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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120억 지원 연어 양식 업체, 충북 보은군이 어떻게 정했나 보니

해수부 '연어 양식 사업' 정보 알렸지만, 사실상 특정 업체 확정한 모양새... 보은군 "절차상 문제 없다"

등록|2024.08.29 13:53 수정|2024.08.29 14:36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최측근 인사가 관련된 한 업체가 해양수산부가 공모한 200억 원대 '연어류 및 스틸헤드 양식산업화 사업'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충북인뉴스>는 국비, 도비, 군비 등 120억 원에 가까운 세금(총 사업비 약 200억 원 중 80억 원은 업체 자부담)이 투여될 해수부의 '연어 양식 사업'의 실태를 연속 보도한다.[기자말]

▲ 연어양식산업화센터 조감도(출처=보은군) ⓒ 충북인뉴스


충북 보은군(군수 최재형, 국민의힘)은 국비·지방비를 합해 120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원받는 연어 양식산업화 사업의 민간사업자를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했을까. <충북인뉴스>가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확보한 공문서를 살펴보면, 민간사업자는 사실상 ㈜OO씨푸드로 내정돼 있었다. 게다가 군의 심사는 서류심사로 대체됐는데, 사업 요약본에 연어 양식 사업과 관련한 역량을 갖췄는지 등의 정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은군은 '절차상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선정 과정 추적해보니

해수부는 지난 2월 22일 지자체를 상대로 '연어류 및 스틸헤드 등 양식산업화 사업' 공고를 했다. 접수 기간은 2월 23일부터 4월 2일까지. 해수부는 선정된 지자체가 민간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지자체가 사업대상자로 선정되기 이전이라도 '선정위원회'를 열어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게끔 해놨다. <충북인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보은군 내부 문서에 따르면, 선정위원회 위원은 올해 3월 22일 위촉됐다.

▲ 2024년 3월 12일 보은군은 산하 각 읍면사무소에 '연어류 등 양식산업화사업 신청 알림' 공문을 발송했다. 내용은 오는 3월 19일까지 120억원가량이 보조금을 지급되는 연어 양식 보조금 사업에 참가하고자 하는 신청자가 있을 경우 접수기간내에 접수할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는 내용이다. ⓒ 충북인뉴스


▲ 2024년 3월 13일 보은군 산외면이 관내 이장들을 상대로 보낸 공문. 관내 어업인을 상대로 3월 18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해 달라는 것을 홍보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 충북인뉴스


선정위원회 위촉보다 앞선 올해 3월 12일, 보은군은 관내 읍‧면에 '2024년 친환경양식어업육성사업 신청 알림'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엔 "'연어류 및 스틸헤드 양식산업화 센터 조성사업 공모계획'을 보내드리니 읍‧면에서는 신청자가 있을 시 접수기간내에 접수할 수 있도록 홍보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돼 있다. 접수기한은 공문 발송 일주일 뒤인 3월 19일로 못박았다.

이에 보은읍과 산외면, 장안면은 하루 뒤인 3월 13일, 관내 이장단에게 '2024년 친환경양식어업육성사업(연어류 등 양식산업화사업) 홍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내용은 이 사업을 어업인 등에게 홍보해달라는 것.

산외면의 경우, 지원 기한은 3월 18일까지로 총 닷새를 제시해놨는데, 보은군이 제시한 것보다 하루 더 줄었다.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만 하더라도, 응모 공문, 사업신청서, 사업계획서, PPT 등 발표자료, 기타 증빙자료 등 7가지였다.

박덕흠 측근 인사 관련 회사, 공모 전에 사업주체로 사실상 확정?

▲ 2024년 3월 6일 최재형 보은군수가 결재한 '연어류 양식산업화 사업계획서' 표지 ⓒ 충북인뉴스


▲ 2024년 3월 6일 최재형 보은군수가 결재한 '연어류 등 양식산업화 사업계획서' 본문 내용. 사업주체로 박덕흠 국회의원의 측근이 관련된 회사를 명시하고 있다. 보은군은 이 회사를 사업자로 선정해 놓고도, 3월 13일부터 19일까지 관내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했다. ⓒ 충북인뉴스


보은군이 민간사업자 공개모집을 시작한 날은 3월 13일. 하지만 이보다 일주일 앞선 3월 6일 보은군 산업경제국 축산과는 '연어류 및 스틸헤드 등 양식산업화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는 34쪽 분량으로 부군수를 거쳐, 최재형 보은군수가 최종 결재했다.

