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의리축구라고? '홍명보호'의 고민을 정말 모르는가
[주장] 안정적 변화 택한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 선수명단... 이젠 미래 준비해야
2014년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호 1기'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단연 '의리축구(인맥축구)'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직접 지도했던 올림픽 대표팀 출신이나 유럽파 선수들을 유독 중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임 당시에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력이 좋은 선수를 선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월드컵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말바꾸기 논란도 있었다. 선수의 경기력이나 컨디션과는 무관하게 그저 '자신이 아는 선수들'만 편애한다는, 불공정한 선발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결과적으로 홍명보호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초라하게 탈락했다. 최근 20년간 한국축구가 치른 6번의 월드컵 중 최저승점이자 유일하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재임기간 동안 평가전을 포함한 A매치 전체 승률 역시 26.3%(5승4무 10패)로, 1년 이상 재임한 역대 대표팀 전임 감독 중 단연 최악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게 되면서 당시의 실패 또한 재소환될 수밖에 없었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29일 대표팀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시의 의리축구에 대해 "10년 전엔 실패했다. 아는 선수들만 뽑는다는 지적도 맞는 말"이라며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엔 10년 전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K리그 감독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대표팀에 뽑을 만한 선수 리스트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게 과거와 큰 차이다. 경기력에 따라 합리적이고 유연성있게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팬들은 반신반의하면서 그의 행보를 주시했다.
"무난한 선발" - "또 의리축구?"
지난 26일, 마침내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 나설 '홍명보호 2기'의 첫 번째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대체로 팬들 사이에선 '일단은 무난한 선발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손흥민의 주장 재신임을 비롯해 검증된 유럽파와 기존 주전급 선수들이 신임 감독 체제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키운 가운데, 2006년생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양민혁을 필두로 황문기, 최우진, 이한범 등 처음 태극마크를 단 '새 얼굴'들도 일부 수혈되며 신구조화를 시도한 것이 돋보인다. 특히 주목받았던 K리거 선발의 경우, 최근 경기력이 좋았고 일찌감치 뽑힐 것이라고 예상되던 선수들이 큰 이변 없이 대부분 발탁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아쉽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 홍명보 감독이 울산 HD 시절에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과거 '의리축구'의 기시감 느꼈다는 것.
실제로 이번 대표팀 선발 명단을 보면 홍명 감독과 인연이 있는 '울산 라인' 선수만 무려 10명에 이른다. 조현우, 김영권, 이명재, 정우영, 주민규는 모두 현역 울산 선수들이고, 설영우, 정승현, 박용우, 이동경, 오세훈은 현재는 팀이 바뀌었지만 과거 울산에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박용우와 정승현은 전임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끌었던 지난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고 이후 대표팀에서 멀어지는 듯 했으나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귀환했다. 김영권 역시 이번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경기력이 썩 좋지 않지만 대표팀에 뽑혔다. 김영권은 홍 감독과는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줄곧 함께했던 의리축구 '원조' 멤버이기도 하다.
이밖에 K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던 이승우같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걸 지적하는 여론도 있었다.
핵심 과제는 '세대교체'
그러나 울산 라인 중 조현우, 주민규, 설영우, 정우영 등은 어차피 홍 감독이 사령탑이 아니었다고 해도 당연히 발탁됐을 현 대표팀 주축 멤버들이다. 이동경 역시 김천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시즌 초반 울산에서 절정의 폼을 보여줬기에 대표팀에서 다시 활용해볼 만했다. 박용우와 오세훈은 현재 대표팀이 전문 홀딩 미드필더와 정통 스트라이커 자원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영권은 분명 최근 폼은 좋지않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만 3회 연속 출전한 베테랑 수비수다. 홍 감독만이 아니라 슈틸리케, 신태용, 벤투, 클린스만 등 다른 역대 대표팀 감독들도 모두 주전으로 중용했을 만큼 검증된 선수다. 김민재의 폼이 최근 좋지않은 상황에서, 홍 감독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수비진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김영권을 낙점했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선택은 아니다.
그는 각종 논란 속에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상황이다. 최대한 빠른 승리로 여론을 반전시키는 것이 시급한 가운데 굳이 첫 선발부터 무리한 실험보다는, 자신이 가장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변화를 모색하려고 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핵심 과제는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다. 현 대표팀의 진짜 고민은 핵심 선수들 다수가 30대를 훌쩍 넘겼다는 것이다. 주장인 손흥민이 벌써 32세가 된 것을 비롯해 주전 스트라이커 주민규와 센터백 김영권이 34세, 수비형 미드필더인 '큰' 정우영이 35세다. 대표팀의 최대 강점인 2선자원은 이강인, 황희찬, 이동경, 양민혁 등 자원이 풍부하고 신구조화가 잘 되어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와 좌우풀백, 원톱 스트라이커는 세대교체가 가장 시급한 자리로 꼽힌다.
