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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3관왕 김우진이 밝힌 '수면쿵야' 비결

[인터뷰] 김우진 선수가 써내려간 한국양궁의 역사, 아직 멈추지 않는 활시위

등록|2024.08.30 15:21 수정|2024.08.30 15:21
김우진 선수는 "어느 날 벼락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 활시위를 당겼던 10살 소년은 32살 청년이 돼서도 여전히 사로에 서 있다. 22년이라는 시간은 "과도한 긴장이 개선점"이라던 김우진 선수를 '수면 쿵야(자면서 활을 쏜다는 의미를 담아 붙여진 별명), 강심장으로 만들었다. <옥천신문>은 파리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세계 최정상에 오른 김우진 선수를 만나 인내와 환희의 순간들을 되짚었다.

김우진 선수가 가장 긴장했던 경기는...

▲ 김우진 선수 ⓒ 옥천신문


-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3연속 남자 단체전 금메달, 3관왕을 하면서 역대 최다 올림픽 금메달 보유 선수가 됐다.

"오히려 세 번째 올림픽을 맞이하면서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2 도쿄올림픽) 두 번의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개인전에서는 아쉽게 메달을 얻지 못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을 내서 매우 기쁘고 그동안 고생했던 것을 되돌아 봤을 때 조금 더 뜻깊다."

- 이번 올림픽은 주장으로 출전했다. 동료 선수들에게 특별히 해준 이야기가 있다면?

"결과는 어차피 끝나야 나온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과정이기 때문에 과정에 충실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재 충실하면 결국 결과는 나온다."

- 16강부터 막강한 상대들과 겨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모든 선수가 힘든 상대였다. 쉽게 끝난 경기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이우석 선수와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같은 나라 선수끼리 4강전에서 붙게 됐는데 한 명은 결승에, 한 명은 3·4위전을 치러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심리적 부담이 됐다. 이우석 선수를 이기고 결승에 가게 됐는데 덜 미안하려면 그래도 금메달을 따야 해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 7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김우진이 마지막 한 발을 쏘고 있다. ⓒ 연합뉴스


- 남자 단체전, 혼성전, 개인전 출전한 모든 분야에서 금메달을 걸었다. 가장 긴장됐던 경기는 무엇인가.

"가장 떨렸던 경기는 남자 단체전이었다. 한국팀의 중요한 목표가 남자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결승전에서 개최국인 프랑스와 붙게 돼 응원전도 굉장히 뜨거웠다. 개최국에 밀리지 않도록 뜨겁게 응원을 해주셨다. 남자 단체전에서 물꼬를 잘 트면서 (단체전 이후에 열린 혼성전·개인전까지) 흐름이 잘 이어졌던 것 같다."

- 이번 올림픽에서는 1세트를 내 주고 역전을 한 경기가 제법있다. 김우진 선수에게 '1세트'란?

"첫 세트를 가지고 와야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데 내주면서 힘든 경기가 있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고, 내 것만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집중할 수 있었다."

- 슛오프 끝에 승리한 경기도 많았다. 김우진 선수에게 '슛오프'란?

"마지막 승패가 단 한 발에 달려 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가장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 없이 쏘려고 하고 있다."

- '바람'이라는 변수는 어떻게 관리하는가.

"오랜 시간 활을 쏘다 보니 사물이나 물체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적응을 하거나, 활을 쏘면 어느 특정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이 인지가 돼 반대 방향으로 오조준해서 쏴야 한다."

- 중계방송 해설진으로 활약한 옛 동료들의 말도 화제다. 박성현 해설은 "김우진 선수는 한 발을 들고 쏴도 10점을 쏠 것 같다", 장혜진 해설은 김우진 선수를 두고 "로봇인가요"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중계방송을 보지는 못했지만 (동료애로) 아무래도 좋은 말씀을 해주신 것 같다."

▲ 8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우진이 임시현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우진 선수는 '슈팅 감각'이 좋은 선수로 평가받는데, 이때 말하는 슈팅 감각은 무엇을 말하는가.

"기교가 없는 것을 말한다. 제 자세는 기교가 없다. 서서, (활시위를) 늘려서, 자연스럽게 탕 떨어뜨린다."

- 넘버원, 승리의 브이, 3관왕 세레머니까지 보여줬다. 누구 아이디어인가

"임시현 선수, 이우석 선수 아이디어였다."

- 세계 랭킹 1위가 김우진 선수가 아닌 것에 오히려 놀라기도 했다.

"랭킹에 필요한 점수를 주는 대회가 있는데 한국팀은 실내 대회는 출전하지 않아서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아무래도 랭킹에 조금 밀리는 경우가 있다. 외국 선수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많기도 하다."

'노력형' 김우진의 하루

- 하루 일과는?

"대표팀과 실업팀이 조금 다른데 보통은 오전 8시 30분에 훈련장에 나와서 낮 12시까지 훈련하고 1시 30분에 다시 훈련장으로 와서 오후 6시까지 정상 훈련을 마친다. 야간 운동이 있는 날에는 7시 30분부터 1시간 정도 더 훈련을 진행한다. 야간 운동이 없으면 선수별로 자율적으로 훈련을 한다. 하루에 300~400발 활을 쏘는데 많을 때는 500발도 된다. 몸에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근력 운동도 한다. 팔 같은 경우는 고무줄 끼워서 당기는 것도 하고 런닝도 한다. 흔히 말하는 코어 운동을 하고 있다."