그런데 보은군은 이 문서에서 사업주체로 ㈜◯◯씨푸드를 명토박았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후원회장 출신인 A씨가 연관돼 있는 회사다.

▲ 보은군이 3월 21일 산하 부서에 발송한 공문. '연어류 등 양식산업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심의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박덕흠 의원 측근 인사가 관여된 회사의 사업부지에 대해 법리 검토를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작성일자가 3월 21일인데 3월 20일까지 회신해 달라는 황당한 내용이 담겼다. ⓒ 충북인뉴스


올해 3월 21일 보은군은 관내 각 부서에 '연어류 및 스틸헤드 등 양식사업화 사업추진 관련 사업부지 관련법 검토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엔 ㈜◯◯씨푸드가 제출한 사업부지 주소가 명시돼 있고, 관련법 검토 내용을 회신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공문 작성일이 3월 21일인데, 공문 작성일보다 하루 빠른 3월 20일까지 검토 내용을 회신해달라는 점이다.

보은군은 박 의원 후원회장 출신 인사가 관여된 회사를 민간사업자로 사실상 선정해 놓고도 형식적으로 마을 이장 및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자를 모집한 셈이 됐다. 게다가 ㈜◯◯씨푸드는 이미 2022년부터 박덕흠 의원실, 보은군과 함께 연어 양식 사업을 논의해왔던 업체였다. '사실상 내정'이 의구심이 강해지는 이유다.

'깜깜이 정보'로 진행된 선정위원회 회의

▲ 2024년 3월 22일 보은군이 작성한 '연어류 등 양식산업화 사업 대상자 선정심의 위원회 위촉(안)' 문서 표지 ⓒ 충북인뉴스


보은군이 3월 13일부터 18일까지 사업자를 공개모집했지만 결국 응모한 곳은 ㈜OO씨푸드 한 곳뿐이었다. 이 회사는 해수부 사업 공모 발표 3개월 전에 만들어진 회사였고, 자본금은 1억 원이었다.

3월 26일 보은군은 '연어류 및 스틸헤드 양식산업화 사업' 신청 서류를 해수부에 접수했다. 해당 신청서류는 총 54쪽으로 구성됐다. 신청서엔 사업에 참여할 민간사업자로 ㈜OO씨푸드가 명시됐다.

해수부 지침에 따르면 보은군은 선정위원회 회의를 통해 민간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충북인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보은군 내부문서에 따르면, 보은군은 신청 4일 전인 3월 22일 선정위원회 위원을 위촉했다. 위원회는 총 8명으로 구성됐는데 위원장은 부군수가 맡았고, 자치행정국장, 산업경제국장, 축산과장, 농업기술센터장 등 보은군 간부공무원 5명이 포함됐다.

보은군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는 "대면회의가 아니라 서류심사로 대체"됐다. 이 관계자는 "10쪽 정도의 사업 요약본을 위원들에게 제공했고, 민간사업자에 대한 별도의 설명자료는 제공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요약본에 기술된 사업자 정보는 법인명과 대표자 성명, 설립일과 출자금(1억 원), 임원진(대표 1명, 사내이사 7명, 감사 2명) 구성에 관한 내용이 전부였다.

사업자 부담금이 약 80억 원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연어 양식 기술력이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선정위원회가 민간사업자의 적격성을 제대로 심사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연어류 및 스틸헤드 양식산업화 사업'의 보은군 민간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해 보은군은 "절차상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기자와 통화한 보은군 관계자는 "사업 공모 내용을 이장에 사업을 알렸고, 어업인들에게도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알렸었다"면서 "사전에 ㈜OO씨푸드와 논의한 부분이 있었지만, 절차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미꾸리 양식도 못하는데 연어를?" 보은군에서 벌어지는 일 https://omn.kr/29ya3
해수부 '연어 양식사업' 공모 전에 업자·지자체와 논의한 여당 의원실 https://omn.kr/29z8b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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