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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데 오지마라" "아프면 큰일" 귀향 포기 속출

30도 웃도는 폭염·의료 공백에 명절 분위기 실종

등록|2024.09.13 09:44 수정|2024.09.13 09:44

▲ 추석 대목을앞둔 11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한 수산물가게. 폭염에 신선도를 유지하는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명절임에도 무더운 날씨에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며 근심이 한가득이다. ⓒ 광주드림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를 한참 넘기고도 한낮 더위가 30도를 훌쩍 넘어서는 등 이상 기온이 이어지면서 '폭염 추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의료 공백에 긴 연휴 기간마저 부담을 가중시키는,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 속에 맞이한 올해 추석 귀향길이 유독 무덥고 무겁게 다가온다.

12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영향예보·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광주·전남지역은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 한낮 최고 기온은 32~34도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난 지 오래지만 이상 기온이 지속되면서 선선한 바람 대신 무더운 열기가 이어져 '폭염 추석'을 피할 수 없는 것.

여기에 태풍까지 더해져 설상가상이 됐다.

제13호 태풍 '버빙카'가 주말 동안 일본 오키나와와 중국 상하이 사이 동중국해를 지나면서 습한 바람을 한반도에 더해 더위를 가중시킬 것으로 예측되는 것. 태풍으로 인해 유입된 따뜻한 바람으로 보름달이 뜨는 한가위 당일에도 '열대야' 가능성이 있는 상황. 일반적으로 선선한 날씨 속 펼쳐졌던 역대 추석 명절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같은 날씨에 추석 귀향길에 오르는 이들은 무더운 날씨 속 장시간 운전, 교통 체증과 겹친 폭염으로 체감 피로도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귀향 포기'를 선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박수영씨는 "예년 같으면 고속도로에서 10시간을 보내도 부모님 댁에 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올해는 도저히 목포까지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선선해져야 할 날씨가 시원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폭염 속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고속도로에서 보낼 시간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겁나고 지친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모님도 이런 날씨에 장시간 운전하는 걸 걱정하시고, 의료대란 속 아이들이 혹시나 어디라도 아플까 봐 상의 끝에 귀향을 포기했다"면서 "대신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추석 이후 따로 시간을 내 찾아뵈려고 한다"고 말했다.

귀향길을 무겁게 만드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아프면 안 되는 추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의료대란 사태가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 코로나19도 확산세여서 건강에 대한 걱정이 더해지고 있다.

정부가 11일부터 25일까지 추석 연휴 비상 응급 주간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지역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 체계 작동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이같은 여건 속 추석 대목을 앞두고 활기를 띠어야 할 전통시장의 분위기도 무겁긴 마찬가지다.

역대급 폭염에 농산물과 수산물 생산이 타격을 받아 가격이 급등해 명절 성수기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채소·과일 뿐만 아니라 제수용품 가격까지 급등하는 등 고물가가 겹쳐 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장사를 이어가야 하는 상인들에겐 유지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여기에 무더위까지 겹쳐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기 어렵다는 한숨이 절로 난다.

지난 11일 34도를 웃도는 폭염 속 수산물을 판매하는 양동시장 한 상인은 "더위 때문인지 생선 물가도 오르고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얼음이나 다른 부대비용이 평소보다 더 많이 들어간다"면서 "코로나 이후 경기가 좋지 못한데 무더운 날씨까지 겹치니 추석이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찾는 손님이 적다"고 한탄했다.

한편 추석 연휴 기간 문 여는 병·의원 및 약국 등은 각 지자체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연휴 기간 당직 의료기관 지정 명부는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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