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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관의 뉴스프레소] 추석 밥상에 '김건희 의혹' 올린 감사원

9월 13일... 국회의원 명절 휴가비 424만 원

등록|2024.09.13 08:45 수정|2024.09.13 09:01

▲ 감사원의 '대통령집무실 및 관저 이전' 감사 결과를 보도한 13일자 한겨레 1면. ⓒ 한겨레 PDF


1) 추석 밥상에 '김건희 의혹' 올린 감사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13일 조간신문 하나를 골라 읽는다면 그나마 가장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신문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다.

조선일보는 1~3면에 8년 3개월 만에 원전 2기 건설 허가가 난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캠페인해온 것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반응이다.

중앙일보 1면에도 '김건희' 이름 석 자를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신문들이 김건희 이름이 자주 거론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사건 항소심 유죄와 감사원의 뒤늦은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감사 발표를 주요하게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겨레는 무려 4면에 걸쳐 '감사원 감사'를 다뤘다. 참여연대의 국민감사 청구 이후 1년 8개월을 끈 감사가 당시 실무를 총괄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한 사람의 입에 막혀서 흐지부지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보고서에서 김오진은 "현 정부와 밀접한 인수위 분들이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을 추천했고, 그들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추천한 사람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과거 김건희 회사의 전시회를 후원한 21그램이 왜 공사를 맡았냐는 의혹을 풀기 위해 시작한 감사가 결정적인 대목에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특히 경호처 간부가 알고 지내던 브로커에게 수의계약을 주면서 브로커가 방탄창호 공사비 15억 7000만 원을 부풀려 받아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비위다.

"보안시설은 수의계약해도 절차적 하자가 없다", "이전 결정 과정에 위법의 근거는 없다"는 식의 감사원 설명도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숙제로 떠넘겨졌다.

상대적으로 기사량이 많지 않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모두 감사 결과에 대해 사설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속전속결로 이전을 강행한 것이 탈법과 부패를 만들어낸 원인이 아닌지 대통령실은 성찰해야 한다. 김 여사 관련 업체 연루 의혹에 대한 보다 투명한 조사,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방탄과 같은 중요한 공사에 비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이를 심각히 여겨야 한다"고 썼다.

2) 도이치모터스 '전주' 유죄에 담긴 의미

'김건희 연루 의혹'을 받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선고가 공교롭게도 감사원 발표와 같은 날 나왔다.

동아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이 이 뉴스를 1면 상단에 실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김건희처럼 도이치모터스에 돈을 맡겼다가 기소된 '전주'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의 계좌 3개가 주가 조작에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고, 유죄가 인정된 통정매매 102건 중 48건이 김건희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심지어 김건희가 주식 거래를 주문하고 보고 받는 녹취도 공개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 대부분의 사법처리가 완료되어가는 마당에 검찰은 수사 시작 4년이 넘도록 김건희 의혹에 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건희와 유사한 혐의를 받는 전주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니 2심까지 무죄가 나오면 기왕에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명품백 수수'와 묶어서 주가조작 혐의에도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검찰은 권력과 민심 사이에 보다 고난이도의 '줄타기'를 하게 됐다.

김건희는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 12일자 중앙일보에 이런 글이 실렸다.

"김 여사는 지금껏 본인에게 불리한 여론이 끓어오르면 공식 석상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신 '우연히 어딘가에서 찍힌 사진' 같은 변칙적 언론 노출을 반복해왔다. 그러다 부정적 여론이 잠잠해졌다 싶으면 광폭 행보를 다시 이어갔다."

이 패턴대로라면 지금은 '잠행의 시간'이다.

3) 아셨나요? 국회의원 명절 휴가비 424만 원

국회의원 추석 휴가비는 424만 7940원이다. 12일 오전 의원 300명 계좌에 일제히 입금됐다고 한다.

의원들의 '월 봉급액'에 해당하는 세비는 707만 9900원이고, 연간 1억 5690만 860원을 받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밝힌 액수다. 그런데 '월 봉급액의 60%를 지급한다'는 일반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명절휴가비가 지급된다.

재선의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12일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러 명목의 소중한 혈세가 날짜 되면 또박또박 들어오는데, 참 마음이 무겁다"고 이 사실을 공개했다.

그런 다음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휴가비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초선 때부터 세비 30%를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뭔 짓을 해도 따박 따박 제 날짜에 돈이 들어오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각종 수당체계는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지지 정파를 불문하고 김미애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의원도 하나의 직업이니 생계 보장 차원에서 일정액의 댓가를 받아야 한다. 이 댓가가 아예 없거나 너무 적게 책정되면 부패의 곰팡이가 피어난다.

다만 "의원들, 밥 값 하라"는 얘기들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생각해봐야 한다.

"제대로 잘 싸우라"는 민심이 있지만 "생산성 있는 싸움을 하라"는 주문 역시 민심이기 때문이다.

4) 개봉 한 달 만의 1위... 역주행이냐, 사재기냐?

여름시즌에 나온 한국영화 '빅토리'가 개봉 한 달만에 사재기 논란에 휘말렸다.

