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대호 선수 은퇴식 영상에 제 목소리 나와 뿌듯합니다"

[인터뷰] SPOTV 간판, 김민수 캐스터

등록|2024.09.13 16:35 수정|2024.09.13 16:35
"1995년 5월 2일 통산 첫 번째 홈런, 7806일의 기다림! 담장을 넘었다는 600번째 외침! 이제 대한민국에도 600홈런 타자가 있습니다! 전설에서 전설로 가는 600호 홈런을 쏘아 올린 전설의 타자 국민 타자 이승엽, 우리는 이승엽의 시대를 함께 살았습니다!"

여기 스포츠 전문 채널 SPOTV의 얼굴이자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는 스포츠 캐스터, 김민수 캐스터가 있다.

그는 스포츠를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도 스포츠 없이 살 수 없다고 여긴 소년이었다. 그 시절 그가 가장 즐겼던 일은 스포츠 신문을 읽고, 선수들의 성적을 보고, 스포츠 게임을 하면서 리그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재능이 있었다. 스포츠를 좋아하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장기였던 그는 이를 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스포츠 캐스터라는 포지션으로. 지난 3일 김민수 캐스터를 만나 인터뷰했다.

김민수 캐스터스포츠 전문 채널 SPOTV의 간판, 김민수 캐스터 ⓒ 김미경


-2024 KBO리그 정규 편성 경기가 다 끝나고, 잔여 경기와 포스트 시즌만 남았습니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사실 잔여 경기 스케줄만 남았을 경우 선수들은 정규 경기 때보다 편해지지만 캐스터를 포함한 중계 방송사들은 더 정신없는 상황이에요. 현장 가서 생중계 하지 않는 경기라도, 생중계 하는 다른 방송사의 중계 화면을 받아 소리만 입혀 방송해야 하거든요. 근데 이때 현장에서 생중계 하는 방송사가 화면을 받아서 하는 방송사에게 시청률 싸움으로 진다면 거기서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중계 방송사 입장에서는 더 까다롭고 바쁘죠."

-평소에 중계 준비를 어떻게 하십니까?
"보통 당일 경기가 끝나고 11시 무렵 선수들의 성적이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다음 날 중계할 경기의 선발 투수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고 정리해요. 그리고 남는 시간에 중계 방송을 보고 11시에 선수들 성적이 업데이트 되면 그때부터 중계 준비를 시작합니다. 선수들 기록을 정리하고 정보를 미리 파악하는 거죠."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밈들과 드립을 워낙 잘 알고 계셔서 화제예요. '엠엘비 파크'와 같은 야구 커뮤니티의 유저라는 이야기도 있어요(*밈: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서 퍼져 나가는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모방의 경향, 또는 그러한 창작물이나 작품의 요소를 총칭하는 용어).
"저는 아예 계정이 없는 걸요(웃음). 그곳에 올라오는 글들과 사람들의 반응을 많이 보는 것이지 글을 쓰지는 않아요. 어떤 팀 선수에 대해서 궁금할 때 엠엘비 파크에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에, 그걸 보고 어떻게 중계할지 생각하는 용도로 쓰고 있어요. 사실 엠엘비 파크에서 저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가 나올 때 거기에 대한 해명을 위한 글을 쓰고 싶어서 아이디를 만들려고 한 적은 있는데, 이게 절차가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디를 만들지 않았어요."

-중계할 때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어려울 것 같아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건 캐스터로서 당연히 숙지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이건 모든 캐스터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캐스터들이 개인적인 사심을 담아 편파 중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어요. 보통 앞서가는 팀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상대팀으로선 이게 편파로 비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캐스터로서 조절해야 하는데 여기서 어려움을 많이 느껴요. 특히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 지고 있는 팀 팬들은 대개 그 경기를 잘 보지 않게 되는 것도 있고, 자연스레 점수를 많이 낸 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조절하기 힘들죠."

-중계할 때 선수 이름을 활용한 재치 있는 멘트가 인상 깊어요. 이런 멘트들은 의식적인 겁니까?
"멘트들은 순간 중계를 하다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고, 중계 준비를 하면서 선수의 특징을 공부하다가 생각나서 메모해 두는 것도 있어요. 일상을 보내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메모할 때도 있고요. 또, 어떤 선수를 보자마자 바로 멘트가 떠올라서 생각해 두고 있다가 경기 중계를 하다가 활용한 경우도 있죠."

