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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1위 한국... 해법이 필요하다

지역 사회 전체의 연대와 협력이 새로운 돌파구

등록|2024.08.29 17:10 수정|2024.08.29 18:01
인터넷 어느 사이트를 가도 검색창에 자살, 우울과 같은 부정적 단어를 검색하면 최상단에는 24시간 열려있는 긴급·상담전화번호와 온라인 상담 링크가 연결됩니다. 유튜브에서는 영상 전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었음을 표시할 뿐 아니라 단어 전체가 묵음으로 처리되어 들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우울증이나 자살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빈틈없이 대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대한민국 자살률은 OECD 회원국 1위

▲ OECD 국가 자살률 및 75~84세 인구 자살률 1위 한국 / OECD 자료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1위이며,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022년 기준으로 25.2명으로 유일하게 20명이 넘었습니다. 이는 2위인 리투아니아(18.5명)보다 약 6.7명이 많고, OECD 평균인 10.7명보다는 2배 이상 차이 나는 수입니다. 75~84세 인구의 자살률은 10만 명 당 약 70명으로 2위인 슬로베니아와 거의 두 배에 가까워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종교계·노동계·재계·언론계·학계 등과 '제7차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를 개최하고 '자살 사망 동향'을 보고했는데요, 올해 5월까지 자살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자살 사망자 수는 총 6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무려 10.1% 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와 자살률은 2013년 사망자 수 1만 4427명, 인구 10만 명 당 28.5명을 기록한 후 2022년까지는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2023년 전체 자살 사망자 수의 잠정치가 전년대비 6.7%(864명) 증가하여 1만 3770명인 것에 이어 올 한 해 자살 사망자 수도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심각한 상황임을 공유했습니다.

현 상황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우울·불안 증가 등의 요인이 자살 사망자 수 증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모방 자살'도 자살 사망률 증가의 원인으로, 작년 말 유명 배우의 자살 사망 직후 7~8주간 자살 사망자가 늘어난 것이 올해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고했습니다.

▲ 자살보도 및 미디어의 자살 관련 표현에 대한 인식, 자살시도에 미치는 영향 / 보건복지부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러한 경향은 지난 3월 발표한 <2023 자살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도 보이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자살 보도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자살 시도를 부추기는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절반인 52.0%가 '영향 있음'이라고 답했고 미디어(보도 제외)에서 직접적인 자살 장면이나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자살 시도를 부추기는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영향 있음' 응답이 55.5%였습니다. 또한 자살 기사가 보도되는 것에 대하여 81.3%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하였고, 드라마, 영화 등 영상물에서 직접적인 자살이나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이 표현되는 것에 대하여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89.0%로 나타났습니다.

누군가 목숨을 끊는 소식이 뉴스 보도에서 언급되고,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에서 암시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지인과 가족의 일이 되면 경향은 더욱 심해져서 복지부에 따르면 한 명의 자살로 평균 6명의 유족이 발생하며, 자살 유족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 대비 20배 이상입니다.

많은 매체와 온/오프라인 방법으로 자살예방 메시지와 상담을 권장하고 있지만 자살 생각 유경험자가 이를 찿지 않는 이유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23.9%),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23.1%),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17.2%)라고 조사되어 더욱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도움도 요청하기 힘든 사회... 관계 울타리 만들어 나가야

자살생각시 도움요청의 장벽자살생각시 도움요청의 장벽 그래프 / 보건복지부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자살 위험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에 대해서는 경찰과 소방서, 전문병원과 보건소를 각각 81.9%, 69.0%, 68.7%로 떠올리지만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57.4%의 사람이 도움 요청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외에도 자살 생각 시 도움 요청의 장벽으로 '도움받을 방법을 몰라서'(40.9%), '희망이 부족해서'(35.0%), '주변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28.9%)를 꼽았습니다.

자살 생각이 들고나서 당사자가 직접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대응은 효과가 없습니다. 우리사회가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캠페인을 시행하고, 양산형 마음건강과 돌봄 시스템은 넘쳐나지만 자살률이 더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단순히 예방 메시지 전달과 위기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근본적인 가치를 되찾고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의 해결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한 컵의 흙탕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물을 휘저어 흙먼지를 골라 떠내는 것 보다 깨끗한 물을 더 많이 붓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 소통의 부재, 정신적 고통 등 다양한 요인들이 개인의 행복을 잠식하지 않고,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행복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며 시민들이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서로를 돌보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는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자살 예방 활동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한 때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던 일본의 '아키타현'은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Gatekeeper)' 훈련을 통해 자살률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게이트키퍼는 주민들이 서로의 정신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조기에 발견하여, 이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와테현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었고, 이에 따른 자살률이 높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농촌 특성에 맞추어 마을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상담을 통해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자살률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중앙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자살 예방을 위한 재정적, 인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는 등의 시도가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웃과 마을단위의 관계 울타리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 일본의 사례는 자살 예방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연대와 협력이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을과 지역 단위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공동체 차원의 지지를 보내 자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법은 한국에서도 고려할 만한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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