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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파이널B 추락, '왕조' 전북이 어쩌다가

[주장] 2023시즌부터 본격적인 하락세, 창단 이래 전대미문의 위기

등록|2024.09.02 10:26 수정|2024.09.02 10:26
설마했던 상황이 결국 현실이 됐다. K리그 최다우승에 빛나는 명문 전북 현대가 사상 처음으로 파이널 B(하위 스플릿)로 추락했다. 2012년 K리그1에 상하위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초의 사례다.

9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9라운드경기에서 전북은 FC서울을 상대로 팽팽한 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득점없이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전북은 7승 9무 13패(승점 30)을 기록하며 K리그1 12개 구단 중 11위에 머물렀다. 남은 정규 라운드 4경기를 모두 전승하더라도 6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44)의 승점을 넘을 수가 없어 일찌감치 하위스플릿 행이 확정됐다.

이제 전북은 남은 파이널B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해도 7위에 불과하다. 2007시즌(K리그 14개구단중 8위) 이후 17년 만에 가장 최악의 성적표다. 또한 스플릿 제도 도입 이후로 상위스플릿 진출에 실패한 것은 최초다. K리그 최고 명문을 자부하던 전북으로서는 엄청난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전북은 1995년 창단 이후 초창기에는 줄곧 중하위권을 전전하다가 2005년 6월, 4대 사령탑으로 최강희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전북은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적극적인 지원과, 최강희 감독 특유의 '닥공'컬러로 팀을 재정비하며 K리그의 강호로 발돋움했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 6회의 K리그 우승과 2회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의 코리아컵(FA컵) 우승을 선사하며, 전북을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으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이 떠난 이후로도 조세 모리야스-김상식 감독이 바통을 물려받아 2021시즌까지 최초의 K리그 5연패, 2022년 FA컵 우승 등을 달성하며 강호의 위상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전북은 2023시즌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그해 전북은 리그 4위에 그치며 김상식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시즌 자진사임했고, 각종 대회를 통틀어 무려 10년 만의 무관에 그쳤다.

2024시즌에는 명예회복을 내세우며 여전히 우승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정작 초반부터 내내 하위권을 전전하면서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일찌감치 불명예 퇴진했다. 5월 들어 김두현 감독이 신임사령탑으로 선임되어 감독대행 시절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전북으로 돌아왔지만, 8경기 연속 무승행진과 코리아컵 조기 탈락으로 부진을 거듭하면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김두현 감독 부임 이후로도 전북의 성적은 현재까지 4승 4무 8패에 불과하다.

알고보면 전북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무너진 것은 아니다. 전북은 최전성기였던 최강희 감독 시절에는 확고한 축구철학과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매경기 상대를 압도하는 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동국 같이 구단의 황금기를 이끈 레전드 선수들이 하나둘씩 은퇴하고, 김민재, 이재성, 조규성, 손준호, 백승호 등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할 핵심 선수들은 한창 최전성기에 해외 무대로 진출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전북은 허리층이 점점 약화되고 전력이 노쇠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전북은 장기집권의 부작용으로 오랫동안 유망주 육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동안 전북은 외부에서 즉시전력감의 스타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전력을 유지해왔는데, 2020년대 들어 빅네임 영입이 눈에 띄게 저조해졌고 외국인 선수 농사에도 연이어 실패했다. 여기에 '현대가 라이벌' 울산 HD라는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했다.

김상식 전 감독은 세대교체를 시도한 것은 좋았으나, 본인의 전술적 역량부족과 베테랑들에 대한 홀대로 팬들의 민심을 잃으며 결과적으로 암흑기의 서막을 열고 말았다. 페트레스쿠와 김두현 감독 체제를 거치며 전북은 과거의 위용을 완전히 잃고 자신들의 색깔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책을 거듭하고 있는 구단 프런트의 역량 역시, 과거와는 달리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원FC로부터 이승우를 영입하는 등 전력보강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전북은 하위스플릿행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강등 위기를 걱정해야할 처지다. 전북은 29라운드를 치른 현재 최하위 대구와 승점이 같고 다득점(34골)에서만 겨우 4골차로 앞서고 있을 뿐이다. 9위 인천과 10위 대전(승점 31)과는 1점차다.

자칫하다가는 지난해 수원 삼성에 이어 최하위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할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이며, 최소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갈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하위스플릿에 가본 적이 없었던 전북이기에 강등과 승강PO 역시 당연히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전북의 K리그 역사상 최저순위는 2005년 기록한 12위(당시 13개 구단 체제)였지만 당시에는 승강제가 도입되기 전이었다.

전북같은 빅클럽이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했다는 사실만으로도 K리그 축구 산업에 있어서는 큰 손실이다. 심지어 수원에 이어 전북까지 2부리그로 추락하는 사태가 현실화된다면, 특정구단을 넘어 K리그의 인기와 흥행에 있어서도 엄청난 악재가 아닐수 없다. 창단 이래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전북은 과연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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