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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존재계발서이다

정지우 작가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를 읽고

등록|2024.09.10 14:42 수정|2024.09.10 14:42
이 책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는 존재계발서이다. 자기계발서들이야말로 가장 트렌디한 시대의 옷을 입는다. 하지만 정작 까보면 그 속살은 죄다 어떻게 하면 부를 쥘 수 있을지, 그로 인한 성공이라 불리는 삶을 살 수 있을지로 종결된다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거기에 '누구나'와 '당신도'라는 키워드를 붙이는 것은 필수다.

'간절히 바라는 그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려고 해도 도와줄 수 없다', '이 세계는 마치 거대한 게임과 같고, 공략집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정도 밖에 못 사는 것이다' 등등. 이런 자기계발서들의 언어와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일어나서 박차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이런 내용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일종의 '신앙'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삶 그리고 그 위에 놓여진 존재는 획일적일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각자의 방법을 찾느냐 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끝날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자본주의의 손아귀 안에 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가질 수만 있다면 그런 방법 따위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돈은 상상 이상으로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소유하는 건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노력이나, 운이나, 평등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앞서 말한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바는 다 궁극적으로 오류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기적의 논리'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그래서 어떤 의미로 자기계발서는 '신앙서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정지우 작가 신간<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 마름모출판사


이런 맥락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존재계발'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지혜를 탐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지혜로 말미암은 태도의 상승을 의미한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부'를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부로 말미암은 '성공'이 아닌 존재로 말미암은 '성공'을 거머쥘 수 있게 해주고, 간편하진 않지만 치열하기 때문에 고로 흩어지기도 어려운 단단한 행복에 도달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좋은 삶으로 가는 여정에 관한 책이다'

서문 첫 문장에 등장하는 바와 같이, 이 책은 바로 그 지혜와 태도로 말미암은 좋은 삶으로 가는 여정을 말하기에 반드시 '존재계발서'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실 꽤 도발적인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라는 제목에 비해 돈 이야기는 표층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심층에 흐르고 있는 거대한 물결은 읽는 이들에게 질문한다. 과연 돈 말고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결론은 아무리 돈이 최고인 시대라 하더라도, 돈만 쫓는게 항상 능사는 아니고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 즉, 우리는 나의 시간을 써서 돈이 아닌 무엇을 쌓아왔는지, 또 무엇을 쌓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 무언가가 오히려 더 큰 돈을 벌어줄 수도 있다. 그러니 돈에만 목을 매게 되면 말 그대로 돈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삶이 되는 셈이고, 돈마저 없어지면 삶을 증명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게 된다.

그러나 내가 시간으로 쌓은 어떤 기술이나, 취향, 능력, 태도, 지식등은 돈이 없어져도 남는다. 그것들은 내가 길바닥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며, 삶의 근본이자 자존감의 바탕이 된다. 그래서 돈이 아닌 다른 것도 쌓아온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에게는 그들의 삶과 결코 바꾸고 싶지 않은 그 무언가가 있다. 내가 온 마음을 다하여 얻은 진실의 시간들이 있고, 그것은 그 무엇 앞에서도 강하고 공고하다. 나는 내 마음이 담긴 시간들로 강해진다.' - 142-143p.


저자를 수식하는 말 중 가장 빼어난 말은 '매일 쓰는 사람'일 것이다. 그와 같이 매일 쓰지는 못하지만, '매일 쓰려고 하기는 하는 자'로 늘 궁금한 것이 있었다. 아니, 이 자는 도대체 어떤 거대한 '빙산'과 같은 내면세계를 가지고 삶을 대하기에 매일 '일각'으로 이런 글들을 써낼 수가 있는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 빙산을 바로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참을 수 없어서, 이 빙산으로 팥빙수를 만들어 흡입하고 싶어서,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하기에 독서토론 모임까지 열어 이 산을 즐거히 등산 중이다.

삶을 향한 좋은 태도란,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매순간 진지하게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하며 지독할 정도로 꼿꼿하게 걸어가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성공에 눈 먼'이 아닌 '삶과 사랑 그리고 행복에 눈 뜬' 진짜 존재가 될 것이라 믿는다. 더 잘 되고, 성공한 사람이 아닌, 더 잘 살고 싶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응원하는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존재계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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