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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OO 배웠다는 사람, 저게 진짜 되네요

'탁구' 세계 진입 뒤 진입한 유튜브 세계... 어느새 '덕후'가 됐다

등록|2024.09.06 18:05 수정|2024.09.06 18:05
'변**님, 지난주보다 1시간 이상 휴대폰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이런 휴대폰 알림이 도착해 있었다. 최근에 특별히 휴대폰을 더 쓸 일이 없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최근 밤새 유튜브를 켜 놓고 잠이 든 날이 많았다.

"1시간 넘게 더 휴대폰 쓰셨어요" 알림의 의미

최근 '유튜브'의 세상에 빠졌다. 예전에는 유튜브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됐다. 유튜브는 먹방과 자신의 일상을 하루 종일 보여주는 관종의 세계 혹은 광고를 목적으로 한 콘텐츠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

▲ 유튜브에 빠졌다.(자료사진). ⓒ sci_fi_superfly on Unsplash


'탁구'라는 취미가 생기고 나서는 유튜브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은 유튜브만큼 좋은 스승이 없다.

유튜브에는 탁구 관련 영상들이 수두룩하다. 주로 레슨 영상이다. 탁구 기초부터 고급 기술까지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 나 같은 왕초보자를 데리고 레슨을 진행하는가 하면, 탁구 관장들이 출연해 설명과 시범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 탁구 국가대표가 나와 A~Z까지 포인트를 짚어가며 깔끔하게 교습을 한다.

요즘은 지역에서 열리는 탁구 대회 영상도 자주 올라온다. 영상의 질은 떨어지지만 같은 생체인, 생활체육인들의 시합 영상이라 흥미롭다.

유튜브 강연을 보다가도 자리에서 일어나 흉내를 내기라도 살짝 나사가 빠진 사람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 탁구 테이블(자료사진). ⓒ matscha on Unsplash


구장의 한 회원은 '유튜브'를 스승으로 모신 사람도 있다. 그 회원은 레슨 한 번 받은 적이 없는데도 이론도 박식하고 폼도 나름 안정돼 있고 실력도 꾸준히 늘고 있다. 처음 그 회원이 "레슨 안 받아도 돼, 유튜브에 다 있어"라고 할 때도 '힘들 텐데…그러다 레슨받겠지' 생각했다.

탁구대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따라 하며 연습할 때에는 '저런다고 될까' 생각했다. 그런데 2년쯤 지나자 그 회원의 실력이 부쩍 늘어 있었다. 이론에도 박식해 요즘에는 초보 회원에게는 연습 상대도 되어 주곤 한다.

실제로 많은 회원들이 탁구 유튜브 영상을 즐겨본다.

"전 느**탁구가 좋더라고요."
"전 국가대표 ***이하는 채널이 좋던데. 말솜씨가 좋고 군더더기 없이 잘 가르쳐 주는 것 같아요."
"서**TV도 좋아요, 쉽게 포인트를 짚어 잘 가르쳐 줘요."

유튜브 얘기가 나오면 저마다 선호 채널을 거론하며 대화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탁구를 잘 치려면 게임을 많이 하래요."라고 하면 "이 채널에서는 기초가 잡히기 전까지는 게임하지 말라고 하던데요."라는 식이다.

가끔 구장 관장은 "우리도 유튜브 제작할까요? 회원님하고 제가 레슨 영상 찍으면 조회수 많이 나올 것 같아요."라며 농을 한다(나는 속으로 말한다. '관장님 영상은 아무나 찍냐요?').

유튜브 시청은 '레슨 영상'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 중계도 유튜브를 통해 시청한다. 이번 파리올림픽 때도 유튜브의 덕을 톡톡히 봤다. 공중파에서는 중계하지 않는 경기들도 유튜브에서 중계를 해 주는 경우가 많다(탁구 종목은 인기 종목이었음에도 지상파 3사가 똑같이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는 게임만 중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쨌거나 난 탁구 결승전 게임을 보기 위해 파리올림픽 홈페이지, WTT 등 내가 아는 채널은 다 검색했다. 한 회원은 그런 내가 딱했던지 "중국 CCTV 쪽 가 보세요. 중국 판전동 선수가 나오니 중계해 줄걸요?"라고 일러주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K**nS** 모바일 채널에서 하는 중계를 스마트 TV와 연결해 결승전 게임을 보는 데 성공했다. 최근 화제가 된 신유빈 선수의 스타킹 출연 영상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래전에 영접했다.

▲ 지난달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신유빈(왼쪽부터)과 전지희, 이은혜가 경기장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람들에게 '즐겨보는 유튜브 있느냐'고 물으면 정치 채널은 물론이고 집수리 채널, 오디오북 채널, 여행 채널, 캠핑, 게임 채널 등 다양한 채널을 거론한다. 요즘 사람들은 TV는 안 봐도 유튜브는 다 본다. '너튜브'가 대세인 세상이다.

정보, 오락, 힐링, 문화, 소양, 취미생활 등등등 유튜브에 없는 것이 없다. 심심하거나 할 일이 없을 때도 유튜브를 틀면 시간이 금방 간다. 이러니 어떻게 유튜브를 끊겠는가.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채널도 많지만 사행성 투기를 조장하거나 타인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채널도 꽤 많다. 얼마 전에는 모 유튜브 주인이 사기 혐의로 고소됐다는 기사도 떴다. 소위 '너 튜브'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현명하게 유유자적하는 것도 능력이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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