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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서 눈길 가는 미소-와이너리, 그들의 강점

[함양의 발효문화 활용을 통한 지방소멸 극복] 일본 홋카이도의 발효기업 ②

등록|2024.09.13 18:06 수정|2024.09.13 18:12
사람들은 점점 전통적 식문화에서 멀어지고 초가공식품 등 몸에 좋지 않은 음식과 가까워졌으며 그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성인병의 위험 속에 김치 못 담는 세대, 조리기능 상실의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전통적 식문화에서 멀어졌다.그 가운데 발효 먹거리는 대표적인 바른 먹거리로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노화방지 및 건강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쌀누룩(코지) 중심의 ‘누룩소금’이나 ‘쌀누룩 요거트’의 레시피가 유행처럼 번졌다. 발효와 청정농산물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는 가파른 인구소멸의 위기 속에서 기성세대의 전통적인 발효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에 성공적인 사례들이 있다.인구 3000명 규모의 지자체에서 성장한 목장, 와이너리, 양조장 등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발효를 기반으로 지역만의 특색을 살려 경제적 성과를 창출을 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를 살펴보고 함양군이 보유한 훌륭한 발효기반을 조명하여 발효가 함양군만의 독자적인 매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다.[기자말]
[글 싣는 순서]
1. 일본 홋카이도 소도시의 발효기업1 (우케가와팜덴엔, 카미카와다이세츠슈조)
2. 일본 홋카이도 소도시의 발효기업2 (오호츠크팜우시오, 보스어그리 와이너리)
3. 일본 홋카이도 소도시의 발효기업3 (노스플레인팜, BSB양조장)
4. 바른 먹거리, 발효음식의 중요성, 온생명평생교육원 김인술 원장
5. 쌀누룩 발효와 발효문화의 성장 가능성, 한일국제발효치유협회 오상희 회장
6. 함양의 발효기업1 장 (인산가, 허점순 토속된장할매, 별빛담은마을)
7. 함양의 발효기업2 초 목장발효(채연가, 삼민목장)
8. 함양의 발효기업3 주 (하미앙, 옛술도가, 명가원)

▲ 우츠츠노 모리 엔도 타카히로 대표 ⓒ 주간함양


1. 몬베츠, <우츠츠노 모리>

홋카이도 몬베츠시의 작은 마을 우츠츠에서 운영되고 있는 '우츠츠노 모리'는 우츠츠의 숲이라는 뜻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 농장은 미소(일본식 된장)를 만들며 자연 친화적인 발효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을 재생하려는 중요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미소 공방은 몬베츠시의 지역재생협력대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발효식품 생산을 하는 '우시오미소' 뿐만 아니라 농장분야(팜 우츠츠)와 제과분야(우츠츠 숲의 친구들)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발효문화를 통한 새로운 시작

우츠츠노 모리는 6세대만 있는 우츠츠 마을에서 콩과 옥수수, 현미 등을 무농약으로 재배하여 발효된 미소를 만드는 이곳은 특히 '옥수수 미소'가 대표 상품이다. 옥수수 미소는 홋카이도의 청정 자연에서 재배한 옥수수를 발효해 만들어지며, 단맛이 특징이다. 이 공방은 옥수수뿐만 아니라 콩과 보리, 밀 등을 재배하여 다양한 발효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소를 만드는 엔도씨는 150년 이상 미소와 간장을 만든 이와오쇼유에서 2018년부터 모로부타(삼나무 발효틀)을 이용한 전통발효를 전수받고 만들기 시작한 장인으로 발효에서는 전통을 고집하지만 미소된장의 쓰임에서는 전통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등장한 게 옥수수미소와 현미미소다.

"평소에 쓰기 좋고 양식에도 잘 어울리는 미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미소된장을 양식에 사용했을 때 조합이 좋은 걸 발견했고, 그래서 옥수수를 넣어서 감칠맛과 단맛을 더 끌어낸 미소를 만들게 됐습니다."

옥수수는 기본적으로 전분이 많다. 옥수수의 전분을 누룩의 효소가 포도당으로 분해하면서 미소의 단맛이 더 진해진다.

