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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관의 뉴스프레소] 더이상 비밀이 아닌 대통령의 '한동훈 패싱'

9월 9일... 미국 유권자 전체가 '트럼프 사건 배심원단' 됐다

등록|2024.09.09 09:22 수정|2024.09.09 09:22

▲ 9월 9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 조선일보 PDF


1) 더이상 비밀이 아닌 대통령의 '한동훈 패싱'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8일) 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 수도권 중진 의원 등을 관저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했다. <조선일보> 기사다.

만찬은 한남동 관저에서 1시간 넘게 진행됐고, 만찬에 참석한 중진 의원은 이른바 '윤핵관'으로 꼽히는 인사는 아니라고 한다.

이날 만찬의 주제는 의대 증원 문제와 의-정 갈등, 지역 민심 동향 등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뉴스'는 이날 나온 대화가 아니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빠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원래 지난 8월 30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만찬을 사흘 앞두고 한동훈 대표가 의정갈등 대책으로 '2026학년도 의대증원 유예안'을 내놓자 대통령실이 "만찬을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여권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추석 민생이 우선이란 차원에서 추석 이후로 만찬을 연기한 만큼 다시 일정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면서 "대통령실 참모들이 한 대표, 한 대표 참모들과도 민생·경제·의료 정책 등과 관련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가 안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활발하게 소통한다면 굳이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2) 시주함에서 3만 원 훔친 소년, 27년 만에 '참회 편지'

미담 기사를 쓰기 힘든 시대다. 미담의 주인공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지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나 소개하겠다. 1997년 통도사의 한 암자 시주함에서 3만 원을 훔친 소년이 27년 만에 '참회의 편지'와 함께 200만 원을 절로 보내왔다고 한다. <조선일보> 사회면 톱이다.

1997년은 한국이 IMF로부터 구제 금융지원을 받는 'IMF 위기'가 시작된 해다. IMF가 터졌던 무렵 시주함을 통째로 들고가 돈만 가져가는 일이 더러 있어서 절에서 시주함 겉면에 '함은 깨지 말아 달라'고 써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참회의 편지'를 쓴 사람은 그 당시 자신이 통도사 자장암 시주함에서 3만 원을 훔쳤다고 고백하면서 "곧 아기가 태어날 예정인데, 아기에게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다.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200만 원을 동봉했다.

그는 편지에서 "몇일(며칠) 뒤 또 돈을 훔치러 갔는데 한 스님이 제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셨습니다. 그날 아무 일도 없었고 집으로 왔습니다"라고 썼다.

소년을 계도한 사람으로 통도사 주지를 지내고 지금도 자장암에 살고 있는 현문 스님이 지목됐다.

스님은 " IMF로 사람들이 너무 힘든 것을 알았기에 소년을 보낸 후 그 일도 그냥 잊어버렸다"고 했지만, 편지 주인공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습니다. 그날 스님이 주문을 넣어서 착해진 거 같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라고 글을 끝냈다.

3) 연희동 싱크홀 원인, 빗물펌프장 공사 때문이었나

지난 8월 29일 발생한 서울 연희동의 싱크홀 사고가 인근에서 진행중인 빗물펌프장 관로 공사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사고 원인을 놓고 노후 하수관 공사 등 여러가지 원인이 거론되고 있는 참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시가 싱크홀 지점으로부터 약 700m 떨어진 사천펌프장으로 빗물을 유입시키는 관로 공사를 위해 발주한 지반조사 자료를 보니 인근의 지하수위가 2017년~2022년 사이 최장 7m까지 낮아졌다. 싱크홀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진 구간의 지하수위가 1.9~3m가량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대규모 지하공사 과정에서 지하 깊은 곳에 공동(空洞)이 생기면 그 위를 지나던 지하수가 아래로 흐르고, 상층에 있던 흙이 연쇄적으로 떨어지면서 지표면이 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공사는 우기에 집중되는 빗물을 홍제천으로 뽑아내는 사업이다. 당초 2022년 6월 끝날 예정이었지만 공사 중 큰 암반을 만나 핵심 기계가 고장나면서 공사가 중단돼 내년 6월로 준공이 미뤄졌다.

4) 미국 유권자 전체가 '트럼프 사건 배심원단' 됐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성추문 사건의 형량을 정하는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이번 재판을 담당한 후안 머천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판사의 결정이다. 원래는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선고가 11월 26일로 미뤄졌다.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7월 '재판 연기'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판결을 했다. 대통령 재직 중 '공적 행위'는 면책특권에 해당돼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심원단 평결의 근거가 된 일부 증거는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중에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유죄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로써 뉴욕발 사법리스크를 뚫고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게 됐지만, 문제는 11월 5일 대선 이후다.

