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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관의 뉴스프레소] 계엄 상황에서 '법대로'가 과연 지켜질까

9월 3일... 늦여름 '계엄' 소동이 던지는 몇 가지 질문들

등록|2024.09.03 09:29 수정|2024.09.03 09:47

▲ 정치권의 '계엄령' 논란을 보도한 9월 3일자 조선일보 6면. ⓒ 조선일보 PDF


1) 계엄 상황에서 '법대로' 지켜질까?

정치권이 '계엄' 논란으로 뜨겁다.

지난 8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장관 후보자로 내정할 때부터 말이 돌았다. '인사철도 아닌데 왜?'라는 질문이 일부의 의구심에 불을 질렀다.

당시 방송 인터뷰에 나온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김용현 후보자 얘기가 나오면 뭔가 더 할 말이 있을 것처럼 머뭇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윤 대통령이 탄핵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 국방장관을 믿고 계엄령 발동하려는 게 아닌가'라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 연장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야 대표회담에서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비록 전언 형식이었지만, 대통령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2일에는 대통령실 대변인이 "(민주당은)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발언 강도가 높은 얘기는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지 않는다. 참모들의 반응으로는 대통령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도 짐작할 만하다.

딱히 근거가 있는 발언 같지도 않다. 문재인정부 시절 터져나온 '계엄예비 검토' 문건 사건은 정권이 바뀌자 흐지부지 끝났다. '국기문란'이라고 방방 뜨는 사람이 많았지만, 내란 모의를 한 사람들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혹자는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압박용으로 내놓은 정치공세용 카드였다고 말한다.

조선일보는 친절하게도 계엄 발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팩트체크' 기사를 실었다. 법적으로 비현실적인 가정이라는 것은 맞다.

헌법 77조 5항에 따라, 국회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민주당 포함 범야권 의석이 국회 300석 가운데 192석인데 야당 의원 42명을 체포해 야당 과반수를 무너뜨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 낌새라도 보이면 바로 탄핵안 논의에 불이 붙을 것이다.

다만,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일단 계엄이 발동되면 '법대로' 된 사례가 별로 없다. 전국 단위의 계엄 발동은 5번 있었다.

1950년 7월 9일 정일권 육군참모총장이 발령한 비상계엄은 한국전쟁이라는 전시상황을 고려해 논외로 하자. 1960년 4월 19일의 전국 계엄은 더 큰 유혈사태로 비화되기 전에 이승만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평화롭게 종식됐다.

나머지 3번의 경우는 달랐다.

1961년 5월 16일 쿠데타 후 계엄이 발동되지마자 계엄군이 제일 먼저 한 게 장면정부의 각료들 체포였다. 일단 잡아놓고 죄를 적용했다.

1972년 10월 유신 때는 박정희 대통령이 계엄령 발동하면 손 볼 야당 의원 15명의 명단을 강창성 보안사령관에게 직접 넘겼다. "정치보복으로 비치니 아무개는 제외하자"는 건의가 나오자 박정희는 "아무개는 절대 안 돼"라고 핀셋 주문을 했다. 박정희가 지목한 야당 의원은 헌병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1980년 5.18 때는 새벽부터 100여 명의 병력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점령하고 인원 출입을 봉쇄했다.

당시는 박정희의 죽음으로 여당이 없는 '권력공백' 상태였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국회가 열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국회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같은 해 5월 20일 황낙주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의사당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계엄군에 막혔다. 당시 현장에는 다수의 기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기사를 쓸 수가 없었다. 계엄법에 계엄사의 언론검열이 법제화되어 있었다.

당시 국회의장은 야당 의원들이 '소란'을 일으킨다는 보고를 받고 현장에 나와 해산을 종용했다. 계엄법 위에 헌법이 있는데도 작동하지 않았다.

훗날 1980년 내란음모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은 "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그때 지식으로서는 정치활동을 중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힘 있는 사람'이 해석하고, 그의 뜻대로 알아서 움직이는 게 당시의 법도였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할 지 모르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대통령은 힘이 세다.

다행히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키맨'이 될 김용현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런 일은 확실히 없다"고 못박았다.

그 말을 믿고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 한다.

다만, 이 정도의 불신을 야기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몫은 어느 정도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2) 청취자 사연 소개하고 선곡도 하는 'AI 라디오 DJ' 시대

AI 아나운서에 이어 AI 라디오 DJ 시대가 됐다.

KBS 쿨FM이 2일부터 매일 오전 1시부터 2시까지 '스테이션 X'를 진행하는 제니크가 그 주인공이다.

DJ 제니크는 'K팝에 감명받아 지구로 날아든 젊은 외계인'으로 설정됐다. DJ 이름 제니크(Xenique)는 그리스어로 선물을 뜻하는 '제노스(Xenos)'와 창조를 뜻하는 '제네시스(Genesis)'의 합성을 통해 독창성(Unique)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다.