미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해야 만들어지기 때문에 2024년 1월에 우시오 미소를 처음 개시했다. 지금은 금방 동나서 구할 수도 없다. 우시오를 아는 사람들이 금방 사가기 때문이라고.

▲ 우츠츠노 모리 ⓒ 주간함양


우시오의 미소가 맛있을 수 있는 이유? 자연주의 농법

엔도씨와 초원씨가 8세대 밖에 없는 작은 마을 우츠츠에 정착한 건 여기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마지막 위도였기 때문이다. 우츠츠 마을이 있는 몬베츠시는 북쪽 오호츠크해와 닿아있는 지역으로 해빙을 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95%가 낙농업에 종사하고 3%정도가 밭작물을 경작한다.

엔도씨와 초원씨 부부는 콩 농사를 고민하다보니 몬베츠 중에서도 산에 둘러싸인 우츠츠 마을을 선택했다. 산이 바다로부터 오는 냉기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우츠츠노 모리는 자연 친화적인 농법을 고수하며 발효식품을 생산한다. 2021년부터 9천평의 땅에서 다양한 품종을 함께 심으며 작물의 생육환경을 실험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렇게 추운 곳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언제 심는지, 언제 수확하는지 실험을 통해 체계화를 잡을 수 밖에 없다. 2023년까지 매년 다른 품종의 콩과 옥수수, 밀과 보리를 자연순환 농법으로 재배하며 발효식품의 원료를 자급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자연에 따른 순환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땅 속 미생물과 벌레가 함께 농사를 짓는다. 때문에 농사에 큰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형 농기계가 농지에 들어가게 되면 미생물들이 전부 눌려 죽게 되기 때문이다.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재배된 농산물은 발효 과정에서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처음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여기저기 도와주러 갔던 곳이 우연찮게 자연농을 하는 곳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제 첫 시작점은 자연농으로 시작됐어요."

일본에서는 농부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3년의 수련 과정이 필수적이다. 농부가 되어야만 농기계 및 농지 거래를 할 수 있는 등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엔도씨는 2017년 자연농으로 수련을 시작한 셈이다.

"자연농을 통해 나온 작물을 먹으면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요. 다른 작물과 다르게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엔도씨는 "자연농 작물을 먹어보면 자연농을 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힘든 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자연농법을 고집하면서 이렇게 추운 곳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엔도씨는 그래서 적합하다고 말했다.

"작물은 거칠게 스스로 이겨내며 자랄수록 맛있고 결과도 좋습니다. 우츠츠 마을은 콩 농사에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죽기 아슬아슬한 온도까지 갔다가 따뜻해지기 때문에 그 맛이 응축되며 맛있고 진한 콩이 탄생해요."

지방소멸을 막아보자! 지역재생협력대!

대기업에서 일하던 엔도씨는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끼고 가장 먼 곳으로 가기 위해 홋카이도를 찾았다. 홋카이도 대학원에서 남극연구, 저온과학연구를 공부하면서 몬베츠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그런 인연으로 지역재생협력대를 알게 되었고 그렇게 우츠츠노 모리를 시작하게 됐다.

일본 정부가 시행하는 지역재생협력대 프로그램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도시 거주자들을 소멸위기지역으로 파견하는 형태로 3년간 지원금을 받으며 지역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이 골자다. 이 부부도 홋카이도의 소멸 위기 지역 중 한 곳인 몬베츠에 정착해 공방을 설립하게 되었다. 지역재생협력대원으로 활동하며 발효식품 생산과 자연주의 농업, 제과 등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우츠츠노 모리는 발효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재생하고, 자연 친화적인 농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2. 키타미, <보스어그리와이너리>

▲ 보스어그리와이너리 후카다 히데야키 대표 ⓒ 주간함양


추운 홋카이도 속에서도 가장 따뜻한 키타미. 내륙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홋카이도에서 포도를 생산할 때 고려해야 하는 건 포도나무가 겨울을 버틸 수 있는지다. 그렇기에 홋카이도의 와이너리는 키타미에 모여있는 편이다.

