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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권' 놓고 갈라진 미국... 대선 쟁점 급부상

해리스-트럼프 '임신중절권' 공방... 젊은 여성들 "경제보다 중요해"

등록|2024.09.11 09:15 수정|2024.09.11 10:31

▲ 미국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신중절권 의견을 비교하는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성의 임신중절권이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22년 6월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는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강력한 보수 우위의 대법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성 및 진보 단체 측은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가 없앤 임신중절권, 해리스가 되살릴까

연방 정부 차원의 임신중절권이 사라지자 보수 성향이 강한 주(州)에서는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법안을 앞다퉈 입법했다.

애리조나, 앨라배마, 아칸소, 텍사스 등 최고 14개 주가 임신 초기 단계부터 임신중절을 금지했다. 일부 주에서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성폭행 및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에도 임신중절 금지를 적용키로 했다.

여성 및 진보 단체는 임신중절권 보장에 대한 찬반을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애리조나, 미주리, 플로리다, 뉴욕 등 10개 주가 대선이 치러지는 날에 맞춰 주민투표를 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환영하고 나섰다. 임신중절에 찬성하는 여성 및 진보 성향 유권자가 결집해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5세 미만 여성 유권자의 경우 이번 대선의 표심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가 아닌 임신중절권을 선택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임신중절권 이슈를 최대한 부각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여성 표심 잃을라... 말 아끼는 트럼프

해리스 부통령은 대표적인 임신중절권 찬성론자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그는 만약 대선에서 승리하면 다시 연방 정부 차원의 임신중절권 보장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AP 통신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번 선거가 여성의 임신중절권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기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해리스 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국적인 임신중절 금지법에는 서명하지 않겠다며 각 주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자신이 "보수 성향 대법원을 임명해 임신중절권을 끝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내세우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여성이나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임신중절권 금지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신중절권 반대가 자신의 대선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을 알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수층과 임신중절권 반대 운동가들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면서도 임신중절권을 지지하는 온건파의 표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며 "이 때문에 임신중절권에 대한 그의 입장은 혼란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보수층에서도 임신중절권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정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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