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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양·파주의 공통점, 시험대 오른 지방자치

[굿모닝 퓨처] 갈등의 해법과 자치 역량 강화를 위한 제언

등록|2024.09.02 10:22 수정|2024.09.09 11:23
'굿모닝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모임인 '지속가능한우리사회를위한온라인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굿모닝충청'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우리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기자말]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도 3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성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치 역량 강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자치 역량의 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무엇일까요?

부산, 고양, 파주 등지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공공기관 청사 이전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청사 이전은 단순히 건물을 옮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사회에 미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입니다. 따라서 지역에서 충분한 자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새로운 갈등이 일파만파 번져나갈 수 있습니다.

갈등 관리 능력

▲ @mariogogh ⓒ startaeteam on Unsplash


그러면 자치 역량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먼저 자치 역량의 시금석이라 할 갈등관리 역량을 높이면 됩니다.

공공기관 청사 이전 문제는 표면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유사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구조적 유사성(structural analogy)이 있다는 거지요. 구조적 상동성은 서로 다른 맥락이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유사한 패턴을 띠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시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청사 이전 갈등도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그 근본적인 구조가 유사합니다. 신도심은 경제적 비중이 크니 새로운 중심지라고 주장하며 청사 이전을 추진하지만, 구도심은 기존 지역 경제와 사회적 활력이 침체할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합니다. 부산의 해운대와 센텀 시티, 고양 일산구, 파주 운정 등이 신도심을 대표한다면 부산 중구와 서구, 고양 덕양구, 파주 금촌 등은 구도심의 대명사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국회의원들과 시의원들이 가세하면 더 복잡해집니다. 정치인들이야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구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하므로 시청 이전 문제에서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청사 이전 문제가 단순한 행정적 결정을 넘어 정치적 대결 구도로 변질되어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곤 해서 지역 정치의 한계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갈등은 청사 등 주요 기관 이전 사례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도시 내 지역 간 격차가 포착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일관되게 나타나고, 지역정치가 결합하면 더 크게 증폭합니다. 오창·오송 지역 개발로 청주의 상당구와 흥덕구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심합니다. 천안 도심 동남구는 오랫동안 중심지 역할을 해왔지만, 서북구가 최근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제·사회적 불균형이 심화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천적 접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 우리 동네가 얻을 수 있는 당장의 파이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장기적인 발전을 고려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장기적인 도시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구도심과 신도심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종합적인 계획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구도심 재생과 신도심 개발을 연계해 상생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시민들의 주도로 이뤄진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그러니 둘째,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공론화를 거쳐야 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주민들에게 물을 것은 시청 이전 여부만이 아닙니다. 장기 도시발전 계획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도 물어야 합니다. 후자에 동의하면 전자에 대한 동의가 비교적 쉽게 이뤄질 테니까요.

셋째, 투명한 정보제공과 강한 책무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주민들에게 시청 이전과 존치의 장‧단점 그리고 그 영향을 명확히 설명하고,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를 지속해서 평가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행정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청사 이전을 둘러싼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이 세 가지 수단은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높일 뿐 아니라,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론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때 단체장들과 시의회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공공기관 청사 이전이나 특정 문제에 대한 찬반 견해를 밝히고, 부분적인 이익을 결집해 여론전을 이끄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시민 참여에 기초한 의견수렴 절차가 현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게 그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시민 대신 결정하려 하지 말고 '시민들이 결정하게 내버려두라'는 겁니다. 그렇게 시민 복리를 위해 헌신하는 참된 공무원들과 깨어있는 시민들이 상생과 공존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라는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우리 시대의 공공 리더는 자신의 역량이 아니라 시민의 역량을 활용할 줄 아는 리더십을 가져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은재호씨는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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