다양한 품종 속에서 적합한 품종을 찾은 키타미의 보스어그리와이너리 후카다 히데야키 대표. 히데야키 대표는 손자를 위해 만든 자연농축 사과즙을 선뜻 내어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추위를 견디는 포도 100% 자가 재배 포도로 탄생한 와인

보스어그리와이너리는 연간 8000병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포도 농사는 11년 전부터 시작했지만 와이너리 면허 취득 후 와인생산을 한 건 2020년이었다. 짧은 역사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보스어그리와이너리의 가장 큰 특징은 와인에 사용되는 모든 포도를 제초제 없이 직접 재배한다는 점이다. 초기 2~3년 동안은 포도나무의 뿌리가 자리를 잡도록 기다린 후 수확을 시작했다. 히데야키 대표는 매년 수확된 포도로 와인을 생산한다.

포도는 홋카이도의 특유의 기후와 일교차 덕분에 당도가 높아지며, 특히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을 견딜 수 있는 포도 품종인 '세이블', '야마사치' 등을 재배한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와이너리는 고유한 맛과 향을 지닌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다.

홋카이도의 혹독한 겨울은 포도 재배에 큰 도전이지만, 보스어그리와이너리는 추위에 강한 품종을 선택해 극복했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기후에서 재배되는 피노 누아와 같은 품종 대신 추위에 적응한 품종들을 교배해 키우고 있다. 특히 머루포도와 유사한 산포도 품종을 사용해 강한 추위 속에서도 달콤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포도를 재배한다.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와인은 '야마사치'와 '키타미 브람'이다. '야마사치'는 백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드라이 와인으로, 가벼운 바디감과 신선한 과일 향이 특징이다. 한편, '키타미 브람'은 검은 포도로 만든 백포도주로, 홋카이도에서도 드문 와인이다. 검은 포도를 사용해도 밝고 투명한 색상을 유지하며,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두 와인은 모두 드라이한 스타일로, 단맛보다는 깔끔하고 상쾌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이 지역의 일교차 덕분에 당도가 높아지며, 달콤함과 동시에 균형 잡힌 산미를 자랑하는 것이 이 와인들의 매력이다.

특히 보스어그리와이너리는 와인을 생산할 때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으로 포도를 하나하나 골라내고, 최상의 포도만을 사용하여 건강한 과육만으로 와인을 만든다. 이를 통해 신선한 과일 향과 깔끔한 맛을 지닌 와인을 만들어내며, 이로 인해 많은 단골 고객이 생겨났다.

▲ 보스어그리와이너리 ⓒ 주간함양


와이너리의 자부심, '지역 밀착형 생산'

보스어그리와이너리는 포도부터 와인까지 모든 과정을 지역 내에서 처리하며, 외부에서 포도를 들여오는 일이 전혀 없다. 연간 생산량 약 8천 병 대부분은 직판장에서 판매되거나 지역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에 납품된다. 와이너리 주인은 대규모 영업이나 외부로의 확장을 지양하고, 지역 내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양만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키타미 행정에서도 도쿄 등지에 납품 판로를 개척을 돕겠다며 사업 확장을 제안했지만 히데야키 대표는 딱 잘라 거절했다.

히데야키 대표는 "더 이상 판로를 개척할 필요 없이, 현지에서 수요가 충분하다"며, 큰 확장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영 철학 덕분에 와이너리는 지역 경제와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오히려 와인 구매를 위해 타 지역 사람들이 방문하게 될 정도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와인을 만든다

히데야키 대표는 와인의 품질 못지않게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히데야키 대표는 "와이너리를 찾는 손님들은 단순히 와인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와이너리에서의 경험과 사람들과의 교류를 기대한다"며, 고객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친근한 접근 덕분에 와이너리는 꾸준한 단골 손님을 확보하고 있으며, 와인을 통해 지역사회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보스어그리와이너리는 지역 밀착형 경영과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통해 홋카이도 키타미에서 자리를 잡았다. 포도 재배부터 와인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며, 지역의 특성을 살린 와인을 만들어내는 이곳은 홋카이도의 숨은 보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 경제에 기여하면서도 와이너리의 자부심을 지키는 보스어그리와이너리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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