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아래 에어컨 설치 노동자 사망이 남긴 질문
[주장] 기후위기, 경제적 약자들에 더 큰 피해
▲ 22일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 앞에서 고 양준혁 씨 유가족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유가족 및 시민사회단체
* 이 글은 NBC 드라마 <굿 플레이스>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한 중학교에서 27세 양준혁씨가 숨졌다. 낮 최고기온이 35℃에 육박하던 날씨. 에어컨 설치 중 열사병 증세가 나타났다. 회사 측은 그가 쓰러진 사진을 찍어 "아들의 상태가 이상하니 데려가라"며 부모에게 보냈다. 119 신고는 50분 뒤에 이뤄졌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죽였다. 기후는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하고, 그에 따라 노동환경은 더 나빠진다. 특히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이들이 직격탄을 입는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날씨. 그 날씨를 온몸으로 맞으며 일해야 하는 이들의 고통은 더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산재는 총 152명이다. 그중 23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7월 30일에도 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기후위기는 노동자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이다. 우리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관련 기사: 올여름 폭염으로 11명 사망… 정부는 무엇을 했나 https://omn.kr/29nrx ).
기후위기는 또 경제적 약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 폭우는 반지하에 가장 위험하다. 경제적 약자들은 취약한 노동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노동 현장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한 이들이 어떤 경제적 사정을 가졌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환경에서는 일하지 말아야지'라는 선택권이 없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선택권이 있는 이들과 없는 이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갈라진다. 우리는 '힘들면 쉬라, 아프면 쉬라, 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는 말을 쉽게 하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관련 기사 : "폭염 현장 실태조사 해보니 정부 권고 현실 안 맞아" https://omn.kr/29waz ).
세상에 그런 노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공산주의식 결과적 평등을 이루자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차가워도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외침 정도는 들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득을 사회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윤리적인 삶 불가능한 현대 사회, 오늘보다는 내일 덜 죽길
▲ 지난 8월 7일 전북 군산의 한 거리에 타는 듯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 차원
NBC 드라마 <굿 플레이스>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동안 살면서 했던 착한 일과 나쁜 일을 수치화해 전자는 '굿 플레이스'로, 후자는 '배드 플레이스'로 보낸다. 그런데 최근 500년 동안에는 모든 사람이 다 '배드 플레이스'로 가는 거다. 마지막으로 '굿 플레이스'에 사람이 간 건 521년 전.
해킹을 의심했지만, 프로그램에 이상은 없었다. 알고 봤더니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기준으로 현대인들은 모두 나쁜 사람들이었던 거다. 마트에서 초콜렛 하나를 사 먹었을 뿐인데, 저개발 국가 아동 착취의 공범이 돼버렸다. 우리가 쓰는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콜탄이 필수적인데, 이걸 채굴하기 위해 아동들이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옷을 안 입고 고기를 안 먹고 비행기를 안 타고 핸드폰을 안 쓸 수 있을까. 우리에게 윤리적인 삶은 가능할까.
<굿 플레이스>의 주인공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발전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거다. 죽은 뒤, 주인공들이 만든 가상의 세상에서 지상에서의 삶보다 나은 삶을 산다면 '굿 플레이스'로 갈 수 있다. 옷을 덜 사자. 고기를 덜 먹자. 비행기를 덜 타고 휴대전화는 오래 쓰자. 이건 개인 차원의 실천이고, 사회적으로는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대응해나가야 한다. 의회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살인자"라고 외치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그렇게 어제보다 오늘 한 명이라도 덜 죽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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