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책 한 권 읽고 시민기자 은퇴 번복한 사연

[서평] 22년차 편집기자 최은경의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읽고

등록|2024.09.20 13:27 수정|2024.09.20 13:27
이 책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독자로서는 알기 어려운, 저자가 하는 편집 업무의 세밀한 과정과 그 간 겪었던 많은 에피소드 그리고 유형 별로 기사 작성을 잘하는 법에 대해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진솔하고 담백한 전개는 바로 옆에서 작가와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8월 최은경 작가가 펴낸 <이런 제목 어때요?>가 선택 받는 제목을 짓는 법을 알려 준다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독자가 찾게 만드는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오마이뉴스 22년차 편집기자, 최은경 작가가 오랜 편집기자로서의 경험과 기사 작성 노하우 등을 담아 펴낸 책이다 ⓒ 최은경, 오마이북


두 책 모두 작가가 오랜 세월 동안 편집기자로 재직하며 얻은 다양한 경험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부담 없이 단숨에 읽어낼 수 있다. 시민기자와 기자 지망생은 물론 회사원과 자영업자 등도 읽으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일독을 권한다.

데뷔 하자마자 은퇴의 기로

오름이나 으뜸처럼 톱기사를 자주 쓰던 시민기자에게도 어느 날은 기사로 처리되지 않는 일이 생긴다. 이럴 때는 오래 활동한 시민기자일수록 그에게 기사의 부족함을 곧이곧대로 이야기하기가 참 어렵다. 시민기자 입장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슬럼프에 빠진 시민기자들은 기사를 쓰는 횟수도 줄어든다. -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91~92쪽

<오마이뉴스> 독자로만 지내 오다, 얼마 전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생 시절에 교지편집위원회에서 잠시나마 기자로 일했던 적이 있다. 또 살아 오면서 문장력으로 꽤 많은 상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감사하게도 첫 글이 '버금' 기사로 채택되었다(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가 작성한 글에 대하여 오름·으뜸·버금·잉걸의 등급을 부여하고, 각 6만원·3만원·1.5만원·2천원의 원고료를 지급한다. 다만 채택되지 못한 기사는 생나무라고 부르며, 별도의 원고료가 없다. 또 등급에 따라 기사가 배치되는 위치가 달라지게 된다).

솔직히 더 높은 등급을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만족은 할 수 있었다. 기운을 차려 다시 기사를 작성하여 수 차례 송고를 마쳤다. 그런데 계속 편집부로부터 버금 등급만 받기 일쑤였다. 스스로 버금 전문 기자라며 자조하기도 했다.

다른 시민기자들의 기사를 계속 읽어 보았지만, 나는 내 문제를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편집부로부터 지적을 수 차례 받아 자신감도 계속 떨어져 갔다. 나로 인해 고생할 편집기자님께 면목이 없어 사과를 드리기도 했다. 담아두지 말라고 하셨지만, 고심 끝에 결국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내가 싫어 절필을 다짐하기에 이르렀다.

내 판단이 옳았고, 일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었더라도 시민기자에게 항의를 받는 일이 생기면 한동안은 심리적으로 위축이 된다. (중략) 혹시라도 회사에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중략) 점점 회의감에 빠져든다. -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43~44쪽

우연히 책동네 카테고리에서 이 책의 서평을 보게 되었다. 흥미를 돋우는 맛깔 나는 글이 나를 서점으로 이끌었다. '그만둘 때 두더라도 최소한의 노력은 하자' 나는 이 책을 사 와 읽기 시작했다. 진심이 묻어 나오는 작가의 글에서 그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린 사람이라는 생각에 동지애가 느껴졌다. 그래서 책 속으로 거듭해 들어가는 게 참 수월했다. '필력도 좋지만, 생각이 참 예쁜 사람이로구나.'

이곳에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 작가가 아니라...

편집기자는 뉴스성, 화제성(대중성), 시의성, 문장의 완성도, 주제 의식 등을 고려해 기사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채택된 기사는 대중의 공감도와 영향력, 파급력 등을 예상해서 배치 방식을 정하게 된다. -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48쪽

책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나의 문제를 찾았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시민기자들도 애로 사항은 대부분 이 두 권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나는 그동안 독자가 아닌 스스로를 위한 기사를 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데에만 골몰했지, 독자들의 흥미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좋은 기사를 쓰려거든, 시의 적절하고 대중성이 높은 주제로 기사를 썼어야 했다.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나의 불찰이다. 이곳에서 나는 작가가 아니라 기자라는 점을 다시금 마음 속에 새겨본다.

그동안 편집기자님이 주셨던 피드백들이 동시에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내가 상처 받을까 돌려 말씀해 주셨는데,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그래도 다행이다. 책을 통해서 이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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