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까지 마치고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다시 변론이 재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10만4000원' 재판이 다소 길어질 전망이다. 선고가 빨라야 10월말은 되어야 할 분위기다.

12일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의 선거법 위반(기부행위) 공판에서 재판부는 "고민을 수차례 했다"면서 "간접사실을 모아야 하는 사건인 만큼 10월 10일 (피고인과 수행원들의)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예금계좌(이용내역) 등 금융정보를 확인한 다음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와 수행원들의 금융정보 문서제출명령 취지로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증언을 하는 증인도 있다"면서 "사람이 돌아다니면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증인들의 증언 신빙성 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문서제출명령이란, 법원이 문서제출의무가 있는 문서 소지자에게 제출을 명해 이를 증거로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김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 의견에 따르겠다"면서도 "카드는 본인이 아닌 사람이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것이 입증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싶다, 단지 신빙성 차원이라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불편한 뜻을 표했다.

당초 이 재판은 지난 8월 13일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다. 앞서 7월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선고를 하루 앞둔 8월 12일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준비기일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직권으로 증인 신문하겠다"라면서 선고를 미루고 재판을 재개한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 측근으로 분류된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 배씨와 당시 김씨를 수행했던 서아무개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하지만 배씨는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배씨에게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하며 다음 기일인 10월 10일에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두번째 법정 증언대에 선 전 수행팀장 서 변호사는 "사모님(김혜경)은 선거 경험이 많다"면서 "본인 식사 이외에 카드가 안 된다는 말도 했다"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2021년 7월께 김씨의 지방일정 등을 일시적으로 수행하다 검찰이 문제 삼은 2021년 8월 2일 광화문 중식당 식사부터 김씨의 수행 업무를 전담한 인물이다.

서 변호사는 당시 10만 4000원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에 대해 배씨의 단독행동이며, 피고인 김씨가 일절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 변호사는 배씨에 대해 "사모님 일정에 대해 관심이 되게 많고, 다음 일정을 알려달라고 주로 전화를 많이 했다"면서 "자기가 지시할 상황이 아닌데도 일정을 제대로 하는지 묻고 오지랖을 부렸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재명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민주당 전·현직의원 배우자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공익제보자 등 3명에게 총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가 배씨와 공모해 식사비를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