홍 감독은 당장 3차예선에서 대표팀을 북중미월드컵 본선진출로 이끄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발탁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래야 여전히 그를 따라붙는 의리축구에 대한 꼬리표와 불신의 선입견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홍명보호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초라하게 탈락했다. 최근 20년간 한국축구가 치른 6번의 월드컵 중 최저승점이자 유일하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재임기간 동안 평가전을 포함한 A매치 전체 승률 역시 26.3%(5승4무 10패)로, 1년 이상 재임한 역대 대표팀 전임 감독 중 단연 최악이었다.
그는 이번엔 10년 전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K리그 감독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대표팀에 뽑을 만한 선수 리스트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게 과거와 큰 차이다. 경기력에 따라 합리적이고 유연성있게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팬들은 반신반의하면서 그의 행보를 주시했다.
"무난한 선발" - "또 의리축구?"
▲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국가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 마침내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 나설 '홍명보호 2기'의 첫 번째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대체로 팬들 사이에선 '일단은 무난한 선발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손흥민의 주장 재신임을 비롯해 검증된 유럽파와 기존 주전급 선수들이 신임 감독 체제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키운 가운데, 2006년생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양민혁을 필두로 황문기, 최우진, 이한범 등 처음 태극마크를 단 '새 얼굴'들도 일부 수혈되며 신구조화를 시도한 것이 돋보인다. 특히 주목받았던 K리거 선발의 경우, 최근 경기력이 좋았고 일찌감치 뽑힐 것이라고 예상되던 선수들이 큰 이변 없이 대부분 발탁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아쉽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 홍명보 감독이 울산 HD 시절에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과거 '의리축구'의 기시감 느꼈다는 것.
실제로 이번 대표팀 선발 명단을 보면 홍명 감독과 인연이 있는 '울산 라인' 선수만 무려 10명에 이른다. 조현우, 김영권, 이명재, 정우영, 주민규는 모두 현역 울산 선수들이고, 설영우, 정승현, 박용우, 이동경, 오세훈은 현재는 팀이 바뀌었지만 과거 울산에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박용우와 정승현은 전임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끌었던 지난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고 이후 대표팀에서 멀어지는 듯 했으나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귀환했다. 김영권 역시 이번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경기력이 썩 좋지 않지만 대표팀에 뽑혔다. 김영권은 홍 감독과는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줄곧 함께했던 의리축구 '원조' 멤버이기도 하다.
이밖에 K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던 이승우같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걸 지적하는 여론도 있었다.
핵심 과제는 '세대교체'
그러나 울산 라인 중 조현우, 주민규, 설영우, 정우영 등은 어차피 홍 감독이 사령탑이 아니었다고 해도 당연히 발탁됐을 현 대표팀 주축 멤버들이다. 이동경 역시 김천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시즌 초반 울산에서 절정의 폼을 보여줬기에 대표팀에서 다시 활용해볼 만했다. 박용우와 오세훈은 현재 대표팀이 전문 홀딩 미드필더와 정통 스트라이커 자원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영권은 분명 최근 폼은 좋지않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만 3회 연속 출전한 베테랑 수비수다. 홍 감독만이 아니라 슈틸리케, 신태용, 벤투, 클린스만 등 다른 역대 대표팀 감독들도 모두 주전으로 중용했을 만큼 검증된 선수다. 김민재의 폼이 최근 좋지않은 상황에서, 홍 감독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수비진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김영권을 낙점했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선택은 아니다.
그는 각종 논란 속에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상황이다. 최대한 빠른 승리로 여론을 반전시키는 것이 시급한 가운데 굳이 첫 선발부터 무리한 실험보다는, 자신이 가장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변화를 모색하려고 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 양민혁2006년생 양민혁이 A대표팀에 최초 발탁됐다. 사진은 2023 FIFA U-17 월드컵 미국전 당시의 모습. ⓒ 대한축구협회
핵심 과제는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다. 현 대표팀의 진짜 고민은 핵심 선수들 다수가 30대를 훌쩍 넘겼다는 것이다. 주장인 손흥민이 벌써 32세가 된 것을 비롯해 주전 스트라이커 주민규와 센터백 김영권이 34세, 수비형 미드필더인 '큰' 정우영이 35세다. 대표팀의 최대 강점인 2선자원은 이강인, 황희찬, 이동경, 양민혁 등 자원이 풍부하고 신구조화가 잘 되어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와 좌우풀백, 원톱 스트라이커는 세대교체가 가장 시급한 자리로 꼽힌다.
홍 감독은 당장 3차예선에서 대표팀을 북중미월드컵 본선진출로 이끄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발탁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래야 여전히 그를 따라붙는 의리축구에 대한 꼬리표와 불신의 선입견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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