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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득점 12리바운드' 최이샘, 신한의 새로운 구심점

[2024 박신자컵] 5일 하나은행전 맹활약, 신한은행 70-68 승리

등록|2024.09.06 08:42 수정|2024.09.06 08:42
여자 프로농구팀 신한은행이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구나단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5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 하나은행과의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70-68로 승리했다. 대회 개막 후 후지쯔 레드웨이브에게 55-76, 캐세이라이프에게 62-65,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55-71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던 신한은행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하나은행을 꺾고 1승 3패로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신한은행은 맏언니 이경은이 경기 종료 6초를 남기고 터트린 결승 3점슛을 포함해 9득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가드 신이슬도 13득점 3리바운드 2스틸 1블록슛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날 신한은행의 박신자컵 첫 승을 이끈 선수는 따로 있었다. 이날 경기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시간인 36분39초를 소화하며 3점슛 3방을 포함해 20득점 12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맹활약한 최이샘이다.

늘 '구심점' 있던 신한은행

▲ 최이샘은 우리은행 시절 8번의 우승 경력을 가진 리그 최고의 '조연'이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구심점'은 스포츠에서 팀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는 선수를 의미하는 단어로 흔히 이야기하는 '에이스'와는 다른 듯 닮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단체 스포츠에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심점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신한은행은 WKBL 시절은 물론이고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언제나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확실한 구심점이 있었다.

현대산업개발로 불리던 1990년대 초반부터 선수 생활을 마감한 2010-2011시즌까지 신한은행의 구심점은 단연 '천재가드' 전주원(우리은행 우리WON 코치)이었다. 신한은행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정선민과 강영숙, 최윤아, 하은주 등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활약하며 '레알 신한'으로 불렸지만 팀을 하나로 묶어준 구심점은 언제나 전주원이었다.

전주원은 2003년 여름리그가 끝난 후 여성 스포츠 선수 최초로 출산휴가를 얻어 1년 간 자리를 비웠지만 복귀 후 더욱 무르익은 기량을 발휘하며 40세까지 현역으로 활약했다. 실제로 WKBL의 중상위권 팀이었던 현대는 전주원이 출신휴가 뒤 복귀하고 팀 명이 신한은행으로 바뀐 후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그만큼 전주원은 WKBL 역사상 최고의 구심점이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전주원이 현역생활을 마감한 이후 신한은행의 새로운 구심점이 된 선수는 젊은 에이스로 떠오르던 김단비(우리은행)였다. 김단비는 전주원도 없고 정선민도 없던 2011-2012 시즌 16득점5.74리바운드 3.5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를 완성했다. 그 후 신한은행은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김단비라는 구심점이 있었기에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22년 김단비마저 팀을 떠난 신한은행에선 김단비의 보상선수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소니아(BNK 썸)가 팀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이적 첫 시즌 역대 최초로 보상선수 득점왕(18.87점)에 올랐던 김소니아는 특유의 투쟁심과 승리욕을 앞세워 동료들의 분발을 이끌어냈다. 비록 신한은행에서 활약한 건 단 두 시즌뿐이었지만 팀의 구심점으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대회 마지막 경기서 찾은 새 구심점

▲ 첫 3경기에서 6.25%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던 최이샘은 하나은행전에서 60%의 성공률로 3개의 3점슛을 적중시켰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3-2014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강이슬(KB스타즈)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한 최이샘은 우리은행 왕조 멤버로 활약하면서 무려 8번의 우승을 경험한 선수다. 현재 WKBL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선수 중에서 최이샘보다 많은 우승경력을 가진 선수는 박혜진(BNK,9회)이 유일하다. 하지만 최이샘의 커리어를 보면 팀의 구심점, 또는 리더 같은 역할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이샘은 우리은행의 황금기 시절 박혜진과 임영희(우리은행 코치), 양지희, 김정은(하나은행), 김단비, 박지현(토코마나와 퀸즈) 같은 리그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위성우 감독도 최이샘에게 오랜 시간 공을 소유하는 역할보다는 수비와 공 없는 움직임을 통해 슛 기회를 만드는 '조연' 역할을 요구했다. 최이샘 역시 이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농구팬들로부터 '언성 히어로'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이샘은 지난 4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우리은행을 떠나 신한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당연히 팀에서 해줘야 할 역할도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적 후 첫 공식 대회였던 박신자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5.67득점 7.67리바운드에 3점슛 성공률은 단 6.25%(1/16)에 그쳤다(최이샘은 2022-2023 시즌 3점슛 성공률이 37.9%였고 통산 3점슛 성공률도 33.2%일 정도로 상당히 준수한 슈터다).

그렇게 신한은행 이적 후 첫 대회에서 실망스런 활약을 이어가다가 하나은행과의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처음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최이샘은 36분39초를 소화하면서 20득점1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한은행의 대회 첫 승을 견인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부분은 앞선 3경기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3점슛을 5개 던져 3개나 적중시키며 잃어버렸던 슛감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박신자컵을 1승 3패로 마무리했다. 지난 비 시즌에 신이슬과 최이샘, 신지현을 영입했고 신인 드래프트와 아시아쿼터에서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하며 가장 확실한 전력보강을 이룬 것에 비하면 분명 아쉬운 성적이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하나은행과의 대회 마지막 경기를 통해 팀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최이샘을 발견하는, 작지 않은 수확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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