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전략, 어디로 표류하고 있는가
[사의재의 직필] 균형발전의 유일한 답이지만 재정 투자 등 구체성 떨어져
▲ 윤석열 대통령이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3.11.2 ⓒ 연합뉴스
균형 발전과 지방 소멸 의제에 관해 윤석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21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초광역 협력 지원 전략'(관계 부처 합동)은 메가시티 전략을 위한 장기적으로 적용가능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는 균형 발전 전략의 중장기적 방향설정에 있어서 메가시티 전략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 초광역 연계와 협력의 관점과 전략은 대체로 희미해졌다. 메가시티 전략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재강조 되면서, 2023년 11월 '제1차 지방 시대 종합계획' 의 중요 내용으로 4+3 초광역 발전 전략이 포함되었다. 즉, 4대 초광역권(충청권·광주전남권·대구경북권·부울경) 및 3대 특별자치도(강원권·전북권·제주권)가 제출한 발전 계획을 바탕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청사진이다.
문제는 재정 투자
▲ 2023년 11월 13일 충청권 4개 시·도는세종시 지방자치회관에서 열린 '준비된 메가시티, 충청시대 선포식'을 개최했다. ⓒ 대전시
최근의 사례로 충청권 4개 시도가 연합하여 올해 말 출범 예정인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가칭) 충청지방정부연합'이 지난 5월 행안부가 규약을 승인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충청권 메가시티가 앞으로 순항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예정되어 있는 교통 인프라 관련 사업 이외에 충청권역을 연계하는 산업, 인재 양성 체계를 위한 실질적인 재정 투자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 정부는 답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메가시티를 뒷받침하는 세 개의 축을 ① 초광역 거버넌스 ② 초광역 연계 인프라 ③ 산업·인재 양성의 초광역 협력 체계라고 한다면 충청권은 초광역 거버넌스의 첫 단계 실험 속에 있다. 다른 권역 또한 마찬가지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이 첫 단계를 돌파하지 못하고 좌초했다. 협력 체계를 형성하기 위한 거버넌스구축의 조건이 상대적으로 난해했던 측면이 있었다. 충청권은 이에 비해 광역시도 간 역관계 및 이해관계의 우열 및 갈등이 덜하여 수평적 협력의 조건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②와 ③을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할 중장기적 초광역 단위 재정투자의 조건이다.
앞서 언급한 초광역 협력 지원 전략(2021.11>에 의하면, 정부의 메가시티 지원 체계는 '분권 협약'과 '초광역 특별협약'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분권 협약은 국가 사무의 위임에 관한 협약이며, 초광역 특별협약은 재정 투자에 대한 정부와 특별지자체 간 협약이다. 즉, 초광역 특별협약(재정투자협약) 없는 분권 협약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한 표면적인 이유는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의 방침이 바뀐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재정 투자에 대한 정부와 특별지자체 간 안정적인 협약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처럼 정부와 특별지자체 간 초광역권 협약의 형태로 재정 투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현재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지역발전투자협약에 관한 운영지침에 초광역권 협약의 내용이 포함되어(2022년 2월 균특법 개정) 법적 근거 또한 충분하다.
만약 초광역권 협약을 통한 재정 투자의 방식이 당장 어렵다면, 지속적으로 비판과 함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균형발전특별회계를 개편하여 초광역 계정을 신설하고, 이를 통해 재정 투자를 시행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균특회계 총액의 순증 여부이며, 순증하지 않고 단지 계정 이전을 통해 초광역 계정을 신설한다면, 본래의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관련 지자체와 지역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지속가능하게 투자 집행할 의지 있나
현 정부가 4+3 초광역권 발전 전략을 강조하긴 했지만, 각 부처의 지역 균형 관련 개별 사업의 방향성과 지속적으로 엇박자를 보이는 점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초광역 메가시티를 위한 어떤 실질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지역 발전 사업인 기회발전특구사업은 사업 모델 자체에 대한 성공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논의는 미뤄두고, 개별 시도 단위 경쟁 및 선정과 재정 투자 사업으로 진행되어, 초광역 권역 단위의 발전 비전과의 연계성은 설명되지 않고 있다.
지역 대학 지원 체계에서 지난 수년간 초광역 고등교육 연계 체계를 실험하고 발전시켜 온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 혁신 사업(RIS, Regional Innovation Strategy)은 시도별 사업으로 환원되어 2025년 새로 출발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s & Education) 속으로 해소되고 있다. 교육부에서 지역으로 지역 대학 지원을 이관하는 RISE의 예산 지원 체계가 시도별 배분이기 때문이다.
도심 융합 특구의 경우, 2024년 4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의결되면서 4대 특구 중 가장 먼저 시행되었다. 지방 5대 광역시(광주·대구·대전·부산·울산) 선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기업 특례, 교육 특례 등을 통해 판교2밸리와 같은 성장 거점을 지방 곳곳에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이 역시 선도 사업 이후의 본 사업을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자에 대해서는 약속된 바가 없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초광역 단위 거점 투자 방식 사업이기에 초광역 권역 내 지역 간 특성화, 연계와 협력에 대한 거시적 재정투자 계획과 짝을 이루지 않고 진행될 경우, 자칫 권역별 거점으로의 인구 집중과 주변 지역에서의 인구 유출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우리는 이미 세종시의 발전과정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이 같은 걱정과 비판은 현 정부의 초광역 협력 및 메가시티 전략에서 구체성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과연 정부는 특별지방자치단체 등 초광역 권역 단위의 새로운 거버넌스에 실질적인 재정 투자를 할 의지가 있는가? 정부와 특별지자체 간 수평적 협약의 체계 혹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투자를 집행할 의지와 계획이 있는가? 나아가 갈수록 심화되는 주요 기능과 자원의 서울(수도권) 초집중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상황인식과 필요한 정책 수단에 대한 의지와 계획이 있는가?
지방의 메가시티에 대한 실질적 투자 계획과 비전의 부재는, 종국에는 서울과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마저 잠식하게 될 것이고 이는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진종헌진종헌 교수 ⓒ 진종헌
*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진종헌 공주대 교수는 대한지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지리학자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메가시티전략을 중심으로 균형발전정책을 제안했다. 2022년에 <초광역 지역시대>(공저)를 집필해 발간했다. 최근에는 메가시티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자와 이를 위한 제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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