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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갑니다

등록|2024.09.03 09:25 수정|2024.09.03 09:25
개인사업자 형태로 배우자와 함께 청소 일을 시작했습니다. 조직생활을 벗어나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김예지 작가의 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을 읽고 청소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청소 창업을 배울 수 있는 국비학원에서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청소대행사 2급' 민간자격증을 취득하며 청소 일을 준비했습니다. 2021년에 사업자등록증을 냈고, 올해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주력으로 담당하고 있는 청소 분야는 사무실과 상가 청소입니다. 정기적인 방문 횟수(예를 들어 일주일에 1회~2회 등)를 정해 청소를 진행하는 정기 청소 그리고 단발성으로 진행하는 입주청소를 병행해 하고 있습니다.

'안 보이게' 일하기

▲ 배우자와 함께 청소일을 하고 있습니다. ⓒ 조영주


현재 고정 수입원은 사무실 정기청소입니다. 청소범위는 거래처와 협의하기에 따라 달렸는데 통상적인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공용 쓰레기통 및 파쇄기통을 비우고, 사무실 내 사무집기·장식품·창틀·공용 테이블 등에 쌓인 먼지를 털고, 닦습니다. 탕비실이 있는 경우 싱크대 청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어 바닥은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마대걸레에 약품을 묻혀 닦습니다. 최종적으로 쓰레기·분리수거장에 쓰레기를 배출하고 분리수거까지 진행하면 청소가 완료됩니다.

20평~100평 등 사무실 크기와 구조, 사용감에 따라 사무실마다 청소시간이 상이합니다. 하루에 여러 군데의 사무실을 정기 방문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시간도 긴 편이죠. 보통 사무실 근무자들이 없는 시간인 새벽·야간·주말에 청소를 진행합니다.

평일 오후에 입주청소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옆 사무실에서 청소기 소음이 너무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왔어요. 그분이 '청소를 퇴근 후, 주말에 진행할 수 없냐고, 우리 없을 때 할 수 있지 않냐'고 말씀하셨어요. 그 얘기를 들으니 사무직 노동자와 겹치지 않게, '안 보이게' 일해야 하는 우리 일에 대해 새삼스럽게 다시 감각하게 되었습니다.

청소업체는 '안 보이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보통 사무실 근무자들이 없는 시간에 사무실 정기 청소를 진행합니다. 출근시간 전 새벽 또는 퇴근 시간 이후 야간 그리고 주말에 일하죠. 견적 방문 시에는 주말 중 청소가 가능했다고 했다가 직원들의 주말 출근 시간이 늘어나자, 야간·새벽으로 청소 시간을 한정하는 거래처들도 종종 있어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벽이든, 야간이든 언제든 일해도 되는 사람들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서비스 뒤에 노동자가 있지만, 노동자의 존재에 대해 의식하는 건 드문 것 같아요.

주말에 일하는 경우, 오피스 단지 내 냉방이 가동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폭염 속에서 청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여름철에는 특히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자체적으로 폭염 휴식 시간을 두고 있어요. 탈수 예방을 위해 물 마시는 시간을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과 노동자가 비가시화되면, 노동에서 발생하는 문제 또한 비가시화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시간 일해야 하는 한국의 노동문화에 문제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터라, 내가 창업한 회사에서도 무리해서 일하지 않으려고 해요. 새벽·야간·주말 노동을 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해서 자체적으로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고 있습니다. 과로 상황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무거운 청소장비를 옮기거나 장비를 운용하다가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요. 또한 무리한 현장을 잡지 않아요. 예전에 사방에 페인트가 튀었는데 모든 페인트를 다 지워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럴 때 독한 약품을 장시간 사용해서 작업해야 해서 이런 현장은 저희가 들어가지 않았어요.

저는 천식이 있어, 독한 청소 약품은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청소 약품의 성분표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세제를 사용해요. 이렇게 하면 청소약품 단가는 올라가지만, 살려고 일하는 노동 현장에서 제 건강을 잃으면서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취약한 부분이 있더라도 충분히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일하는 과정에서도 안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합니다. 모든 현장에서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하고, 층고가 높은 현장에서는 안전모를 착용합니다. 작업 현장에 들어갈 때마다 발에 꼭 맞는 안전화를 신고, 손에 꼭 맞는 안전장갑을 준비해 착용합니다. 제가 손 사이즈가 작은 편이라 오프라인에서 껴보고 살 수 있는 장갑은 제 손에 큰 경우가 많아요. 기성품으로 나온 장갑은 남성 사이즈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게 많습니다. 제 손 길이를 재서 파악한 뒤에, 인터넷으로 XS 사이즈 장갑을 검색해서 나온 제품들의 스펙을 비교해보고 구매했습니다. XS 사이즈 장갑 제품들의 종류도 많지 않았고, 대부분 장갑들이 표준 사이즈(XS·S·M·L 등)만 표시하고, 구체적인 길이를 표기하지 않아서 비교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한 브랜드의 장갑이 제 손에 잘 맞아서 여러 켤레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은 부분이 지켜졌을 때와 지켜지지 않았을 때 안전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청소 약품을 분무할 때 공기 중에 분사하지 않고 걸레에 분사해서 약품 흡입을 최대한 줄이기도 하고요. 저에게도,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도 안전에 대해서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내 노동을 긍정하기

▲ 내 노동이 타인에게 가 닿는 것을 알게 될 때 보람을 느껴요. ⓒ 조영주


현재 청소는 제 생활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노동입니다. 지속가능한 노동,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내 노동에 대한 자긍심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타인의 인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내 노동이 타인에게 가 닿는 것을 알게 될 때 보람을 느껴요. 어느 날 청소를 하러 거래처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쪽지가 하나 붙어 있었어요. '청소 깨끗이 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 음료수 마음껏 꺼내 드세요! 감사합니다!' 이 쪽지를 보고 뭉클하더라고요. 우리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수고로움을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의뢰한 일을 '안전하고도 성실하게 실행하고, 잘 완수하고 있구나.' 감각할 때 내 노동을 긍정하게 됩니다. 내 노동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때 동기부여도 되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을 느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9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조영주 님은 한노보연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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