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시작 동시에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 여기 군산 맞나요?
2024 군산 북박람회(Book Fair) 첫날 북적북적... "군산 살아있네"
▲ 군산시민회관전경2024군산북페어 현수막모습 ⓒ 박향숙
"군산이 살아있었네. 책을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눈물이 나요."
2024 군산 북박람회(Book Fair, 2024.8.31. - 9.1)에서 만난 군산의 동네책방 <조용한 흥분색> 대표 세나님의 표정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독서문화의 중심지를 자랑하는 '전주독서대전'이나, 서울·부산 등 대도시 북박람회를 생각할 때, 과연 우리 군산이 그에 뒤지지 않는 행사를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일었다. 가까운 지역 전주와 비교했을 때 도서관과 책방 수가 현저히 적고, 심지어 지역민들의 책문화수준 역시 평가절하한 나의 잘못된 판단도 한몫했다.
일단 참여책방으로 등록한 후, 혹독한 여름더위 속에서 코앞에 닥친 박람회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젊은 운영진들의 지시사항이나 잘 듣고, 꼰대소리 안 듣게 이왕이면 불평보다는 무조건 '고맙다' 라는 말만 해야지 라고 다짐했다. 다만 내 책방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첫째 날에는 근대시인들과 현대시인들의 시집을 준비하고, 둘째 날에는 군산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을 세웠다.
행사 며칠 전, 참가책방대표들의 임시모임이 있어서 행사장소를 찾았다. 20년 전 군산에 귀향했을 때, '군산시민문화회관'이란 건물에서 어린 아이들과 참여하면 좋은 다양한 행사들이 많았다. 말 그대로 시민들의 문화향상에 적합한 건물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새로운 건물(군산예술의전당)이 옆 동네에 생기고 도시정책에 따라 사람들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기존 건물은 하루아침에 천덕꾸러기가 되었고, 주변 상점들이 일제히 경기 침체 나락으로 빠졌다.
그러기를 몇 년 째, 어느 날부터 들려온 건물 재단장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 하려나? 드디어 옛 시민문화회관의 새 이름 '군산회관'에서 2024 북박람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전국의 서점 및 출판사 100여 곳이 참가하는 이 행사에 책방 주인으로서 참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번 행사운영은 군산의 동네책방의 연합체인 '군산책문화발전소'가 맡았다. 내가 말랭이 마을에 책방을 연 지 3년째, 그 전만 해도 동네책방 수가 대여섯 개에 불과했는데, 1-2년 사이에 배수 이상 늘어나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뿌듯했다. 특히 책방주인들이 대개 젊은 청년들이었는데 왠지 군산 지역이 젊어지는 것 같아서 더 좋았다. 젊은 만큼 아이디어도, 열정도, 패기도, 추진력도 최강이었다.
행사 바로 전날, 준비된 참가자 100팀의 책상 배열을 보면서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주차장 장소도 좁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지인들에게 상황을 미리 알리고 비록 불편을 초래할지라도 군산에서 열린 첫 번째 북박람회 행사를 애틋한 마음으로 봐달라고 부탁했다.
오랜만에 북적북적... "사람들과 어깨 부딪칠 수 있어 감사"
▲ 북박람회현장오전11시 개장과 함께 들어온 수 많은 사람들 ⓒ 박향숙
행사 첫날 북박람회 참가자들은 긴장하면서도 설렜다. 행사장 문을 연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도대체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인지, 군산의 인구감소 숫자가 오류였나 할 정도로 행사장은 사람들의 열기 가득찼다. 에어콘 냉방을 차단될 정도였다. 참가자 전재복, 지연임씨는 이렇게 소감을 남겼다.
"북적북적, 모처럼 추억 속의 잔칫집 느낌이 들어서 바라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고 가는 통행에 넉넉한 통로는 아니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마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았고, 사색과 철학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독서가들은 공간적 불편함에 개의치 않고 마치 축제의 현장을 즐기는 주인 같았다.
▲ 수라와 갯지렁이 팀 부스독립영화 '수라' 이후 군산 수라갯벌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 박향숙
또한 참가한 국내외의 출판사와 서점, 작가, 개인 제작자,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 100여 개의 다양한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모자이크는 소외되고 작아지는 군산에게 생명을 넣어주는 것 같았다. 지역에 함께 살고 있는 황석영 작가의 강연을 비롯해서 주제별토크, 군산문학작품 낭독회와 독서문화에 대한 워크숍, 서점이름이 쓰인 가방과 북디자인 전시회 등 다양한 이벤트 또한 좋았다.
"선생님, 우리 군산이 아닌 줄 알았어요. 노인들만 사는 곳인 줄 알았는데 우리 군산이 정말 맞나 하면서 몇 번을 놀랐어요."
대학생 이연수씨의 표정은 생전 처음 신기한 세상에 온 듯했다. 이런 행사를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박현숙씨는 이런 소감을 밝혔다.
"처음 행사에 대해 말로 들었을 때는 이렇게 큰 행사일 줄 몰랐는데, 이런 행사가 있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각각 개성 가득한 아이템과 함께 등장한 종이책들, 그리고 생기 발랄한 젊은이들이 너무도 많이 와서 또 놀랐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군산 사람들의 저력을 생각해 보았고, 우리 시민들이 이런 문화에 허기를 많이 느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지금도 흥분됩니다. 최소한 일년에 한번 정도라도 이런 문화를 누릴 수 있길 희망합니다."
▲ 군산책방부스한길문고, 봄날의 산책, 종이와연필 팀들 비롯한 군산책방팀 배열 ⓒ 박향숙
두 번째 날은 또 어떤 모습이 기다릴까 자못 궁금해진다. 시간이 날 때마다, 눈에 띄는 독특한 부스에 가서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만이 자랑하는 출판과 디자인, 책 제작의 양식과 홍보마케팅 등을 많이 배우고 싶다. 특히 환경분야, 인권분야를 다루는 출판사 부스의 책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디지털문화가 지배하는 시대에 원시종이문화의 우수성과 글자로 책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두 주인공의 공통작품, '2024 군산 북 박람회'. 이왕이면 근대문화도시 군산이 시대적 역사적 공간으로만 떠올려지는 도시가 아니라 유구한 전통 속에 책문화가 접목되어 새로운 군산, 희망의 군산이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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