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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리 양식도 못하는데 연어를?" 보은군에서 벌어지는 일

해수부, 200억 투입 연어류 양식산업화 사업자로 충북 보은군 선정... 공모 전부터 돌았던 '연어 사업' 소문들

등록|2024.08.27 16:21 수정|2024.09.05 17:37

▲ 연어양식산업화센터 조감도(출처=보은군) ⓒ 충북인뉴스


[기사 수정 : 5일 오후 5시 38분]

충청북도 내륙에 있는 보은군에 연어 양식장과 가공 공장이 생길 계획이다. 지난 12일 해양수산부는 '연어류 및 스틸헤드 등 양식산업화' 사업대상자로 보은군(군수 최재형, 국민의힘)을 선정했다.

그런데 사업대상자가 발표되기 전부터 보은군에는 '연어 양식장' 이야기가 떠돈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연어 양식'을 제안한 사람이 관련 예산을 요구해온 현역 국회의원의 전직 후원회장이었다는 점, 정부 공모 사업 대상자의 설립 시기가 공모 3개월 전이라는 점 등 의구심을 자아내는 정황이 포착됐다.

국비 공모사업인데 경쟁률은 1대 1, 보은군 단독 응모

▲ 지난 2월 22일 해양수산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사업대상자 모집 공고문 ⓒ 충북인뉴스


먼저 '연어류 및 스텔헤드 등 양식산업화' 사업은 국비 약 60억 원, 도비 약 20억 원, 군비 약 40억 원, 자부담 약 60억 원 등 총 200억 원가량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연어 및 스틸헤드(송어의 일종) 양식장과 가공 공장을 조성하게 된다.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한 공모사업이다. 올해 2월 22일 1차 공고를 거쳤고, 4월 4일 2차 공모를 통해 보은군이 최존 선정됐다. 국비 공모사업은 지자체간 치열한 경쟁을 거치게 마련이지만 이 사업은 예외인 모양새였다. 공모에 응한 지자체는 단 한 곳, 보은군뿐이었다.

이 사업이 2차 공모까지 진행된 이유도 1차 공모 당시 보은군만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해수부가 사업자로 지자체를 선정하는 형식이지만, 실제 사업수행자는 보은군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다.

국비와 지방비 120억 원 량을 투여해 설치하는 양식장과 가공 공장의 소유권도 민간기업에 있다. 민간기업으로서는 80억 원을 자부담하면 200억 원가량의 첨단 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소위 '황금알'을 움켜쥐는 셈이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싶다고 해도 다 공모에 참가할 수는 없다. 신청 자격이 민간기업이 아니라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경우 국비(30%)와 지방비(30%)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재정이 열악한 보은군의 경우, 40억 원가량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공모에 참여했다.

공모 시작 전에 '연어 소문'이 돌았다

보은군민들 사이에선 지난해 이미 '출향 인사 A씨가 연어 양식장을 만든다'는 얘기가 퍼졌다. 보은읍 내 모처에 사무실까지 마련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소문에 대해 사람들은 뜬금없다고 했다. 보은군민 B씨는 "미꾸리 양식도 제대로 못하는 곳이 보은인데 뜬금없이 바다에서 자라는 연어 양식장을 만든다고 하니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라고 회고했다.

사람들은 뜬금없는 이야기로 치부했지만 소문은 사실이었고, A씨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보은군청 관계자는 "연어 양식사업을 제안한 사람은 A씨였다"면서 "지난해 초 군청에 찾아와 연어 양식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연어 사업' 제안한 A씨는 누구? 박덕흠 의원의 전 후원회장

▲ 박덕흠 국회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A씨(사진 오른쪽). ⓒ 케이라이프티브이 갈무리


<충북인뉴스> 취재 결과, A씨는 보은군을 지역구로 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4선)의 후원회장을 오랜 기간 역임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재경보은군민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A씨는 지난 총선에서도 적극적으로 박덕흠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인터넷언론 <케이-라이프티브이(K-LifeTV)>가 촬영한 영상에는 A씨가 박 의원의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지원 유세를 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 언론은 23일 '연어 양식 및 가공공장 거래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출향인사들의 제보에 따르면 A씨는 이미 지난해부터 박덕흠 의원이 4선 국회의원이 되면 사업을 할 것이라고 당사자가 말하고 다녔다"라고 보도했다.

국회에서 '연어 예산' 요구한 박덕흠

박덕흠 의원도 해수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나 상임위 회의에서 연어 양식 사업 예산을 배정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2022년 10월 6일 박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아래 농해수위) 회의에서 조승환 당시 해수부장관에게 "해수부 사업과 예산을 살펴보면 바다가 없는 충북의 경우 해수부 전체 예산의 0.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수면 어업의 부가가치가 높은 연어, 뱀장어 등을 중심으로 양식 시스템이 발달한다"며 "확실하게 예산을 챙겨주세요"라고 요구했다.

2023년 11월 8일 농해수위 회의에서도 박 의원은 박성훈 해수부차관에게 "내수면 조성사업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예산 배정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에 이것 꼭 좀 챙겨주세요"라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9일 해수부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도 박 의원은 강도형 후보자에게 "내수면 어업이 부가가치가 높다. 연어, 뱀장어 중심으로 양식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지금 세계적으로 연평균 6%씩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연어를 입에 올렸다.

그는 인사청문회 중 강도형 후보자에게 충북지역 내수면 사업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국회에서 해수부를 상대로 연어와 뱀장어 등 충북지역 내수면 사업 예산 증액을 요구했던 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선 아예 공약(연어 양식장 보은군 유치)을 내걸었다.

민간사업자 선정 C사 설립 시기 보니... 공모 3개월 전

보은군은 해수부 공모에 참여하면서 연어 스마트 양식산업화센터 사업자로 관내에 주소지를 둔 C사를 선정했다. C사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설립일은 2023년 11월 7일로 해수부 공모 3개월 전 설립됐다.

C사 대표는 경기도 고양시에 주소지를 둔 D씨가 맡았고, 7명의 사내이사와 2명의 감사를 뒀다. 자본금은 1억 원이고 목적사업에 '연어류(킹연어, 스틸헤드) 양식업', '연어류의 유통, 가공, 판매업' 등 50가지가 넘는 사업분야를 적시했다. 무역관광업과 인력파견업까지 명시해놨다.

C사 사내이사 중 일부는 현재 수산물유통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어류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파악되지 않았다. 유통업자 출신인 A씨는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주유소를 운영하는 매제 E씨가 임원으로 등재됐다.

A씨 "연어 양식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출향인들 나선 것 돕는 입장"

A씨는 <충북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C사가 사업자로 확정된 것은 맞지만 몇 가지 체크해야 할 사안이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부지가) 문화재 관리지역이라 (인허가 등) 그 부분도 알아봐야 되고, 지하수가 충분한지 체크해야 된다"며 "(사업진행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양식에 대한 기술력 문제에 대해서는 "안동에 있는 OO수산과 대화가 됐고, 충북도 내수면연구소 하고도 협약이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사 임원명단에) 저의 이름이 안 들어 있다"며 "출향인들이 뭉쳐서 고향발전을 위해서 나선 것이다. 나는 도와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자부담금 80억 원 조달방안에 대해서는 "해수부에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했다"면서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충북인뉴스>는 이 사업과 관련해 박덕흠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박 의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락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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