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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혐오'엔 입 닫고, '차별금지법 반대'엔 입 연 안창호

이미 인권위가 '표현 과도' 표명한 사안도 침묵... 윤건영 "정말 비겁하다"

등록|2024.09.03 13:28 수정|2024.09.03 14:31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유성호


"할 게 뭐 있어, 시원하게 가! 시원하게 하자고 시원하게."

3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시작 직전, 한 여당 의원이 야당 위원석을 향해 말했다. 이 국민의힘 위원의 바람과 달리, 안 후보자의 청문회는 성소수자, 노동조합 등을 둘러싼 인권 의식 미달 논란부터 장남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까지 우후죽순 쏟아졌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선 이미 인권위가 줄곧 정부에 요청해 온 숱한 권고와 답변들이 안 후보자의 답변으로 부정, 묵인되는 장면들이 속출했다.

[침묵] 대통령·국무위원 '반인권' 발언 논란엔 "판단 못해"

'노조 혐오'엔 입 닫고, '차별금지법 반대'엔 입 연 안창호 ⓒ 유성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건폭이 완전 근절될 때까지 엄정히 단속...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창호 : "인권위원장 후보자로서 이 부분을 답변 드리기는 적절하지 않다."

(중략)

윤건영 : "모 국무위원이 '해고된 노동자와 외부 세력이 자살특공대처럼 행동한다,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 손배폭탄이 특효약이다'라고 이야기하면 인권위 시정 대상인가 아닌가."

안창호 : "혼자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폭력배에 비유해 ‘건폭’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안 위원장의 두 답변에 윤 의원의 "정말 비겁하다"는 말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건폭(건설폭력)' 발언은 이미 인권위가 지난 8월 표현이 과도하므로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고 의견 표명을 내린 바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윤 의원은 이를 짚으며 "반인권적 발언에는 (인권위원장이) 답할 책무가 있는데 왜 피해가나"라고 질타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의 노조 대상 논란 발언에 대한 침묵에는 "이런 말을 시정 대상이라고 말도 못 하나"라고 따졌다. 안 후보자는 답변 대신 "누가 한 말이냐"고 되물었다. "이 자리에서 제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답이 다시 나왔다. 윤 의원은 이에 "비겁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안 후보자의 '답 못함'은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의 이태원 참사 발언 논란에서도 나왔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안 후보자에게 "이태원참사 유족에 대해 이충상 위원이 한 이야기가, '피해자들이 놀기 위해 너무 많이 모였다가 발생한 것'이라는 말을 했다"면서 "상임위원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자는 "구체적인 발언 경위를 알지 못 해 답변 할 수 없다"고 했다. 부 의원은 "여기 왜 앉아 계시냐"고 한탄했다.

[방어] 헛웃음 터진 야당 의원... "정교분리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막시스트와 파시스트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활개 치고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저서에서 했나."

안창호 : "그런 우려는 있다."

신장식 :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안창호 :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동성애나... 특정 이념에 의한 수단이다라는..."

▲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안 후보자와의 문답 끝에 신 의원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 후보자는 다른 질문 대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여부나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 인식을 지적하는 야당 위원의 지적엔 적극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의원이 다시 "동성애를 차별금지 항목으로 넣는 게 막시스트들의 혁명을 위한 것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안 후보자는 "책에도 있다"고만 답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반 의견에도 "지금 형태로는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신 의원은 인권위가 제정을 권고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차별금지법 실현을 위해 노력한 사실들을 열거하면서 "이러한 인권위의 노력이 막시스트들의 공산주의 혁명을 위한 주장들이 반영된 노력이고 활동이었나"라고 따졌다. 안 후보자는 "많은 국민들이 (차별금지법 추진에) 반대한다"고 일축했다. "어떤 조사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후보자는 정교 분리가 안 돼 계신 것 같다"는 질타가 따라 나왔다. 안 후보자는 자신의 개인 신념과 평등법 간 간극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있다"고 인정했다. 신 의원은 이에 "인권위원장이 요구받는 직무와 개인 신념이 부딪히면, 본인이 고사하는 게 맞다"면서 "인권위원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때마다 저건 종교 신념인가, 직무에 충실한 것인가 국민들은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찬대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제자리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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