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먹사연은 뭐하는 곳?... 송영길 재판 두 증언
[공판 현장] 오전에 재판부 "비밀 첩보 조직 같다, 왜 말을 안하나".... 오후엔 '반전'
▲ 박정훈 대령 6차 공판 기자회견 지켜보는 송영길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6차 공판이 열리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 이정민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창립한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의 성격을 놓고 법정에서 상반된 분위기가 펼쳐졌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송 대표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재판을 진행했다. 오전과 오후 각각 먹사연에서 일했던 인물 두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쟁점은 먹사연이라는 조직이 연구조직이었는지, 아니면 사실상 송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이었는지였다.
김씨는 먹사연에서의 본인 업무와 먹사연 재정구조 등을 묻는 검찰과 재판부의 연이은 질문에 "모른다"며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다. 본인의 먹사연 입사 이후 같은 달 바로 이어진 경선 캠프 참여 경위 등에 대해서도 "상황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경로와 기회가 생겼다"라고 포괄적으로 답했다.
이에 배석 판사는 목소리를 높이며 "먹사연 근무했던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먹사연이 비밀 첩보 조직 같다"며 "왜 이렇게 말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감추려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의문을 표했다. 재판장 역시 "어떻게 (먹사연) 조직이 돌아갔는지 확인하려고 증인을 채택해 물어보니 '다 모른다'고 한다"며 "상근 직원이 나와서 자기가 한 업무 내용을 제대로 이야기한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에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증언대에 선 먹사연 연구위원 출신 최아무개씨는 먹사연에 대해 "민간 분야 정부 정책 연구기관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나는 이곳에서 기후위기와 ESG경영, RE100, 탄소배출 문제 등을 연구했고, (먹사연 활동 전) 가덕도 신공항 검증위원회를 참여했기 때문에 관련 논의에 대한 해석을 해줬다"라고 자신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먹사연 소장이 운용했던 텔레그램 단체방 대화 캡처본을 법정 내 화면에 띄우며 "송영길을 위해 먹사연에서 정책을 만들고 활동을 한 것이 아니냐"라고 추궁했다. 하지만 최씨는 "검사님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먹사연이 아니어도 (정책 지원을 할 수 있는) 그런 관계는 맺을 수 있다. 오히려 내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많이 하고 책을 내고 기후위기가 내 전공이기 때문에 먹사연 활동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무보수로 먹사연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한 이유를 검찰이 캐묻자 최씨는 "솔직히 민간 부분은 열악하지 않나"라면서 "나는 먹사연 전에도 NGO 등 활동을 했다. 무보수고 당연히 내 돈을 써가면서 했다. 나는 직업이 교수다. 교수니 월급을 받는 만큼 (지식이나 정책을) 나눠주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차 "먹사연에서 정책 모임을 할 때 송영길과 먹사연이 관련이 있다는 걸 알지 않았냐"라고 물었고, 최씨는 "송 대표 뿐 아니라 다른 국회의원들도 참석한 걸 안다"라고 답했다. 다만 "(다른 국회의원) 이름 세 글자를 말해 보라"고 검찰이 추궁에도 최씨는 구체적인 인물을 언급하진 않았다.
검찰은 송 대표가 통일부 소관 공익법인인 먹사연을 사실상 외곽 후원조직으로 변질시켜 활용했으며, 이에 따라 먹사연이 기업인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7억 6300만 원을 송 대표가 받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로 보고 기소했다. 공익법인은 특정 개인 등을 지지하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단체의 외관과 별개로 먹사연의 실제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이번 재판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일을 23일로 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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