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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많은 소나무, 우리 민족과 많이 닮았다"

정영진 화백 전시 서산 휴암갤러리 '소나무가 있는 풍경', 오는 30일까지 연장

등록|2024.09.13 09:16 수정|2024.09.13 09:16

정영진 화백. ⓒ 정영진

'소나무는 인고의 역사에 악착같이 버티어 온 한민족 역사의 상징이다. 그 한 많은 소나무에 나는 치유의 색을 입히며 존경의 의미를 더한다. 한국 여인이 입고 싶어 하는 모든 옷을 입히고 싶다. 자연은 예술의 어머니다. 한국의 하늘이 얼마나 티 없이 맑은가. 그 물빛 하늘을 머금고 흔들리는 솔바람, 청록빛 꿈을 칠하고 싶다. 하루하루 변모하는 각종 문명에 빛나고 내밀한 문화가 가려지면 감동 없는 삶은 시시해진다. 부디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자신을 스스로 확인하면서 눈물겨운 아름다움을 덧칠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미완의 삶을 노래한다.'

소나무 작가 정영진 화백의 저서 <소나무가 있는 풍경> 작가 노트에는 윗글이 독백처럼 적혀 있다. 나태주 시인은 이런 정영진 화백의 작품을 두고 "사계절 다양한 모습으로 단단하고 올곧게 서 있는 소나무. 녹색과 청록빛을 풀어낸 오묘한 색감이 멋스러운 작품"이라며 "크기가 워낙 커서 시원시원한 풍경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 정영진 화백의 산정소곡 '산하' ⓒ 정영진


'산정소곡'... 한국인의 정서와 닮다

8월 초부터 9월 30일까지 서산시 해미면 휴암갤러리에서 정영진 화백의 '소나무가 있는 풍경' 전시가 성황리에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당초 예정된 8월 말에서 한 달 더 연장되어 이달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대통령 집무실에 걸려있는 정영진 화백 작품. ⓒ 정영진


정 화백의 소나무 작품 중 '산정소곡(山情小曲)'은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용산시대를 시작하면서 대통령 집무실에 걸리게 되어 미술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산정소곡은 구름이 감도는 계룡산의 기상과 소나무숲의 정취를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한국의 자연미를 담아 표현한 작품이다. 특징이라면, 산세가 장대하고 기상이 넘쳐 보이며 친근하다는 것이다.

충청도 적송을 주로 그리는 정영진 화백은 "각 지방마다 소나무 형상도 조금씩 다르다. 강원도 금강송들은 꼿꼿하다. 그것은 햇볕을 받으려고 경쟁하듯 자라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충청도 내륙의 소나무는 비뚤비뚤하다. 걸림이 없어서 옆으로 퍼져 자라는 이유"라고 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수많은 외세의 수난에 시달린 아픈 역사로 해석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송진을 연료로 쓰기 위해 나무껍질을 온통 벗겼다는 정 화백은 "상처가 많은 소나무가 우리 민족과 많이 닮았다"고 강조했다.

정영진 화백의 소나무가 있는 풍경 '길'. ⓒ 정영진


소나무 작가 정영진 화백의 예술세계

정영진 화백(68)은 1955년 12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시절 사진이 좋아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으러 다녔고, 고교 시절에는 시인이 되려고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 청년 시절에는 연극이 좋아 현재 공주연극협회의 전신인 극단 '함성'을 창단하면서 단편영화를 찍기도 했다.

이밖에도 사진, 음악, 연극, 영화까지 예술 분야를 두루 경험한 그는 결국 1982년에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1기로 입학해 회화를 전공했으며,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석사학위를 받은 중견 화가다.

정영진 화백의 소나무가 있는 풍경 '봄'. ⓒ 정영진


충남 논산과 공주에서 18년간 계룡산과 동고동락하며 소나무가 있는 풍경 연작을 중심으로 묵묵히 회화 작업을 해온 그는 푸른색을 주로 사용한다. 상처 입은 사람들 가슴에 강렬하고도 간절한 울림으로 다가오게 하는 그의 속내가 엿보이기도 하다.

"적송 소나무는 한국인의 표상이자 나 자신이기도 하다. 민중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적송은 특히 땔감으로 쓰고, 솔잎은 따다가 송편을 쪄 제사를 지내곤 했다. 소나무의 심부(深部)는 송진이 절어 있어 천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굳건함으로 건축물 대들보로 사용됐다. 고찰(古刹)의 대들보가 겉은 약해 보여도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꿋꿋이 버텨온 우리 민족의 역사와 닮았다고 생각한 이유기도 하다."

정영진 화백 작품 산정소곡2. ⓒ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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