-해설자로서 같이 합을 맞추고 있는 이대형 해설위원과의 케미가 좋아요.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고요. 이대형 위원과는 어떤 부분에서 잘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캐스터와 해설자 같은 경우에는 서로 성격이 모난 데가 없어야 잘 맞출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부분은 보통 해설자가 잘 맞춰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대형 위원의 경우엔 잘하는 것들이 많아서 함께 하는 캐스터가 편해요. 작전 등을 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서 알려주는 것도 있고, 트렌디하게 밈이나 드립을 잘 알고 계셔서 티키타카가 잘 되는 것이 중계를 보는 팬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야구 중계뿐 아니라 축구 중계까지 소화하시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야구는 플레이가 펼쳐지는 시간이 굉장히 짧고 템포가 느린 여백이 큰 스포츠예요. 반면 축구는 선수 교체 제외하곤 계속 선수들이 플레이하고 공이 굴러가기 때문에 템포가 빨라서 야구보다 텐션을 높여야 해요. 그래서 축구를 중계를 하다가
야구를 중계하면 말이 빨라져 있고, 반대로 야구가 끝나고 축구 중계를 하게 되면 텐션이 내려가 힘을 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대신 야구는 경기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축구는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어느 쪽이 더 힘들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 겪었던 고충이나 불편했던 순간이 있나요? 살짝 예상이 됩니다만(웃음).
"맞아요. 갑작스러운 생리현상이 있겠죠. 그래도 저는 그런 일이 크게 있진 않았는데, 대신 얼마 전에 감기 걸려서 중계 때 목소리가 안 나와서 '이럴 수가 있구나'하면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어요. 처음 겪는 일이었죠. 그래서 결국 다음 날 경기는 다른 캐스터로 교체됐어요."

-피겨 스케이팅, 테니스 중계 이력까지 있어요. 혹시 이외에도 중계에 도전하고 싶은 종목이 있나요?
"요즘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하고 싶었던 종목이었다고 생각해요. 모든 스포츠 중계를 다 해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종목이 떠오르진 않아요. 이미 했던 종목들 중에서 다시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본다면, 피겨 중계가 좋은 기억을 남아서 또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올림픽 중계도 해보고 싶어요. 아시안 게임만 해봤죠. 가장 재밌었던 종목을 떠올린다면 게임 중계였어요. 게임 중계는 야구 등과 다르게 현장에서 바로 중계에 대한 반응이 오기 때문에 좋았어요. 그리고 게임 방송은 중계 체계의 틀이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아서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보람차더라고요."

-그렇다면 그 보람찬 순간은 언제 인가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역사적인 순간을 제가 중계하면서 제 목소리가 평생 남게 됐을 때요. 이승엽 선수가 한미일 통산 홈런 600개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순간을 제가 중계했는데, 그 장면이 KBO 아카이브에 남게 됐죠. 그리고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 경기도 맡았는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 경기 영상이 나올 때마다 제 목소리가 나와 뿌듯했어요. 두 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늘 출퇴근하는 것도 좋았어요.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하고 싶고 제가 이 캐스터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이 보람찹니다. 캐스터로서의 자부심도 있죠."

-스포츠와 친해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네. 당연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일을 하겠지만, 그래도 정말 자신이 진심으로 스포츠를 좋아하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요즘엔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 종목에 대해서만 자세하게 알고, 다른 종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스포츠를 두루두루 좋아하는 사람이 이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서 굉장히 매력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이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지 생각해보고, 스포츠와 친해지도록 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해야만 그 직업을 가질 기본적인 준비가 된 사람이죠."

-스포츠 캐스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캐스터로서 어떤 특별한 상황을 팬들에게, 선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는 중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선수가 대단한 플레이를 하는 등의 상황에서 야구장에 없어서 중계 방송을 통해 야구를 시청하는 모든 팬들은 캐스터가 중계하는 경기만을 보게 돼요. 그래서 캐스터의 중계 하나하나가 팬과 선수의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a href="https://blog.naver.com/kyoungeelog3110"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blog.naver.com/kyoungeelog3110</a>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