인간 DJ처럼 청취자 사연도 들려주고 선곡까지 한다. 공영방송으로서는 보기드문 '혁신'이지만, 최근 수신료 분리 징수 이후 사상 초유의 구조조정을 하게되는 상황이 아니면 하기 힘든 실험이다.

3) '여름 성수기'는 옛말, 위기의 한국 영화

한국영화의 7~8월 여름 성수기 성적이 충격적이다.

2022년 3124만 명에서 2023년은 2884만 명, 올해는2381만 명으로 떨어졌다. 2년 사이 743만 명이 빠졌다.

코로나19가 끝났으니 팬데믹 탓도 할 수 없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무관중 경기'로 고전했던 프로야구 연간 관중 수는 역대 최다 900만을 넘어 1000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신작 효과' 약화를 관객 감소 이유로 꼽았다.

지난 8월 14일에 할리우드 영화 2편('에이리언: 로물루스'와 '트위스터스'), 한국영화 2편('행복의 나라'와 '빅토리')이 나란히 개봉됐는데 1일 기준 '에이리언: 로물루스'(1일 기준 163만 명)를 제외하고는 100만을 넘긴 영화가 없다. 7월 마지막 날 개봉한 '파일럿'(450만)이 없었다면 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궁극적 요인은 OTT 서비스의 약진 이후 영화관람의 매력이 떨어진 데에 있다. 추석 시즌에 돌아오는 류승완 감독, 황정민 주연의 '베테랑 2'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4) DNA로 실종자 확인, 아동은 되고 성인은 안 된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연이 끊어진 뒤 생사 파악이 되지 않는 성인 실종자의 누적 수치가 나왔다. 경찰청이 민주당 허성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6월 30일 기준 6809명에 이른다.

행여 변사자 중에서 자신이 찾던 실종자가 나오더라도 경찰은 신원을 확인해주지 않는다. 아동 실종자가 발생하거나 범죄 사건의 경우 실종자 가족의 DNA를 채취, 대조하는 수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성인 실종자의 경우 가족 DNA를 이용한 수사가 불가능하다.

미국과 독일, 영국의 경우 관련법을 만들어 실종자 가족이 요청하면 DNA 정보를 제출받아 일종의 '실종자 데이터 뱅크'를 운영한다. 신원미상의 시신이 발견되면 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DNA가 일치하면 유가족에게 통보한다.

이 문제를 제기한 동아일보는 "성인 실종자와 가족의 DNA를 수사에 활용하기 위한 DNA법이 20,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여야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고 폐기됐다"고 썼다. 그러나 무관심이라기보다는 국가기관이 성인의 DNA 정보를 장기간(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보관하는 것에 따른 인권침해 시비 논란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DNA법이 통과되더라도 실종자 가족의 DNA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시비, 민사소송 등의 위험 때문에 관리 주체가 될 경찰이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DNA 채취 및 보관이 법으로 허락된 성인은 실종 아동 가족과 범죄 피의자뿐이다. 실종자가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일 경우 그 가족들의 DNA를 이용한 수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5) 프랑스에 이어 독일에서도 극우정당 약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득표율 1위를 달리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결국 튀링겐주 주의회 선거에서 최다의석(32석)을 차지했다.

튀링겐주의 당대표 비외른 회케는 2017년 1월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가리켜 "수도에 수치스러운 기념물을 설치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독일인 뿐"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

그러나 회케의 주총리 선출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튀링겐주 주의원 총수는 88명이기 때문에 45명의 지지가 필요하다. AfD는 32명의 의원을 이번에 배출했기 때문에 13명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독일 중앙정치의 양대 축인 기민당(CDU, 23명)과 사민당(SPD, 6명)은 모두 AFD와의 연정 불가를 선언했다.

변수는 이번에 3당으로 도약한 BSW(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다. 15석의 BSW는 좌파를 표방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축소를 요구하는 AfD와도 일부 정책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BSW의 선택에 따라 독일 정치의 풍향이 달린 셈이다.

유럽에서의 극우 약진은 지난 7월 프랑스 총선에서 역시 반이민 정서를 업고 마크롱의 중도우파연합을 위협했던 국민전선(RN)의 성적표에서도 확인됐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정정 불안이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6) 오늘의 1면톱

▲ 경향신문 = '대통령 첫 불참' 오명 쓴 국회 개원식

▲ 국민일보 = 가계 살림 악화일로 악순환에 빠진 내수

▲ 서울신문 = "인질 사망 책임져라" 이스라엘 민심 폭발

▲ 세계일보 = "경비원 아니면 청소뿐" 노인일자리 質 '쳇바퀴'

▲ 조선일보 = '범죄 방조자' 플랫폼, 책임도 안 진다

▲ 중앙일보 = AI가 부른 반도체 패키징 혁명 세계 톱10 기업에 한국은 '0'

▲ 한겨레 = 국회 개원식 참석 안한 민주화 이후 첫 대통령

▲ 한국일보 = "응급실 상황 엄중" 입장 바꾼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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