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 폭염이라니... 가을 단풍 기다리는 이유
계절의 변화에도 적당한 리듬감이 필요하다
지난주 주말을 앞두고 서울에는 비가 왔다. 덕분인지 낮과 밤의 온도 모두 확 내려갔다. 고작 이틀뿐이었으나 가을이라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시원했다.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주말이 되기가 무섭게, 기온은 다시 30도를 돌파해 버렸다. 일교차가 제법 벌어져 아침저녁의 열기는 조금 덜하지만 한낮의 뙤약볕은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다. 습도가 좀 내려간 것만 빼면, 여전한 폭염의 날들이다.
올해 겪어내고 있는 여름은 내 기억이 맞다면 덥다는 말을 가장 많이 내뱉었던 날들이 아니었나 싶다. 끝까지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벌써 9월이 열흘이나 지났는데 가을의 문턱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에도 가을은 무척 더디게 오고 있는 것 같다. 9월 중순에 폭염주의보라니.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확실하게 레전드였던 더위로 각인되고 싶은 모양이다.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는 단지 더위에 지쳐서만은 아니다. 여름은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가을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울긋불긋 단풍과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사이로 낙엽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풍경. 짙은 녹색의 푸르름으로 빽빽했던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낙엽이 지는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르익는다'는 표현이 딱 맞다. 여름이 만물을 자라나게 했다면 가을은 그것들을 숙성시킨다. 그 모습은 왠지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기도 해서 보고 싶어 진다. 가을이 오면 단풍놀이를 떠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역시 나와 같지 않을까.
단풍이 물드는 시기는 가을의 척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의 끝에서 꽃이 피는 봄날을 기다리는 것 이상으로 여름의 끝에서 가을 단풍을 기다리지 않았던가. 노랗고 붉게 물든 나뭇잎들은 더운 여름을 잘 지내온 보상으로 주어지는 우리를 향한 선물과도 같다.
안타깝게도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해가 갈수록 점점 늦어지고 있다. 기상정보 제공 업체 웨더아이에서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단풍 예상 시기'를 발표한다. 올해 여름이 길고 더웠던 만큼 첫 단풍이 드는 때와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 모두 평년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한다.
보통 산을 기준으로 정상에서부터 20% 정도 단풍이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으로 보고, 80% 이상 물들게 되면 절정시기로 본다고 한다. 작년에도 무더위가 제법 길었던 탓에 단풍이 늦은 편이었다. 올해도 만만치 않았으니 단풍이 찾아오는 시기가 아마 작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기상전문 IT 기업인 '웨더아이'가 내놓은 예측대로라면 설악산을 기준으로 첫 단풍은 9월 29일에, 절정기는 2주 후인 10월 17~20일이 될 것이다. 웨더아이 게시판에는 2016년부터 해당 자료가 나와있어 그 이전 데이터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조금씩 단풍이 드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이런 추세라면 해가 거듭될수록 단풍 구경할 수 있는 시간들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우리 곁에 아주 잠시 다가왔다가 스쳐 지나가 버리는 가을의 정취를 차마 붙잡지 못하고 아쉬워만 해야 할 것이다.
여름이 길어진 딱 그만큼, 가을의 날들도 짧아질 것을 안다. 가을과 봄이 사라져 가고 있다. 옷장 안에 더 이상 간절기 옷을 둘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온난화로 인해 더워진 지구는 우리로 하여금 극단적인 계절 속에 살아가도록 놔두고 있다.
이상 고온 현상이나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태풍으로 인한 피해 소식들을 뉴스에서 자주 듣게 된다. 앞으로 손을 쓰지 않는다면 이상한 날씨들이 일상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 갑작스럽고 변덕스럽게 성질 부리는 날씨는 우리의 삶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계절의 변화에도 적당한 리듬감이 필요한 법이다.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에 위치하면서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따뜻함과 시원함을 마치 숨을 불어넣듯이 대지에 가득 내뿜는다. 바뀌는 계절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셈이다.
