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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권고에 맞서온 인권위원장 후보

오는 3일 안창호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 보니, "질병확산" "공산주의" "종교자유 침해" 차별금지법 비난

등록|2024.09.02 17:48 수정|2024.09.02 17:50

▲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신임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2024.8.12 ⓒ 연합뉴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의 퇴행적 인권 의식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와 성소수자를 향한 반인권적 발언에 여전히 치중돼 있었다. "역차별", "종교·표현의 자유 침해", "공산주의 혁명 이용" 등 안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은 차별금지법에 줄곧 부정적이었던 과거 행보의 연장선이었다.

2일 <오마이뉴스>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를 보면, 안 후보자는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개인적 종교관이 인권위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인권을 해석한다는 지적엔 선을 그었다. 인권 논의를 주도해야 할 인권위원장 후보자가 종교적 신념에 기반해 성소수자 편견과 혐오에 앞장서는 퇴행적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안 후보자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질문에 "21대 국회에 4개 법안이 발의되는 등 입법 활동이 있었으나 많은 반대 의견이 있고 법률 제정에 이르지 못했다"며 "차별금지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숙고하고 민주적으로 논의하고 진실에 근거해 모든 사람의 인권이 신장되며 헌법 정신에 입각해 공공의와 공동선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구체적 방향성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 온 인권위 기조를 이어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반대 의견은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입증책임 전환 등으로 역차별을 초래하며 질병 확산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지난 6월 출간된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 그가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 성소수자 혐오 발언과 닿아 있다.

그가 앞서 저서와 방송 등에서 밝힌 구체적 발언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취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2020년 한 세미나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공산주의 혁명으로 간다"고 발언한 이유를 묻자 "많은 문화막시스트들은 동성애가 사회주의 혁명의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021년 한 포럼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자유권적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발언한 이유에 대해서는 "소수자의 내적 자아에 대한 감정적 혐오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그 주장과 행위에 대한 이성적 비판과 합리적 논의는 가능해야 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다수자 또는 다른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각종 기본권이 침해되고 개인 성장이 정체돼 인간 존엄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등에 대해 합리적 비판까지 법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서 가장 경계하는 관점 차별과 관점 제재로 인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종교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 침해가 우려된다"며 차별금지법 반대 견해를 거듭 고수했다.

동성부부 '건보 피부양 자격 인정' 대법 판결엔 "국민 정서 고려"

차별금지법에 이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편견과 혐오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안 후보자는 지난 7월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인권위원장도 환영 성명을 냈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족 형태와 관련해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해당 대법원 판결이 "성소수자 인권 증진에 기여하는 매우 소중한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안 후보자는 "소수자의 내적 자아와 정체성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부당하게 특혜나 특권을 누리거나 다른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양심적 병역거부 단체인 여호와의 증인은 양심을 이유로 단순히 집총 거부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병무청의 모든 지시 및 감독을 거부한다. 이런 경우에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담은 '대체역의 편입 및 복지에 관한 법률'(대체역법)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성적지향·출신국가·인종 등을 근거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인권위는 2006년 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고, 지난 6월에는 22대 국회에 차별금지법 법제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해 1월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개선 등을 권고했다.

안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 시절 양심적 병역거부·사형제 등 인권 논의에서 기존 인권위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는 퇴행적 의견을 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헌법재판관 퇴임 뒤에는 유명 리조트 회장 아들의 미성년 성매매와 불법 촬영 혐의 사건을 공동 변호했다. 앞선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는 "차별금지법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이라며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권위원장의 경우 후보추천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한 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그러나 안 후보자는 후보추천위원회 면접을 거치지 않고 서류 심사로만 지명됐다. 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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