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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제명' 손준호 "중국 공안이 가족 협박, 거짓 자백 유도"

11일 기자회견 열고 승부 조작 혐의 전격 부인

등록|2024.09.12 09:35 수정|2024.09.12 09:35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을 당한 손준호(32·수원FC)가 중국 공안의 협박으로 혐의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손준호는 11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 중국 공안에 체포될 당시 당황스러웠고 너무나 큰 쇼크를 받았다. 가족들 앞에서 체포가 됐다. 공안은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한다고 했다"라며 "중국 공안이 저를 중국 초양 구치소로 끌고 갔다.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겁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는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며 덧붙였다.

▲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중국 프로축구 승부 조작 의혹 속에 중국 공안에 10개월 동안 구금됐다 지난 3월 풀려난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다. ⓒ 연합뉴스


손준호, 선수 생명 끝날 위기 처하다

중국축구협회(CFA)는 지난 10일 프로 리그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 사건의 특별 시정 조치에 관련해 61명에 대한 징계안을 발표했다. 손준호를 포함,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등에서 뛰었던 선수 44명에게 영구제명, 17명에게는 5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중국축구협회는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축구협회가 발표한 징계 내용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하고, FIFA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각 회원국에 해당 선수의 징계 내용을 통보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과정이 이뤄질 경우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라 공안에 연행됐다.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형사 구류는 공안 당국의 결정·관리 아래의 '임시 구속'을 의미한다.

손준호에게 적용됐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이나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에 적용되는 죄다. 승부 조작 가담 또는 산둥 타이산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것이란 추측이 팽배했다. 손준호 측은 이러한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 6월 손준호에 대한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자 구속(체포) 수사로 전환했다. 공안의 수사가 장기화되자 산둥 타이산 측은 손준호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중국에서 10개월 동안 장기 구금된 손준호는 올해 3월 풀려나 한국으로 귀환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 2021년 1월 상하이전에서 승부조작을 한 뒤 팀 동료였던 김경도(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약 3764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제시했다. 그러나 손준호는 "진징다오에게 20만위안을 받은 건 맞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중국 생활을 하면서 진징다오와 절친한 사이였다. 서로 간의 금전 거래가 활발했다고 밝힌 손준호는 "돈을 빌렸다 갚은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운영하는 축구 교실에 큰 금액을 선물한 적도 있다. 부모님의 병원 수술을 잡아드리기도 했다. 중국에서 큰 돈을 벌다 보니 그 당시엔 큰 금액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승부조작과 관련해 손준호는 "나는 떳떳하게 정말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었고, 강팀과 경기에서 우리는 비겼다"라고 사실을 부인했다.

손준호는 "터무니없는 증거들을 가져와 혐의를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공안 수사 당시 음성 파일 공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사가 20만 위안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시켜주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축구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거래를 제시했다. 발설하지 말라고 한 것까지 받아들여 석방됐다"고 말했다.

한편, 손준호는 올해 4월 대한축구협회(KFA)로부터 정식 선수 등록을 허용받은 뒤 K리그1 수원FC에 입단해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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