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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 유의미하게 줄인 기후정책 1500여개 중 63개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등 국제연구팀 과학저널 <사이언스> 발표

등록|2024.08.26 15:27 수정|2024.08.26 15:28

▲ 1500여 개 기후정책 중 유의미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정책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 marcinjozwiak on Unsplash


전 세계 각지에서 시행된 1500여 개 기후정책 중 유의미한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정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기후정책 상당수가 각국 정부로부터 채택되지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관련 연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ML) 기반의 딥테크 기술이 사용됐습니다.

연구팀은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이듬해인 1998년부터 2022년까지 41개국에서 시행된 기후정책을 살펴봤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자료가 활용됐습니다. 2022년 8월 발효된 정책들은 모두 제외됐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기후정책 영향을 받은 지역의 시간별 배출량 감소 양상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1500여 개 기후정책 중 단 63개만이 배출량을 6000만 톤에서 최대 1억 8000만 톤 감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IK "단일 기후정책만으로 유의미한 감축효과 힘들어"

주요국 정부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여러 정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나 정작 유의미한 감축효과를 일으킨 정책은 정치권 관심 밖에 밀려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입니다.

특히, 단일 정책이 시행되는 것보다 복수의 정책이 같은 시기에 시행됐을 때 더 큰 감축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예를 들어 석탄화력발전소나 내연기관차의 단계적 폐지 정책이 단독으로 시행될 경우 배출량 감소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세액공제나 보조금 같은 정책과 같이 작동할 시 배출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저자인 니콜라스 코흐 PIK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더 많은 정책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조금과 규제 같은 단일 정책만으로 실제 감축효과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코흐 박사는 "탄소세나 에너지세 같은 가격 기반 도구와 결합해야만 상당한 배출량 감소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합니다.

연구 주저자인 아니카 스테케메서 박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개별 정책의 감축효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면서도 "63가지 성공사례는 효과적인 기후정책 조합에 대한 체계적인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3개 성공사례 중 가장 효과적인 기후정책은?

▲ 41개국 기후정책 1500여 개 중 감축효과가 유의미한 것은 63건에 불과했다. 한국의 정책 사례도 포함됐다. ⓒ PIK


연구진은 전력·수송·건물·산업 등 4가지 경제 부문에서의 정책을 살펴봤습니다. 또 정책을 ①가격 책정 ②규제 ③보조금 ④정보 순으로 분류했습니다.

63개 성공사례 중 배출량 감축효과가 가장 큰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건물 부문 정책이었습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규제와 보조금 등 정책 3개가 결합한 덕에 배출량을 약 54% 가까이 줄였습니다.

미국의 경우 수송 부문에서 효과적인 기후정책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7년간(2005~2011년) 미국 교통 부문 배출량이 약 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연료 기준 규제를 상향했을뿐더러, 보조금과 혼합한 덕분이었습니다.

한국 사례 역시 소개됐습니다.

지난 7년간(2005~2011년) 수송 부문에서 배출량이 14.8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료세와 내연기관차 성능표준 향상 등 6개 정책이 결합한 덕분입니다.

산업 부문에서도 유의미한 기후정책이 확인됐습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산업 부문 배출량은 국내 정책 덕에 16.34% 가까이 줄었습니다. 전기모터 성능표준 향상과 보조금 지원이 결합한 덕분입니다.

효과적 기후정책? 부문별 모범사례 융합 필요

▲ 상단 A는 1998년부터 2022년 사이 국가별로 채택된 부문별 기후정책 수를 나타낸 그래프다. 아래 B는 각 부문별로 채택된 정책을 보여준다. ⓒ Science


이들 정책이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에서 배출량 감축효과가 유의미한 정책이 개발도상국에서 무조건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전력 부문이 대표적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전력 부문 내 가격 책정 강화 정책의 약 13%가 배출량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영국의 경우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지와 함께 재생에너지 설비 보조금 정책을 통해 유의미한 수준의 배출량 감소효과를 보였습니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성공적인 가격 정책 개입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도국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국가별로 선호하는 정책도 달랐습니다. 시장 기반 기후정책 중 보조금이 가장 인기 있는 반면, 탄소세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정책은 116건에 그쳤습니다. 이 중 88건이 선진국에서 발표됐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나라별 또 경제 부문별 사정에 맞춰 효과적인 정책을 융합해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전력 부문의 경우 가격 책정이 가장 효과가 큰 정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달리 건물과 수송 부문은 소비자에게 초점을 둔 보조금의 배출량 감축효과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성공정인 (기후)정책 조합은 부문마다 다르다"며 "정책 입안자는 정책을 설계할 때 단일화된 접근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부문별 모범사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후테크를 포함한 녹색기술이 제대로 감축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규제와 보조금이 융합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연구진은 "효과적인 정책을 식별하는 것은 정책입안자가 정부의 유의미한 개입을 이끌어나는 일에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a href="https://greenium.kr/"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greenium.kr/</a>)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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