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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로 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항소 멈춰야"

"국가폭력 인정에도 법무부는 적반하장" 피해자협의회가 5일 행동 나서는 이유

등록|2024.09.04 18:24 수정|2024.09.04 18:28

▲ 박경보 형제복지원피해자협의회 대표 등이 지난 2월 7일 부산지법 앞에서 이날 민사 11부의 1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부산에서 처음 나온 국가배상판결이었지만, 법무부 항소 탓에 분위기가 밝지 않았다. ⓒ 김보성


'형제복지원 사건'을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이어가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과거 국가폭력 참상이 드러나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가 이를 인정한 상황에서 적반하장식 대응만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4일 형제복지원피해자협의회에 따르면, 부산 40명과 타 지역 30명 등 피해자 70여 명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을 찾아 '형제복지원 소송 항소 중단'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선다. 이에 앞서 진실화해위 사무실과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앞에서는 '진실화해위 조사 기한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국가가 사죄배상해도 모자란 판국에 항소까지... 사태 악화"

피해자협의회는 "정부를 향해선 형제복지원 판결 항소를 멈추고, 진실화해위와 국회를 상대로는 미조사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의견을 직접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경보 협의회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가가 사죄배상을 해도 모자란 판국에 항소까지 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한 뒤 형제복지원에서 숨진 이들을 기리는 제사도 지낸다. 박 대표는 "아직 진실화해위의 직권조사를 받지 못한 이들이 475명에 이른다"라며 "현 과거사법상 내년 5월 이후 활동을 중단하면 미조사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누가 달래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진실화해위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를 인정하자 피해자들은 잇따라 법원의 문을 두드려 왔다. 그러나 연이은 승소에도 법무부 등 정부가 항소로 맞대응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법정 다툼으로 가야 하는 사태에 피해자들은 "또다시 국가가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반발했다.

사건번호별로 34건에 달하는 소송에서 현재까지 1심 결과가 나온 건 7건 정도다. 법원은 모두 위자료 지급 등 국가의 배상을 판결했다. 하지만 상급심으로 넘어가면서 벌써 세 명의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박 대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관련 기사 : 국가배상 판결에도 웃지 못한 피해자들 https://omn.kr/27cvy ).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대 시설 설립 이후 권위주의 정부 시기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광범위한 인권유린이 벌어진 것을 말한다. 당시 강제로 시설로 끌려간 이들은 노역과 구금도 모자라 폭행·가혹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당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자 규모만 3만여 명, 확인된 사망자도 551명에 달한다. 이런 탓에 '한국판 아우슈비츠'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 과거 부랑자를 선도를 내세워 국가 공권력에 의한 최악의 인권유린 사태가 벌어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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