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왜 좋을까?
초등 방과후센터 보조교사 일을 마무리하며
▲ 마지막 근무일, "내년에 또 오세요."라던 아이의 글. ⓒ 이서홍
나는 지난 3월부터 주 3회, 인천에 한 초등 방과후센터 보조교사로 근무했다. 나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었다.
나는 계약직 교사로서, 이번 8월까지 근무하기로 했었다. 물론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계약을 연장하여 더 근무할 수 있었지만 개인 사정상 아쉽게도 근무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하기 일주일 전, 소식을 알렸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나와의 이별이 아쉬운지 "안 가면 안 돼요?"라고 물어오곤 했다.
▲ 마음이 고이 담긴 3학년 아이의 깜짝선물. ⓒ 이서홍
아이들이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보여준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희들은 내가 왜 좋을까?'
나는 항상 부족한 교사라고 생각했다. 우선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활동 사진을 몇 장 찍어주고, 가끔 간식을 만들어주고, 그들의 일상에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 다였다.
그런데 나의 그 걸음을, 아이들은 특별하게 생각해 주었나 보다. 당연히 여기지 않고 자신들을 위해 노력해 준다고 생각해 주었나 보다. 민망하지만, 그래서 아이들은 내가 좋았던 게 아닐까?
아이들의 순수함이란 나를 끝없이 감동하게 한다. 물론 너무 순수한 덕분에 가끔은 팩트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레 "아니거든~" 말하며 받아치게 되었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선배처럼 어렵지 않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었다. 당연히 나만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도 나를 일상의 일부로 인정하기 위해 더 다가왔고, 나의 다가감을 밀쳐내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아이들이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아이들과 함께한 마지막은 참 행복했다. 이별은 수많이 겪어도 적응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맞이한 이별은 놀랄 만큼 행복했다. 나보다 한참을 덜 산 초등학생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이별하는 방법을 배웠다. 나는 그것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부디 아이들도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잊더라도, 해맑게 웃으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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