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딥페이크' 성범죄 "확인된 피해자만 517명"
[현장] 전교조, 교사·학생 2500명 대상 실태 조사... "피해 알려준다고 추가 협박, 남성 피해도 확인"
▲ "불법합성물 시청·소지 처벌 규정 신설하라"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희영 위원장과 교사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2500여 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설문에 참가했다. 62%나 되는 교사와 학생들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에 대해 적절한 수사와 합당한 사법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유성호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텔레그램 성범죄 이후 딸을 키우는 양육자는 피해를, 아들을 키우는 양육자는 가해를 걱정한다. 피해자가 발생한 모 학교에서는 여학생만 따로 강당에 모아 '각별히 주의하라'고 하고, 남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고 한다. 범죄의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는 게 아닌데도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거대한 불의가 작동하고 있다." - 장병순 부산 기장초등학교 성교육 담당 교사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텔레그램 성범죄가 속출하는 가운데 "교사와 학생을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확인한 이가 517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전교조 “딥페이크 성범죄, 국가비상사태 준하는 대응 필요” ⓒ 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10여 명은 29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28일간 '학교 안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 조사' 결과 2492건(명)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517건이 직·간접 피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517건 가운데 직접 본인의 불법 합성물을 확인한 피해자는 29명(교사 16명, 학생 13명)으로, 각각 중학교(12명), 고등학교(10명), 초등학교(5명), 유치원(1명), 교육청 산하 기타 직속기관(1명)에 소속됐다.
주변 지인이나 가해자 협박을 통해 간접적으로 피해를 확인한 이는 488명(교사 188명, 학생 291명, 교직원 9명)으로, ▲ 고등학교(220명) ▲ 중학교(174명) ▲ 초등학교(85명) ▲ 유치원(6명) ▲기타(7명) ▲ 특수학교(2명) 순이었다.
전교조는 "가해자로부터 직접 협박을 당한 피해자들(교사 6명, 학생 8명)은 물론 SNS에서 '딥페이크 피해학교'로 알려진 경우 주로 여성 학교 구성원에게 '(허위로) 피해를 알려주겠다'고 접근해 신상·사진·금전 등을 요구하는 추가 협박도 확인됐다"고 했다.
남성의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도 확인됐다. 단체는 "남성 교사 1명과 남학생 6명 또한 불법 합성물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 신고건수(응답자 수) 2492건 가운데 피해자가 여성이라고 답한 이는 1740명(69.8%)으로, 남성 744명(29.9%)보다 2배 이상 많았다(기타는 8명).
그러나 피해자를 포함해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에 대한 수사와 사법 처리에 불신을 드러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본인이나 타인이 겪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에 대해 적절한 수사와 합당한 사법처리가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아니다'(38.4%)와 '아니다'(23.9%)라고 응답해 과반을 훌쩍 넘긴 62.3%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희영 위원장과 교사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2500여 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설문에 참가했다. 62%나 되는 교사와 학생들이 (딥페이크)성범죄 피해에 대해 적절한 수사와 합당한 사법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유성호
전교조는 "모든 피해 유형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은 불신을 갖고 있다"며 "성범죄에 대한 낮은 형량, 미흡한 수사, 성폭력·성착취를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별로 대응하는 정책 기조, 여성 대상 폭력예방 및 회복지원 예산 대폭 삭감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포 영상 삭제·충분한 행정 등을 지원하고, 딥페이크 대응 범국가적 기구 설치, 모든 해외 플랫폼이 국내 조사에 협조하는 규정 신설, 가해자에 대한 엄벌(형량 하한선 및 경찰 수사 시 소속 직장·학교 통보), 성평등교육법 제정"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딥페이크 사태는 교육부 성교육의 한계, '성평등교육법' 제정해야"
부산 기장초등학교 성평등 교사인 장병순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N번방 사건 이후 불법 촬영, 온라인 그루밍 등 매년 새로운 범죄 유형을 가르쳐 왔지만, 딥페이크는 개인의 셀카, 프로필, 졸업앨범 사진을 범죄에 악용했다"며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대응 방법을 알려주며 신고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지도하고 있으나 한편 회의적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장 위원장은 신고에 회의적인 이유에 대해 "'서버가 해외에 있다', '증거가 없어서 (입건이) 안 된다', '가해자 휴대폰 압수수색은 어렵고, 신종 범죄라 법이 없다'는 핑계 앞에서 피해자들이 좌절하는 것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라며 "디지털 성범죄 상황에서 우리 사회 공권력과 자원은 누구의 입장에 서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교육 현장에서 모든 폭력을 범죄의 무게로 중대하게 다루고 반대해야 한다. 장난이나 호기심 같은 말을 용인하지 않고 불평등과 폭력의 구조, 그 알고리즘을 끊도록 책임지는 교육을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이중적 성 규범을 내면화하는 교육부 표준안 식 성교육은 치명적 한계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성교육 체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때다. 젠더 권력과 불평등 구조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성평등 교육법 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희영 위원장과 교사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2500여 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설문에 참가했다. 62%나 되는 교사와 학생들이 (딥페이크)성범죄 피해에 대해 적절한 수사와 합당한 사법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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