과 문화·예술에 방향성을 잡았다. 올해 마을동화책을 시작으로 이 안에 담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작사·작곡을 진행한 마을뮤지컬 제작까지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군서초 김욱현 교장은 "군서초는 오랜기간 수업마다 마을을 주제로한 프로그램을 접목시켰고,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들과 연계하려 했다. 학생들만큼이나 교사들 역시 다양한 수업프로그램 개발 역량을 키웠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은학교가 살아남기 위해선 학교만의 특색이 있어야 한다. 마을과 문화예술이라는 주제를 잡아 동화책이라는 결과물을 얻었고, 이걸 배경으로 한 뮤지컬 제작까지 진행해 군서초가 마을교육과 문화·예술학교의 중심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아보려 한다. 이것이 작은학교살리기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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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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