주말관객 수에서는 9~10위였던 영화가 화요일이었던 10일에는 갑자기 1만 3189명이 몰리며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빅토리는 그 다음날에도 1만 3602명의 관객으로 1위를 유지했다.

월요일(6460명)의 2배였고, 일요일(9088명)보다 관객이 많은 수치다. 그런데 1주 전인 3일에도 화요일 관객 수가 월요일 대비 2배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월화수에 관객이 적게 들었다가 목금에서 토일로 갈수록 관객이 느는 통상적인 패턴을 벗어난 현상이다. 덕분에 개봉 첫주 5위로 데뷔한 '빅토리'는 할리우드 영화'에일리언: 로물루스' 를 제치고 10, 11일 이틀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빅토리 의혹'은 주연배우 이혜리가 소셜미디어에 1위 인증샷을 올리고, 제작사가 역주행 현상으로 홍보에 나서자 11일부터 입길에 올랐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빅토리를 보러갔는데, 조용하던 극장에 갑자기 관객들이 몰려들었다"는 관람후기들이 올라왔다.

배급사 마인드마크 관계자는 "연휴 직전인 금주 평일에 대관 상영 일정들이 겹치게 되면서, 자연스레 관객 수 상승을 보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재기가 아니라고 해도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83억 원의 제작비가 든 '빅토리'의 손익분기점은 200만 명. 연이틀 흥행 1위에도 아직 5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사재기보다 더 답답해야 할 것은, 하루 관객 1만 3000명만 넘겨도 박스오피스 1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든 '파이'일 지 모른다.

5) 트럼프 실점 자초한 '이민자 괴담'의 뿌리

미국 대선 TV토론은 득실 계산 상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에게 손해를 준 이벤트였다.

특히 이번에 도입된 진행자들의 '실시간 팩트체크'는 후보자들의 신뢰성을 판단하게 하는 주요 근거였다.

이 중에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 동물을 잡아먹는다"는 트럼프 발언은 최악의 가짜뉴스로 꼽힌다.

트럼프는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했을까?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트럼프 발언의 연원을 페이스북의 익명게시물에서 찾았다.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인구 6만의 스프링필드에 3년 전부터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정부의 '임시보호'를 받는 숫자가 1만 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숫자가 늘어나며 불만을 느낀 주민들 사이에 온갖 억측이 나왔고, 급기야 '스프링필드 오하이오 범죄 정보' 라는 비공개 페이스북그룹에 "(이민자들이) 이웃의 고양이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고 먹으려 토막을 냈다"는 익명 글이 올라왔다.

문제는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뛰고있는 J.D 밴스 부통령 후보가 9일 "보도에 따르면 아이티 불법 이민자들이 반려 동물을 납치해 잡아먹는다고 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커졌다.

트럼프가 생방송에서 같은 내용을 언급했지만, 앵커가 "그런 보도를 한 언론사는 없다"는 반박을 받았다. 글을 인용한 밴스도 "모든 소문은 거짓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톤을 낮췄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해리스 지지' 선언 기폭제가 된 '캣 레이디' 발언을 비롯해 밴스가 욕먹을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역설은 '가짜뉴스 제조기' 트럼프는 밴스를 나무랄 수 없다는 사실이다.

6) 세계 최초로 '판사 직선제' 도입한 멕시코

지난 6월 멕시코 총선에서 승리한 집권 좌파연합이 법관을 투표로 임명하는 '판사 직선제'를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표결 과정에서 반대 시위대가 의사당에 진입하려다가 경찰과 충돌하는 진통도 있었다.

32개 주의회 중 과반을 넘는 17개 주 비준 절차가 남아있지만, 여당이 27개 주에서 다수당이라서 통과가 유력하다.

법이 통과되면 자격시험 등을 거쳐 선발된 7000여 명의 법관들은 각 단위별 선거에 출마해 유권자들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 정원이 11명에서 9명으로 줄어든 대법관들도 에외가 아니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안드레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집권 내내 법원의 공격으로 국정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오브라도르가 법 개정 대신 대통령령으로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면 대법원이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판사 직선제는 세계 초유의 실험이다. 민의의 반영이라는 긍정 평가와 함께 전문성을 요하는 판결들이 정치적 이해에 휘둘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마거릿 새터웨이트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은 "(법관 선출과정에서) 조직범죄를 막기 위한 강력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선거 시스템이 특정 세력에 의해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7) 오늘의 1면톱

▲ 경향신문 = 장바구니 가득 채운 '정'… 할매들, 마음은 벌써 추석
▲ 국민일보 = 전공의 떠난 자리 "7개월째 야근 중"
▲ 서울신문 = 아프지 말고, 웃을 일 많은 추석 보내세요
▲ 세계일보 = 매년 오르던 공시가격 시장 변동률로 정한다
▲ 조선일보 = 탈원전 벗어나 '뉴 원전'… 8년 만에 새로 짓는다
▲ 중앙일보 = 김정은 '1호품' 밀수 중국서 대대적 압류
▲ 한겨레 = 대통령 관저 준공검사 조작…위법 판쳤다
▲ 한국일보 = 도이치 錢主 유죄… 짙어진 '金여사 사법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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