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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됐다 풀려난 청년농민 "정부가 농민투쟁 불 지펴"

김재영 전농 부경연맹 사무국장, 집행유예 선고 받아... "면회, 후원 등 많은 분께 감사"

등록|2024.09.12 11:14 수정|2024.09.12 11:14

농민시위에 등장한 '트로이 목마' 작전‘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가 7월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농민의길(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소속 농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집회를 마칠 무렵 행진에 사용할 트렉터를 실은 30톤 탑차가 집회장소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압수해가고 있다. ⓒ 권우성


"본보기로 잡혀 갔다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뒤, 양곡관리법 거부에다 쌀값 폭락 등 여러 농민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농민 투쟁을 꺾으려는 의도였다고 본다. 그래서 경찰이 참고인 조사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것이 오히려 정부가 농민투쟁의 불을 지폈다고 본다."

7월 4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던 "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 때 경남 진주에서 농기계를 싣고가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한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난 김재영(37) 청년농민이 강조한 말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국장인 그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윤석열 퇴진 투쟁에 농민들이 앞장 설 것이고,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던 김 사무국장은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단독(판사 김재은)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12시간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김 판사는 "증거에 의해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고, 집회와 관련해 질서를 유지하려던 경찰을 화물차로 충돌해 범행 수단과 내용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진로를 확보하려 차량을 앞으로 미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충돌 후 피고인이 차량을 멈추고 운전석에 잠금장치를 푼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한다"라고 했다.

이날 경찰과 충돌에 대해 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기후재난이 낳은 농업재해가 사시사철 반복되며 농민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이르렀다"며 "양곡관리법 전면개정을 촉구하고 수입 농산물 확대 정책을 규탄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했다"라고 밝혔던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당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었다. 농민 집회와 관련해 농민이 구속되기는 문재인정부 때도 없었고, 윤석열정부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국장이 구속되자 김순재 전 창원동읍농협 조합장 등이 "의(義, 옳음)는 외로우면 안된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청년농민 돕기 모금운동'을 벌였고, 24시간만에 목표액 1000만 원이 모아져 전달되어 변호사 비용 등으로 사용됐다.

진주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고 한 김재영 청년농민은 "건강은 이상이 없다. 농민을 비롯한 많은 분의 염려와 도움 덕분에 무사히 돌아온 것 같다"라며 "너무나 고맙고, 앞으로 더 열심히 농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것 같다"라고 인사했다.

구속되어 있었을 때 상황에 대해, 그는 "면회를 하루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람들이 왔다. 두 세명씩 오는 날도 있었고, 주로 서울이나 멀리 지방에서도 왔다"라며 "지역에서 화상면회를 신청해서 응하기도 했다. 면회 시간이 10분 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큰 힘이 되었다. 정말 고마웠다"라고 했다.

모금운동 관련해 그는 "영치금도 많이 들어 왔다. 저는 몰랐는데 밖에서 모금운동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라며 "농민 투쟁 과정에서 구속됐다는 소문이 나서 구치소 내 사람들도 알게 되었는데, 다른 재소자들이 저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라고 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 그는 "경찰과 충돌이 발생한 사실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그런데 집행유예를 받기는 했지만 징역과 사회봉사명령이 무겁다고 본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논의해서 항소 여부를 판단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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