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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뭐였더라?" 상식 파괴한 윤 대통령의 반말

[박민중의 폴리팁스] 대통령의 기자회견 : 무지와 권위주의

등록|2024.09.03 18:02 수정|2024.09.03 18:24
한국은 물론 국제 정치를 보면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정치를 바라보는 작은 'tip'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기자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40분 간의 국정브리핑과 85분 간의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은 무려 125여 분간 수많은 말을 내뱉었으나, 그 기저에 흐르는 핵심은 '무지'와 '권위주의'였다.

대통령의 '무지'는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 내내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인사과정과 역사의식에 대한 대답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대통령은 마치 무지한 것이 자랑인 것처럼 말한다.

윤석열 정부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 뉴라이트 인사들을 등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두 가지를 자신 있게 말한다. 먼저 인사와 관련된 답변은 아래와 같다.

"김형석 관장에 대한 인사는, 저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이다. (중략) 보통 1, 2, 3등으로 심사한 서열을 매겨서 보내는 모양이다. 보통 1번으로 올라온 분을 제청한다. 저는 그런 인사 과정에 대해서 장관이 위원회를 거쳐서 1번으로 제청한 사람에 대한 인사를 거부해 본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되고 있는 김형석 관장을 모른다는 것을 넘어, 어쩌면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인사과정이 이번처럼 진행되었다고 실토한 것은 아닐까. 그저 대통령이 지난 2년 반 동안 진행한 상당수의 인사에서 모두 1번으로 추천된 사람을 선택했다면, 지금까지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무엇을 기준으로 인사를 했단 말인가. 도대체 지금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인사권자는 누군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최근 뜨거운 이슈인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한다.

"뉴라이트 이야기가 요새 많이 나온다.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판단력 없는 리더

2004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세대학교에서 진행한 특별 강연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판단력"이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지도자인 리더는 많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인데, 만약 그 리더의 판단력이 잘못되면 여러 사람이 낭패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그 판단력을 "역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통찰력"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은 단순한 의미의 무지가 아닌 역사의식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뉴라이트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기록된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임명한 독립기념관장이 누군지 모른다고 하는 대통령,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는 대통령.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이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대통령은 알아야 할 내용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특정 국가와 사회의 사상을 형성하는 가장 결정적인 토대는 동일한 역사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런 관점에서 1910~1945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경험했던 식민지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일본의 주장으로 왜곡하는 세력이, 또 그걸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방향을 정하는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기자회견 중 대변인에게 반말로 질문하는 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정혜전 대변인에게 취재진의 여러 개 질문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눈에 띄는 한 장면이 있다. 문화일보 기자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사 관련 질문을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질문이 조금 불편했는지 기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질문을 3개쯤 하시니까 갑자기 뒤엣것만 생각나고, 지금 뉴라이트 이야기부터 하셨나요?"라고 반문한다. 이후 착석해 있던 기자들이 첫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해 주자 윤 대통령은 답변을 시작한다. 그리고 답변을 하던 중 마지막 질문을 까먹자 윤 대통령은 사회를 보던 정혜전 대변인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그리고 마지막이 뭐였더라?"

이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다. 그렇다면 기자의 질문을 숙지하는 책임은 사회자가 아닌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기자가 질문할 때, 대통령은 당연히 질문을 경청하고 질문의 요지를 정리했어야 한다. 설령 잊어버렸다면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정중하게 물어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뜸 사회자를 맡은 대변인에게 반말로 질문을 했다.

카메라 앞에서도 대변인에게 반말을 하는,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몸에 밴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가 평소 부하 직원들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었을지를 상상해 보게 된다. 나아가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약 70%의 국민들을 향해 어떠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을지까지 예상할 수 있다고 하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권위주의 시대에는 군대, 검찰과 같은 무력으로 정치적 상대와 국민을 제압했다면, 민주주의 시대에는 말과 글로 정치적 상대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는 고려하지 않은 수직적 관계가 보편적이었다면, 민주주의 시대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한 수평적 관계가 기본이다.

2024년 현재, 우리 국민은 탈권위주의·민주주의 시대의 국민으로 살고 있는데, 우리 대통령은 마치 1960~70년대 권위주의, 독재 시대의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대통령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첫째는 일방적인 힘으로 강제하는 권위적인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인 인정을 이끌어내는 권위가 있는 대통령이다. 둘째는 모르는 것이 당당한 무지한 대통령이 아니라 역사의식을 가진, 즉 역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판단력을 지닌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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