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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작아진 부모님이 자식을 찾는다

등록|2024.08.28 18:48 수정|2024.08.28 18:48
토요일마다 친정에 간다. 머무는 시간이라야 오고 가는 시간까지 합쳐서 기껏 예닐곱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밥 먹고 설거지 하고 얘기 조금 나누면 막상 할 일도 없다. 얘기가 끊기는 사이 사이는 텔레비전 소리로 채워지고 상 물리고 돌아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것저것 먹으라고 자꾸 권하신다.

슬슬 집에 가서 할 일로 마음이 바빠진다. 이제 일어나자고 언니와 눈빛을 교환한다. 저녁도 먹고 가라고 하시면 밤길 운전이 어렵다 하고 일어난다. 아버지는 현관으로 나서는 우리에게 언제 또 올 거냐고 묻는다. 일주일 뒤에 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애처로이 확답을 받으려 하신다.

▲ 지붕 같고 울타리 같던 부모님이 작아지셨다. ⓒ mbennettphoto on Unsplash


엄마는 마당까지 나오셔서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한다. 그 눈빛을 뒤로 하고 집에 오는 마음이 아이를 두고 오는 마음처럼 쓰라리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출근 준비를 하는데 부재중 전화가 떴다. 이어서 아버지 전화가 온다. 쌀을 찧어 놨는데 혹여 쥐가 먹을까 걱정이라면서 주중에라도 와서 쌀을 갖고 가란다. 이번주에는 야간자율학습도 걸려 있고 제출해야 할 보고서 마무리도 있어서 어렵다고 전화를 끊었다.

자동차 타이어도 실밥이 보인다고 교체하라는데 우선 그것부터 해결해야 친정 나들이가 가능할 듯해서 여기저기 카센터를 수소문한다. 직장 일에 몰입이 되지 않고 자꾸만 콧잔등에 울음보가 숨겨 있는지 툭하면 눈물이 쏟아진다.

이십여 년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설 때와 닮았다. 그때도 아이 얼굴이 아른거려서 일하기가 어려웠다. 아이는 훌쩍 자라 내 손길을 뿌리치고, 지붕 같고 울타리 같던 부모님은 아이처럼 작아져서 엄마를 찾는 눈빛이 되고 말았다.

또 다시 눈물이 쏟아지려 한다. 어서 타이어부터 갈자. 그리고 오늘은 전화를 좀 더 길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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