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현장]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덴마크 코펜하겐 시사회
▲ 9월 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가운데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 이눅희 사진작가
▲ 9월 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가운데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 이눅희 사진작가
▲ 다큐영화 <괜찮아, 앨리스> 본 덴마크인들 "5번이나 울었다, 생명을 구하는 영화" ⓒ 최주혜
영화관 좌석 130석이 거의 다 찼다. 주최측이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할 정도였다. 우리 교포도 대여섯 명 보였지만 대부분이 덴마크인이었다. 82분 동안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상영이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와 음악이 나오자, 박수가 꽤 길게 이어졌다. 30초는 더 되는 듯했다.
"5번이나 울었다."
"여러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청소년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다."
덴마크는 유엔(UN)이 행복지수 조사를 할 때마다 매년 핀란드와 1, 2위를 다투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주눅 들어 있는 사람이 적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심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한국의 청소년과 부모 이야기를 다룬 <괜찮아, 앨리스>를 덴마크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감상했을까?
지난 9월 6일 오후,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의 중심에 있는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오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있었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한국의 다큐 3편을 소개하는 행사의 마지막날이었다.
초청작 3편은 이미 개봉된 지 오래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년), <워낭소리>(2009년), 그리고 아직 미개봉된 <괜찮아, 앨리스>(2024년 11월 예정).
주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선택한 미개봉 다큐 <괜찮아, 앨리스>
▲ 9월 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가운데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 이눅희 사진작가
▲ 9월 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가운데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사진은 김형길 주(駐) 덴마크 대사(왼쪽)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 이눅희 사진작가
양지혜 감독이 만들고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괜찮아, 앨리스>는 경쟁교육과 입시교육에 상처 받은 한국의 청소년들이 왜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를 표방한 꿈틀리인생학교(이사장 오연호)를 선택했는지, 그 전후로 학생과 부모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경쟁교육 과정에서 받은 상처를 어떻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로 치유해 가는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선택한 '다른 길'이 '1년간 쉬었다가는 학교'였고, 그것의 모델이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였다. 아직 미개봉작인 <괜찮아, 앨리스>가 이미 대히트를 친 다큐 영화계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코펜하겐에 초청된 것은 그 이유가 컸을 것이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겨 이번에 초청된 작품 3편을 다 봤다"는 쇄렌 마크프랜드 숲유치원 원장은 "서로 다른 톤으로 다들 감동적이었는데, <괜찮아, 앨리스>가 관객이 제일 많았다"고 했다.
상영 30분 전부터 극장에 모여든 덴마크인들은 여러 세대가 섞여 있었다. 한국을 곧 방문할 예정인 류슨스틴 고등학교 학생들 20여 명이 찾아왔고, 대학생, 교사, 직장인, 은퇴자 등 다양했다.
특히, 에프터스콜레(중3 과정 이후 1년간 자유로이 인생을 설계하는 기숙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교육자들이 많았다. 250개에 달하는 에프터스콜레연합회의 대표인 토벤 라스무센 회장을 비롯해 울릭 이버슨 바흐네호이 에프터스콜레 교장, 메테 상가드 울러럽 음악 에프터스콜레 교장도 함께 했다. 자신들의 교육 제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그들은, 그 제도가 한국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김형길 주(駐) 덴마크 대사는 참석한 덴마크인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한국과 덴마크가 친환경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이미 녹색동맹을 맺고 있는데, 이제 교육 분야의 활발한 교류로 교육동맹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울릭 바흐네호이 교장 "영화 보면서 여러 번 울었다"
▲ 9월 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오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가운데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 이눅희 사진작가
▲ 9월 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오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가운데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 이눅희 사진작가
덴마크인들은 82분간의 영화상영 동안 스크린에 몰입되었다. 몇 장면에서는 웃음소리도 들렸다. 학생들이 모내기 초입에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 기숙사 방의 규칙에 "방귀를 마음대로 뀌자가 있다"고 말할 때 등. 그러나 웃음보다 소리 없는 눈물이 더 많았다. 울릭 바흐네호이 교장은 "여러 번 울었다"고 했다. 극장을 나오는 이들에게 소감을 묻자 "눈물이 나왔다"는 답이 많았다.
