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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탈탄소 해법 '수소환원제철'... 재생에너지 vs 무탄소에너지 의견 엇갈려

정부 지원 필요성에는 한목소리

등록|2024.09.13 09:48 수정|2024.09.13 09:48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및 정책 지원을 통한 탄소중립 시대 철강 탈탄소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 그리니엄


철강 업계 탈탄소 해법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이 시급한 가운데 어떤 에너지원에 집중할 것인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왔습니다.

기후 싱크탱크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탄소감축 효과 면에서 그린수소와 재생에너지를 우선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반면, 정부와 산업계는 현실적으로 원자력발전·수소혼소발전 등 무탄소에너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및 정책 지원을 통한 탄소중립 시대 철강 탈탄소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토론회는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과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이 공동 개최했습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강 생산에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기술입니다. 단, 어떤 수소와 전력원을 사용할지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달라집니다.

수소환원제철·전기로 탄소감축... "답은 재생에너지"

발제를 맡은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은 수소환원제철 생산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원장은 수소환원제철 전환 시 전력 사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포스코가 개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기술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기존 대비 60% 이상 증가합니다.

질의응답에서는 이와 관련해 포스코의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유종준 당진 산업단지 민간환경감시센터장은 "전력 필요성에 비해 포스코가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와 관련해 투자나 대(對)정부 요구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기로 기업 세아베스틸의 김성유 ESG혁신실장 역시 재생에너지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철강사 중에서도 전기로 업체의 경우 재생에너지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 김 실장의 말 입니다.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을 원료로 전기를 사용해 철강을 만드는 제철 기술입니다. 고로(용광로) 방식과 달리 환원제인 석탄이 필요하지 않아 저탄소 철강으로 인식됩니다. 한국 철강사 중에서는 현재 전기로 업체의 비중이 40%에 달합니다.

김 실장은 탈탄소 철강 수요가 증가하며 국제사회 전기로 업계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탄소감축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입니다.

▲ 포스코 하이렉스 추진반장을 맡은 배진찬 상무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 등 무탄소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그리니엄


포스코·산자부 "안정적 공급 위해 무탄소에너지 필요"

포스코에서 하이렉스 추진반장을 맡은 배진찬 상무도 전력 사용 증가로 인한 어려움을 인정했습니다. 하이렉스로 전환 시 기존 고로 공정에서 나온 부생가스로 자체 발전하던 전력도 전량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포스코는 2021년 기준 전력 사용량 2.9GW(기가와트) 중 63%를 부생가스 발전으로 충당합니다.

배 상무는 그럼에도 철강 기업으로서 자체 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토로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봉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과 사무관은 "재생에너지도 적극 확대하는 동시에 무탄소에너지도 확대해야 하는 인식 아래 원전과 수소혼소발전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 사무관은 이를 위해 정부가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CFE 이니셔티브)'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CFE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는 등 국제적으로 무탄소에너지 활용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강 사무관은 덧붙였습니다.

포스코 또한 수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핑크수소의 조기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핑크수소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생산한 청정수소입니다.

수소환원제철 예산 지원 필요성엔 한목소리

패널들은 수소환원제철과 관련해 정부 지원이 증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했습니다. 김다슬 기후솔루션 정책연구원은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 예산이 2026년까지 약 269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철강 생산량이 한국의 절반 수준인 독일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 약 2685억 원인 것과 비교된다고 그는 꼬집었습니다.

송영상 산자부 철강세라믹과장은 이미 2022년 철강 탈탄소 연구개발(R&D) 예산으로 1조 원을 신청했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실증 기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사전적으로 설계 기술에 대한 예산 269억 원만 승인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송 과장은 추가 예산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지난 1일 신청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산자부는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에 앞으로 5년간(2026~2030년) 1조 3927억 원의 예산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 대표의원을 맡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노원구병)은 예산 반영에서 협조할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김 의원은 "내년 예산에 (수소환원제철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올해 국회의 숙제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스웨덴 철강 기업 사브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브릿 기술의 파일럿 단계를 완료했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 SSAB


포스코 탈탄소 추진 현황은?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포스코가 탈탄소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사측이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현황이나 관련 투자 규모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일침입니다.

배 상무는 수소환원제철 실증 자체가 많은 투자가 예상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30만 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시험 설비만 해도 8000억 원의 투자비가 예측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원가 증가분 등을 고려하면 3년의 시험 가동 기간에 1조 원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배 상무는 포스코가 하이렉스의 기반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정 개발에만 20년에 걸쳐 수조 원을 투자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타 철강사의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현황에 대한 포스코의 시각을 묻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이는 스웨덴 철강 기업 사브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브릿(Hybrit)'과 관련됩니다. 사브는 하이브릿의 파일럿(시범) 단계를 완료했다고 지난 8월 밝혔습니다.

배 상무는 해당 설비가 시간당 1톤 규모에 불과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상용화 수준인 200만 톤 규모까지는 최소 4번의 스케일업(확장)이 필요합니다. 또한 사브의 기술은 하이렉스와 달리 원료와 품질 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의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후 2035년부터 단계적 전환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사측은 올해 전담 조직인 하이렉스 추진반을 설립하고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도 개소했습니다.

정부에 안정적 수소 공급·녹색철강 시장 구축 촉구

한편, 배 상무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경제성 있는 수소 공급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설비의 경우 1기당 연간 17만 톤의 수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설 운영을 해서는 안정적인 공급을 뒷받침할 인프라(기반시설)가 필요합니다.

수소의 경제성도 중요합니다. 배 상무는 기존 공정 대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수소 가격이 1달러(약 1340원)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일본 등 주요국도 1㎏당 청정수소 가격 1달러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한국의 그린수소 가격은 1㎏당 1만 3000원 선에 달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정부에 녹색철강 시장 구축을 당부했습니다. "녹색철강을 생산했을 때 과연 시장에서 제품에 대해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배 상무의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후테크 전문매체 그리니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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