- 매일 300~400발 활을 쏘는 것이 지겨울 때가 있지는 않나

"괜찮다. 직업이 있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활을 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양궁이라는 운동은 어느날 벼락처럼 갑자기 활이 잘 맞는 운동이 아니다.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신념을 가지고 계속해서 똑같은 일을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날 벼락처럼 활이 잘 맞아서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없는 운동이다."

- 활 시위를 당기는 오른손은 굳은살 투성이일 것 같다

"(양궁인 중에서) 굳은살이 많은 편이 아니다. 흔히 말해서 손에 힘이 많이 안 들어가는 자세가 좋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이 자세를 갖게 됐는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저를 지도해주셨던 코치님들이 자세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주셨기 때문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훈련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지도자 말에 귀 기울이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대중은 김우진 선수를 천재형으로 아는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노력형인 것 같다

"이만큼 활을 쏘는 것 자체가 재능이 있다고 봐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를 평가하면 저는 노력형에 가깝다."

▲ 8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우진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전세계 눈이 집중된 올림픽 무대, 그것도 결승전에도 심박수가 100을 넘지 않으면서 이미 도쿄 올림픽부터 '수면 쿵야'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면 쿵야'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 같다. 중학생 유망주 김우진은 당시 <옥천신문>과 인터뷰에서 "과도한 긴장"을 고칠 점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무수히 많은 시합을 겪으면서 적응이 됐다. 또 양궁협회 차원에서 스포츠 심리 관련한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다. 스포츠과학연구원에 김영숙 박사님이 계신데 극한의 긴장된 상황 속에서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고, 김주환 교수님의 뇌과학 강의를 세 번 정도 받았는데 전전두피질 활성화 편도체 안정화 이런 부분을 알게 되면서 안정을 찾는 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 일상에서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스트레스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솔직히 없는 것 같다. 저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삭히다가 터질 때가 있는데 그때 조금 날카로워 지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다.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잠시 바람을 쐬러 다녀오거나 캠핑을 다니기도 한다. 힙합을 좋아하지만 공연을 보러다닐 시간적 여유는 없다."

끝난 건 파리 올림픽뿐... 김우진의 양궁은 계속된다

- 김우진 선수하면 어록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전 우승 후 "오늘 딴 메달도 이제는 과거다.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겠다", "메달에 젖었는데요, 해 뜨면 다시 마릅니다"는 말을 했는데 이것은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봐도 되나.

"올림픽 후에 많은 분들이 은퇴를 물어보는데 아직 나이가 은퇴를 생각할 만큼 많지 않다. 저는 계속해서 훈련을 할 것이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다음 LA올림픽 까지도 생각하고 있고 여력이 된다면 그 다음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 올해 남은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9월 2일 회장기 대학·실업 양궁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다음에 전국 남녀 양궁 종합선수권대회가 있고 바로 뒤에 붙어서 2025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해야 한다. (10월로 넘어가면) 전국체전이 있고, 양궁 월드컵 파이널에 출전해서 멕시코를 다녀와야 한다. 국가대표 2차 평가전까지 하고 나면 올해 일정이 끝난다. 두 달 사이에 경기가 몰려 있어서 올림픽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훈련을 하면서 시합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 양궁의 대중화, 가능하다고 보나.

"생활체육으로 양궁은 본인 한계를 스스로 극복해 가면서 발전된 모습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어린 친구들 같은 경우는 차분함을 배울 수 있다. 양궁이라는 운동은 살상성이 있다 보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양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많은 분들이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저 또한 이원초등학교에 양궁부가 있었기 때문에 양궁을 접할 수 있었다. 이원초는 전교생이 30명 안팎이고 올해 입학생이 3명이라고 하더라. 양궁부 모집 자체가 어려운데 (이원초 학생뿐만 아니라) 옥천군 차원에서 양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고향 옥천의 따뜻한 환대

▲ 8월 4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한국 김우진(왼쪽)과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 올림픽 직후 고향 옥천을 찾아 잔치를 열었다.

"올림픽 끝나고 옥천 집을 방문했는데 고속도로 입구 빠져나오는 길목에서부터 진짜 셀 수 없이 많은 현수막을 보면서 많은 군민들의 성원과 응원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군민들의 많은 응원이 있었기에 제가 올림픽 3회 출전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파리올림픽에서 3관왕을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 붕어빵 아들도 화제다. 아버지가 유명한 선수인 것을 아는가.

"25개월 됐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TV에 나온 저를 아빠라고 알아는 본다. 아내와 아들은 올림픽 경기를 한국에서 봤다. 경기 끝나고 가장 먼저 통화를 했다. 시차가 있어서 부모님은 주무실 시간이라 아내와 먼저 했다."

- 아들에게 양궁선수를 권할 생각이 있나.

"절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스트레스 받고 상당히 힘든 상황을 돌파해 가면서 이 자리에 섰는데 압박감을 계속해서 받으면서 살아가는 삶 자체를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 양궁을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교 3학년 김우진에게 지금의 김우진 선수가 한 마디 한다면?

"'먼 미래의 모습은 진짜 빛나는 모습이니까 그것을 믿고 네가 생각한 대로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 ⓒ 옥천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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