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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개 중 1개... 용인시 장애인들은 어디서 운동할까요

용인특례시 장애인 체육시설의 현주소 수원·고양 등 도내 8개 도시 장애인종합체육시설 갖춰

등록|2024.09.10 10:15 수정|2024.09.10 10:27

▲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조성된 처인구 양지면 용인시청소년수련원 내 론볼경기장 전경. 용인시에서 설치한 장애인 전용 구장은 론볼경기장이 유일하다. ⓒ 용인시민신문


최근 장애인탁구 동호인들의 요구로 용인시 체육진흥과와 장애인체육회, 장애인탁구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게 장애인탁구 동호인들의 요구였다. 장애인복지관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운동하거나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컨테이너에서 운동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체육시설에 대한 확충 요구는 비단 장애인뿐만이 아니다. 수영연맹 등 용인시체육회 40여 개 종목단체는 물론, 읍면동 체육회나 동호인 단체까지 간담회나 대회 등의 자리에서 체육시설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용인시가 설치한 공공체육시설은 290여 곳에 이른다. 공원이나 도시숲 등에 설치된 일부 시설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편의시설 등을 갖춘 80여 개 공공체육시설은 용인시 공공체육시설 통합예약 시스템에서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체육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많아 주말이나 평일 오후 시간대에 집중되는 게 주요 원인이지만, 체육 인구 대비 공공체육시설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체육시설 290여 곳 중 장애인 체육시설은 1곳뿐

▲ 올해 1월부터 장애인 전용코트로 이용되고 있는 처인구 마평동 처인배드민턴구장. ⓒ 용인시민신문


이용 시간에 대한 제약이나 예약 등 불편함이 있지만 비장애인들은 그나마 지역 곳곳에 크고 작은 공공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과 뇌병변 장애인 등 보조인의 도움을 받거나 척수장애인 등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 등은 이동권의 제약으로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290여 곳에 이르는 공공체육시설이 있어도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체육시설은 사실상 3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용인시가 설치한 장애인 전용 구장은 1곳뿐이다. 용인시가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처인구 양지면에 조성한 용인시청소년수련원 내 론볼 경기장이다.

나머지 2곳은 수지레스피아 테니스장과 처인배드민턴장으로, 2개 코트가 장애인 전용 코트(장애인 우선 코트)로 이용되고 있다.

처인배드민턴장은 그나마 장애인체육회가 용인시 장애인 보치아 대표 선수 훈련을 위한 전용코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인시체육회에 요청해 올해 1월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주말을 제외한 월~금요일에만 사용 가능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용인시장애인체육회 가맹단체 동호인들은 민간시설이나 다른 지역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체육회 가맹단체는 장애인론본연맹, 장애인수영연맹, 장애인보치아연맹, 장애인탁구협회, 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 등 모두 17개 단체다.

회원 수는 비장애인 종목단체보다 월등히 적지만 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체육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인시장애인배드민턴협회 서승현 사무장은 "처인배드민턴장에 장애인 우선코트가 생기긴 했지만 보치아 선수들과 함께 사용해야 하고, 장애인전용 주차공간이 부족해 이용이 어렵고 홍보도 잘 안 된 것 같다"며 "일반 군도 장애인 전용 체육관이 있는데 용인시는 대도시임에도 일반 군보다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장애인탁구협회 장재경 사무국장은 지난 8월 간담회 자리에서 "컨테이너 부스에서 운동하는 열악한 환경과 선수에 대한 육성이나 관리가 잘 되지 않다 보니 타 시군으로의 선수 유출이 많다"고 열악한 운동시설 문제를 지적했다.

설령 운동할 수 있는 시설만 갖추고 있어도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 ⓒ 용인시민신문


실제 간담회에서 탁구 동호인들은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 출전 전 훈련을 언급하며 "협회에서 동백동에 훈련할 수 있는 탁구장을 마련했지만 편의시설 부족과 안전 문제로 한 차례도 이용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탁구클럽이 있는 8층짜리 건물에는 주차공간이 27면에 불과한데다 장애인전용 주차공간은 2면 뿐이었다. 특히 화장실 등에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어야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지만 해당 건물 화장실은 편의시설은커녕 휠체어가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장애인체육 동호인들과 가맹단체들은 반다비체육센터처럼 여러 종목의 동호인과 선수들이 전천후로 이용할 수 있는 종합체육관에 대한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 공공데이터 개방포털 경기데이터드림에 의하면, 장애인종합체육관을 갖춘 경기도 내 도시는 수원특례시(2곳)와 고양특례시(2곳)뿐 아니라 광주시(2곳), 안양시, 안산시, 시흥시 등 모두 7개 시다. 이 가운데 수원, 고양, 광주는 수영장 등 2개의 종합체육시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대도시 중 체육 예산 하위권

용인시장애인배드민턴협회 서승현 사무장은 "시에서 반다비체육관을 추진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가맹단체들은 반다비체육관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가맹단체 회원 수가 많지 않은데 개인적인 사정도 있겠지만 시설이 많지 않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사무장은 "비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체육시설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고 눈치가 보여 이용하기 어려워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종합체육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장애인들은 주차공간과 장애인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춰야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편의시설을 갖춘 론볼경기장 화장실(위쪽)과 장애인탁구협회가 선수들에게 훈련장소로 제공했던 비좁은 기흥구의 탁구클럽 화장실(아래쪽) 모습. ⓒ 용인시민신문


용인시 체육 예산은 2024년 본예산 기준으로 338억 원으로 일반회계 예산의 1.2%에 그치고 있다. 반면 수원시는 일반회계 예산의 2.3%인 638억 원을 체육예산으로 쓰고 있다. 화성시 역시 일반회계의 2.3%인 665억 원을 체육예산으로 편성했다.

특히 성남시는 일반회계의 3.1%에 이르는 884억 원을 체육예산으로 편성할 정도다. 특례시인 용인시 체육예산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같은 특례시인 고양시만 용인시와 비슷한 수준(1.3%, 335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수원, 성남 등의 도시가 2% 넘게 체육 예산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생활체육 활성화로 인한 체육시설 확충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체육에 대한 투자를 복지로 인식하고 의료비를 낮추는데 기여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애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장애인복지 차원에서 장애인 체육시설 확충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강진 전 용인시탁구협회장은 용인시민신문에 한 기고문을 통해 "용인시의 경우 인구 대비 체육 예산은 경기도 기초자치단체 중 대도시에 속하는 다른 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고 장애인 체육시설에 대한 확보가 상당히 미흡하다"며 "시민들의 기본권인 체육활동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체육시설 인프라 구축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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