그런 풍경 안에서 우리 역시 봄에는 꽃놀이, 가을엔 단풍놀이로 한숨 돌리곤 했다. 놀이 대상이었던 자연이 점점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간다는 건, 무척 씁쓸한 일이다. 우리가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마지막으로 즐기는 세대가 되지 않았음 한다. 올 듯 말 듯 더디 오는 가을이 야속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주말이 되기가 무섭게, 기온은 다시 30도를 돌파해 버렸다. 일교차가 제법 벌어져 아침저녁의 열기는 조금 덜하지만 한낮의 뙤약볕은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다. 습도가 좀 내려간 것만 빼면, 여전한 폭염의 날들이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에도 가을은 무척 더디게 오고 있는 것 같다. 9월 중순에 폭염주의보라니.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확실하게 레전드였던 더위로 각인되고 싶은 모양이다.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는 단지 더위에 지쳐서만은 아니다. 여름은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가을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울긋불긋 단풍과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사이로 낙엽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풍경. 짙은 녹색의 푸르름으로 빽빽했던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낙엽이 지는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르익는다'는 표현이 딱 맞다. 여름이 만물을 자라나게 했다면 가을은 그것들을 숙성시킨다. 그 모습은 왠지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기도 해서 보고 싶어 진다. 가을이 오면 단풍놀이를 떠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역시 나와 같지 않을까.
단풍이 물드는 시기는 가을의 척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의 끝에서 꽃이 피는 봄날을 기다리는 것 이상으로 여름의 끝에서 가을 단풍을 기다리지 않았던가. 노랗고 붉게 물든 나뭇잎들은 더운 여름을 잘 지내온 보상으로 주어지는 우리를 향한 선물과도 같다.
안타깝게도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해가 갈수록 점점 늦어지고 있다. 기상정보 제공 업체 웨더아이에서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단풍 예상 시기'를 발표한다. 올해 여름이 길고 더웠던 만큼 첫 단풍이 드는 때와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 모두 평년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한다.
▲ 올해 첫단풍은 평년보다 늦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 웨더아이
보통 산을 기준으로 정상에서부터 20% 정도 단풍이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으로 보고, 80% 이상 물들게 되면 절정시기로 본다고 한다. 작년에도 무더위가 제법 길었던 탓에 단풍이 늦은 편이었다. 올해도 만만치 않았으니 단풍이 찾아오는 시기가 아마 작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기상전문 IT 기업인 '웨더아이'가 내놓은 예측대로라면 설악산을 기준으로 첫 단풍은 9월 29일에, 절정기는 2주 후인 10월 17~20일이 될 것이다. 웨더아이 게시판에는 2016년부터 해당 자료가 나와있어 그 이전 데이터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조금씩 단풍이 드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이런 추세라면 해가 거듭될수록 단풍 구경할 수 있는 시간들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우리 곁에 아주 잠시 다가왔다가 스쳐 지나가 버리는 가을의 정취를 차마 붙잡지 못하고 아쉬워만 해야 할 것이다.
여름이 길어진 딱 그만큼, 가을의 날들도 짧아질 것을 안다. 가을과 봄이 사라져 가고 있다. 옷장 안에 더 이상 간절기 옷을 둘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온난화로 인해 더워진 지구는 우리로 하여금 극단적인 계절 속에 살아가도록 놔두고 있다.
▲ 주요산 단풍 예상 시기 ⓒ 웨더아이
이상 고온 현상이나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태풍으로 인한 피해 소식들을 뉴스에서 자주 듣게 된다. 앞으로 손을 쓰지 않는다면 이상한 날씨들이 일상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 갑작스럽고 변덕스럽게 성질 부리는 날씨는 우리의 삶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
계절의 변화에도 적당한 리듬감이 필요한 법이다.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에 위치하면서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따뜻함과 시원함을 마치 숨을 불어넣듯이 대지에 가득 내뿜는다. 바뀌는 계절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셈이다.
그런 풍경 안에서 우리 역시 봄에는 꽃놀이, 가을엔 단풍놀이로 한숨 돌리곤 했다. 놀이 대상이었던 자연이 점점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간다는 건, 무척 씁쓸한 일이다. 우리가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마지막으로 즐기는 세대가 되지 않았음 한다. 올 듯 말 듯 더디 오는 가을이 야속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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