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과 달라" 한국영화 보러 여기까지 찾아온 외국인들
제1회 멜버른 한국 영화제 성황리에 열려... 개막작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도 참여
▲ 멜버른한국영화제 첫날, <왕의 남자> 관람에 앞서 관객들은 이준익 감독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했다. ⓒ 김은경 스텔라
기대를 뛰어넘어 상당한 기간 지속되고 있는 한류.
이제는 식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 필름 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 시드니 주재 한국문화원에서 주관해 왔다. 이번엔 호주의 대도시를 돌며 개최하던 기존 방식에서 시드니 근교 소도시들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따라서 주요도시 중 하나인 멜버른에서의 한국 필름 페스티벌은 열리지 못할 상황이 됐다. 이에 멜버른분관(분관장 이창훈 총영사)은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추진력을 보이며 자체적으로 첫 한국 필름 페스티벌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변동에 이 행사는 없던 걸로 해야겠다는 의견도 나왔는데 몹시 서운하더라고요.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영화제를 기다리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창훈 총영사와 임직원들은 그래서 급히 영화제 준비 팀을 꾸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등에 섭외 요청을 하는 등 힘을 합해 자체적으로는 첫번째 영화제를 준비했고, 기대보다 훨씬 큰 호응을 받으며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대단한 문화 보유한 대한민국"
▲ 멜버른한국영화제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멜버른분관 이창훈 총영사 ⓒ 김은경 스텔라
5일 오후 5시 30분부터 멜버른 랜드마크인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의 아크미(ACMI : Australian Centre for the Moving Image) 메인 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약 100여 명의 내외 인사가 참석했다.
이창훈 총영사는 환영사를 통해 "처음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영화제가 순조로울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많은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는 영화제 개막 전날, 멜버른 시내 한복판을 '코리아타운'으로 명명한다는 내용이 정식 발표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축사에 나선 닉 스타이코스(Nick Staikos. MP) 총리 및 다문화 담당 국회 비서관 역시 "코리아타운 공식 발표에 맞춰 열린 이번 영화제가 더욱 빛나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면서 "대단한 문화를 보유한 대한민국과의 지속적인 교류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팀 케인(Tim Kane) 외교통상부 빅토리아 주 총괄은 "서로 문화의 교류가 이뤄지는 이런 행사는 언제나 참 좋다"면서 "호주와 한국 사이에선 교역, 문화교류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CMI 대표 브릿 롬스타드(Britt Romstad) 박사는 "한국 영화제의 한 부분을 담당하면서 좋은 작품들을 만나고 문화를 더 깊이 알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했다.
피터 캐시(Peter Casey)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한국의 놀라운 문화 수준을 설명하며 "한국은 대단한 역사를 가진 나라다. 그 문화를 현대에도 적절히 접목시킨다" 라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캣츠(CATS)'의 첫 한국 공연이 열린 1994년부터 인연이 닿아 박칼린씨, 작곡가 김희갑씨와 협업으로 '명성황후'를 무대에 올리는 등 한국의 음악·연극계와 작업한 경험이 있다.
이준익 감독 "한국영화에 대한 반응, 6년 전 비해 더 큰 호감으로 발전한 듯"
▲ 개막작 <왕의 남자> 상영에 앞서 관객들과의 대화를 가진 이준익 영화감독. 많은 비한국인 관객들을 위해 통역 서비스가 함께 제공됐다. ⓒ 김은경 스텔라
개막식 후 극장 안으로 자리를 옮긴 참석자들은 <왕의 남자> 관람에 앞서 '이준익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가 올해로 제작 20주년이 됐다"면서 "5백 년이라는 시간 저편의 이야기가 배경인 영화이니 20년이란 세월은 비교 대상이 이미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도 지루하지 않게 보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기자에게 "한국영화에 대한 반응이 6년 전에 비해 더 큰 호감으로 발전했다는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곳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는 2세, 3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영화를 만들겠다'에서 그치면 제대로 된 감독, 영화인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떤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 어떤 감독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호주에서도 '호주판 미나리'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 감독, 배우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왕의 남자>를 비롯해 <자산어보>, <공조2>, <천박사 퇴마연구소>, <명당>, <택시운전사>, <미씽, 사라진 여자>, <아이 캔 스피크>, <굿바이 싱글>, <은밀하게 위대하게>, <범죄와의 전쟁> 등이 상영됐다.
관객들은 "조금 오래 된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에서 다른 음향과 더불어 보는 건 확실히 달랐다", "오래 됐다고 해서 감동이 다른 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느낌이었다", "한국의 옛날뿐 아니라 지금의 역사를 소개하는 영화도 선정돼 좋았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선 비한국인 관객들이 참여가 눈에 띄게 많았다. 이들은 관람을 마친 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하며 '다음 영화제가 열리면 반드시 다시 오겠다'고 한목소리고 말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 Nick Staikos 총리 및 다문화 담당 국회 비서관 ⓒ 김은경 스텔라
▲ 팀 케인(Tim Kane) 외교통상부 빅토리아 주 총괄 ⓒ 김은경 스텔라
▲ 피터 캐시(Peter Casey)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 김은경 스텔라
▲ ACMI 대표 브릿 롬스타드(Britt Romstad) 박사 ⓒ 김은경 스텔라
▲ 이준익 감독 ⓒ 김은경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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