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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자연도와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지에까지 '삽질'을 한다고?

금호강 르네상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뜯어보니

등록|2024.09.11 11:04 수정|2024.09.11 11:30

▲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조감도. 대구시는 이렇게 화려한 관광 교량을 세계적 습지인 달성습지 초입에 만들겠다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일부 물려 있고,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지에 해당하는 곳에서 대구시가 토건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이라는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이 착공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하천점용허가가 아직 떨어지지 않아 정식 착공은 하고 있지 못하지만 9월 중순 착공이 예상된다.

생태자연도와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지에 공사를?

그런데 대구시가 공사를 벌이려는 하는 곳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 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 초입에 해당하는 곳이다. 달성습지는 대부분이 생태자연도 1등급지이고,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대구시의 사업 부지에 일부가 물려 있는 것이다.

▲ 본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생태자연도에 대해서 이렇게 해설해주고 있다 ⓒ 환경부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다음과 같이 생태자연도를 설명하고 있다.

"생태자연도는 각종 개발계획의 수립・시행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의 자연환경을 멸종위기 또는 보호 야생동‧식물의 분포 상황, 경관 등 생태적 특성에 따라 등급을 표시하는 지표이다.

즉, 국토 자연환경의 생태적 가치, 자연성・경관적 가치 등의 제반 보전가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면으로서 보전가치에 따라 1, 2, 3등급으로 구분하고 자연환경 보전 또는 토지이용 및 개발계획의 수립이나 시행에 활용되는 자료이며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본 사업지구 내에는 생태자연도 1, 2, 3등급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도면으로 확인되듯이 생태자연도 1등급지는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으로 지어지는 교량의 오른쪽 일부에 명확히 들어 있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는 '자연환경의 보전 및 복원' 구역에 해당하는 곳으로 개발이 불가한 곳이다. 그런데도 이 사업은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 교량 건설 사업부지가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지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표시되어 있다. ⓒ 환경부


뿐만 아니다. 국토환경성평가지도란 척도도 개발사업시에 활용된다. 이 사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 나와 있는 국토환경성평가지도에 대한 설명을 보자

"국토환경성평가지도란 국토의 다양한 환경정보(70개 항목)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환경적 가치에 따라 전국을 5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색채를 다르게 표시하여 누구나 알기 쉽게 작성한 지도이다.

국토환경성평가지도는 개발사업에 대하여 환경적 측면에서의 입지 적정성 및 입지 타당성을 검토하고, 개발사업 허가 전 입지적합성 또는 환경영향 정도에 대한 저감방안을 검토하는 데 활용된다. 평가항목별로 지역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한다. 보전가치가 높은 경우 1등급에 해당한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나와 있는 지도를 확인해보면 해당 사업 구간은 전부 1등급지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대구시가 토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보전가치가 아주 높은 곳에서 개발사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는 통과됐다.

생태자연도 1등급에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에 함께 해당하는 곳에서 토건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는 이렇게 주장했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것은 환경부가 환경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개발업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이는 환경부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켜준 환경부 공무원에게 법적 심판까지 물을 사안으로 보인다."

▲ 달성습지 거의 전역이 생태자연도 1등급지이고, 그 중 일부가 사업부지에 들어가 있다. ⓒ 환경부


그는 또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다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지에서도 마구 개발이 자행되면 우리 국토의 모든 곳에서 개발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행정의 길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과연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개발이 불가한 곳은 개발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장치가 환경영향평가인데 이런 식으로 절대 보전지역마저 '삽질'이 자행될 수 있다면 환경영향평가가 왜 있어야 하며, 환경부 또한 왜 존재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란 주장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개발을 하더라도 1등급지 이외의 지역에서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호대교 뒤편으로 사업부지를 물리든가 강창교 하부를 이용해 잠수교 형식의 교량을 건설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낙동강과 금호강 그리고 진천천이라는 세 개의 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 달성습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곳은 달성습지의 바로 초입에 해당하는 곳으로 필자는 몇 해 전 이곳 부근 모래톱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가 도래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 교량이 들어서서 화려한 경관 조명을 달고 분수를 쏘게 된다면 흑두루미가 다시는 도래할 수 없을 것이다. 달성습지 생태계에 교란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단체들은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이 하루빨리 철회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감자는 건드리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대구의 씨감자에 해당하는 달성습지에서마저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건 미래는 전혀 내다보지 않겠다는 '한탕주의 행정'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지금이라도 철회 혹은 수정돼야

▲ 대구시가 여론 수렴 없이 강행하고 있는 금호강 르네상스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지난 8월 열린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 강행하는 대구시 규탄 기자회견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모든 행정을 잘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은 지켜야 한다. 그래서 법이 필요한 것이고 양심이란 것이 존재하는 이유다. 기본이 지켜지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은 철회되거나 수정되는 것이 옳다."

'금호강 공대위' 장수연 대표의 말이다. 장 대표의 말대로 이 사업이 아직 첫 삽을 뜨기 전이니, 대구시가 더욱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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