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살인 이야기? 당신은 이 드라마를 잘못 봤다

[리뷰]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록|2024.09.12 16:23 수정|2024.09.12 16:23

▲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장면 ⓒ 넷플릭스


(*이 기사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우리의 삶에서 불행은 마치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가, 우리가 가장 방심한 순간에 나타난다. 불행을 피하거나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작은 불행들을 맞이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나 인간관계에서의 작은 갈등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런 작은 불행들을 적절히 처리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불행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우리는 그 불행을 통제하려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그 불행에 더 깊이 잠식되기도 한다. 그 불행은 마치 늪처럼, 우리가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히 있어야 할까? 발버둥쳐야 할까? 아니면 그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이 질문은 곧 철학적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는 과연 불행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불행이란 단순히 나쁜 일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뒤흔들어 놓는 사건일 수도 있다. 때로는 그것이 너무나 강력해서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지배해 버린다. 불행이 찾아왔을 때, 그 불행에 잠식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이들이 철학적 탐구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그 답은 여전히 모호하다. 불행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그저 그것을 감내하며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불행

넷플릭스에 최근 업데이트된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불행이 한 가족을 어떻게 잠식해 갔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의 이야기는 불행의 영향을 보여주고, 현재의 이야기는 그 불행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우연히 자신들이 운영하는 모텔에 연쇄살인범이 머물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 모텔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모텔은 '살인 장소'로 유명해진다. 이는 모텔을 운영하던 부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그들의 사업은 급격히 쇠퇴하고, 결국 모텔은 망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을 통제하려 하지만, 그 불행은 그들의 삶 전체를 잠식해 간다.

부부는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 불행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일을 찾아보기도 하고, 아들을 위해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헛된 몸부림에 불과했다. 불행의 늪에 빠진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다. 특히나 그들이 서로에게 소리치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자책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한다.

결국 아내(류현경)는 세상을 등지고, 남편(윤계상)은 그 불행의 시기에 기억이 멈춰버린 채 살아간다. 그들의 아들 또한 부모의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복수를 다짐한다. 이 세 인물은 모두 불행에 잠식당해버린 인물들이다. 그들은 불행에 대항해 보려 했지만, 결국에는 그 불행에 잠식돼버린 것이다.

이 장면들은 단순히 가족의 비극을 그린 것이 아니다. 이들 각자가 보여주는 모습은 불행이라는 거대한 힘에 맞서는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아내는 불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된다. 남편은 과거의 시간 속에 갇혀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의지를 잃어버린다. 아들은 부모의 불행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복수라는 또 다른 형태의 불행을 선택하게 된다. 이 모든 모습은 우리에게 불행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잠식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불행을 대하는 태도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시리즈는 또 다른 불행을 만난 펜션 주인(김윤석)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자신의 불행을 스스로 탓하며, 그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불행은 살인범(고민시)이 몰고온다. 그러다 우연히 과거 모텔의 인물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불행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불행에 잠식당해버린 과거의 인물들을 보며, 펜션 주인은 자신 또한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는 과거의 인물들과는 달리, 그 불행에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과거의 모텔 주인과 현재의 펜션 주인은 서로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들을 연결시키는 것은 바로 불행이다. 이 드라마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불행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불행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속한 사회와 환경, 그리고 인간 관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그 불행이 어떻게 사람들을 망가뜨리고, 그들이 다시 일어서려 노력하는지를 보여준다. 현재의 펜션 주인은 과거의 불행을 보며, 자신 또한 그 불행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싸워나간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스릴러나 미스터리물이 아니다. 그것은 불행에 맞서는 인간의 이야기, 그리고 그 불행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펜션 주인이 불행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 과정은 시리즈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가 과거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불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과거의 인물들이 불행에 맞서지 못하고 그것에 잠식당한 것을 보며, 펜션 주인은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불행이 단순히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라기보다는, 그것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며, 그 싸움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가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불행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그 속에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불행을 통제할 수 없는 무력감, 그것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고통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스릴러나 공포물을 넘어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철학적인 깊이를 가진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불행을 극복하는 방법

▲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장면 ⓒ 넷플릭스


결국, 이 시리즈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맞이할 수 있는 불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불행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그 불행에 잠식당하지 않고, 그것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비록 불행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맞이하는 크고 작은 불행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불행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인간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과 그들이 겪는 갈등은 우리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상 속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다.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불행이 어떻게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다시 불행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결론적으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불행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드라마로, 불행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불행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고민시다. 현재 시점의 펜션에서 살인을 저지른 인물을 연기한 고민시는 예측불가능한 소름끼치는 연기를 통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