만약 그가 대선에 당선되면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형사소추와 재판 진행 등의 이슈가 터져나올 수 있다. 헌정 중단의 위기와 공화당 분열 등을 촉발시켰던 2021년 '대선 결과 불복' 사건 재판의 진행도 영향을 받게 된다.

트럼프는 "마녀사냥이 연기됐다"고 썼지만, 그의 말마따나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한 진짜 평결은 투표장에서 이뤄지게 됐다.

5)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서울-부산 주파 가능한 '탄소 제로' 열차

스위스에서 개발한 '탄소 제로' 열차가 오는 24일 일반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개발회사는 스위스 기업 슈타들러. 모델명은 'RS 제로'. 수소와 배터리로만 달리는 세계 최초의 열차라고 한다.

'RS 제로'는 주행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내뿜지 않는다.

열차에서 동력을 생성하는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하면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전기가 생성된다. 이때 생기는 전기가 기차 바퀴를 돌리는 원리다.

이는 경유 등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열차와 달리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승객 150명을 싣고 최대 2량을 이어붙여 운행할 수 있는데, 시속 120km로 최대 1000㎞를 주행할 수 있다. 3월 20일에는 이틀 동안 서울과 부산 거리의 약 7배인 2803㎞를 주파하는 기록을 세운 적도 있다고 한다.

친환경성을 높이려면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철길 위에 전력선을 설치해 바로 동력을 공급받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전력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유럽 철도 노선의 43%에는 전기 공급 선로가 설치되지 않았고, 독일에서는 이 수치가 38%로 떨어진다.

탄소제로 열차는 24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 철도기술 박람회에서 처음 일반에 전시될 예정이다.

6) '소수파 총리' 선임으로 흔들리는 프랑스 정국

토요일(7일) 파리 2만 5000여 명을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11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임명한 미셸 바르니에 총리 비토 시위였다. 이틀 전 신임 총리에 지명된 바르니에는 우파공화당(LR) 소속인데, LR은 7월 총선에서 39석을 얻은 소수당이다.

7월 총선에서 1당은 좌파 신인민전선 NFP(182석), 2당은 중도우파 앙상블(159석), 3당은 우파 국민전선 RN(142석)이 각각 차지했다.

1차 투표에서 국민전선의 약진에 놀란 좌파와 중도파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RN의 1당을 막는 데는 성공했다. 문제는 세 당 모두 의회 단독과반수(289석)를 차지하는 데 역부족인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마크롱과 바르니에가 소속된 LR(39석)과 힘을 합쳐도 과반에는 턱 없이 모자란다.

관례대로라면, 마크롱은 1당을 차지한 신인민전선에 총리지명권을 주고 연정을 구성하는 게 맞다. 마크롱은 좌파인사로 구 사회당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베르나르 카즈뇌브를 총리 물망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카즈뇌브는 총리직 수락의 조건으로 마크롱이 추진한 연금개혁안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격분한 마크롱은 좌파와의 연정 협상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마크롱이 재임 기간 중 보여준 우파 행보 때문에 신인민전선에서 벼르는 사람이 많았다. '완고한 좌파'와의 연정 협상에 이력이 난 마크롱이 우파 국민연합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의 우파 총리 바르니에를 선택한 셈이다.

최악의 경우 신인민전선과 국민전선이 '총리 불신임안'에 공조하면 마크롱은 자력으로 어떠한 사람도 총리에 임명할 수 없는 '통치불능'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마크롱의 '선택' 이후 좌파들은 '배신'이라고 거리에 나서는 반면, 국민전선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이제는 국민전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여유를 보이는 이유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프랑스는 총선 지형에 따라 동거정부를 구성하곤 했다. 좌우가 손잡았던 역대 동거정부들은 정치적으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중도파와 우파가 손잡은 4번째 동거정부의 운명도 아슬아슬하다.

2017년부터 프랑스 정가를 휘잡아 온 '마크롱 매직'이 기로에 섰다.

7) 오늘의 1면톱

▲ 경향신문 = '수심위 설계자'마저 "이럴 바엔 폐지하라"
▲ 국민일보 = 정치가 띄운 협의체 외면만 하는 의료계
▲ 서울신문 = '증원 백지화'에 갇힌 의협 여야정 협의체 '반쪽'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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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 의사뺀 여야정협의체 여당 '개문발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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