꿈틀리인생학교에서 1기(2016년) 학생으로 다닌 적이 있는 안드레아는 "영화가 정말 잘 만들어졌다"면서 "나는 5번이나 울었다"고 했다. 앤더스 슐츠 류슨스틴 고등학교 교사는 "특히 나쵸라는 이름을 쓰는 학생과 아빠의 스토리 때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아들과 관계가 안 좋았던 아빠가 처음으로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받은 아들이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는 장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감동적이었다. 나도 몇 해 전에 아빠가 된 사람의 입장이기에 더욱 가슴이 먹먹했다."
토벤 덴마크에프터스콜레 회장은 "잘 만들어진 감동적인 영화"라면서 "(덴마크의 KBS 격인) DR에서 방송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가 영화에 잘 담겨 있음에 주목했다.
"에프터스콜레 정신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학생이 단순 교육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더불어 참여하는 시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다큐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 규칙을 정하고, 다같이 힘든 모내기 일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참 좋았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꿈틀리인생학교에서도 이뤄지고 있구나."
주 덴마크 이스라엘 대사 "다른 나라들에게도 교훈을 주는 영화"
▲ 9월 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가운데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 이눅희 사진작가
▲ 9월 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가운데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 이눅희 사진작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이 행사에 영화 제작사 대표로 초청받았다. 그는 꿈틀리인생학교의 설립자이기도 해서 영화 출연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영화가 끝나고 오 대표와 관객 사이에 20분 동안 일문일답이 진행됐다
오연호 대표 바로 옆에서 관람한 데이비드 아코브 주(駐) 덴마크 이스라엘 대사는 "내내 몰입해서 봤다, 참 좋은 영화다, 한국과 덴마크의 차이를 잘 보여줬다"면서 "다른 나라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여운은 영화관 밖으로까지 이어졌다. 코펜하겐대학교 1학년생인 레아는 <괜찮아, 앨리스>를 본 그날 밤 A4 2장 분량의 후기를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보내왔다. 그는 "이 다큐 영화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과 부모들의 선택을 통해 "어떤 변화가 가능하고 어떻게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청소년들의 행복을 보장하라"고 적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덴마크에 살고 있는 한국계 베카 강은 다음 날 그의 사연과 각오를 오연호 대표에게 이메일로 보내왔다.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저의 큰집은 한국에 있어요. 큰집 어린 사촌동생이 작년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쓰러져서 이빨이 깨졌어요. 저는 한국에 가서 살고 싶은데 남편은 (아이가) 한국 학교에 가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이 좀 났어요. 이 영화는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에 사는 가족들 다 이 영화를 보라고 말해줄게요." (※ 맞춤법과 문장 일부 교정)
11월 13일 극장 개봉... '개봉일 100개 극장 상영' 목표
▲ 9월 6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장 <씨네마테켓>에서는 11월 13일 한국에서 극장 개봉 예정인 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초청 시사회가 열렸다. 주(駐)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가운데 유일한 미개봉작이다. ⓒ 이눅희 사진작가
▲ <괜찮아, 앨리스>는 오는 11월 13일에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되는데, '개봉일 100개 극장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미디어나무
이 시사회를 위해 1주일 동안 코펜하겐에 머물렀던 오연호 대표는 "이 영화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동료들 사이에서 어떤 관계가 되어야 개인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를 하면서 주눅들지 않고 세상에 참여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서 "한국인들은 나를 주눅들게 만드는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덴마크인들은 현재의 행복사회를 반드시 지켜내야겠구나 하는 점에서 서로 긴장감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펜하겐 시사회 소식을 전해들은 양지혜 감독은 "<괜찮아, 앨리스>를 덴마크에서 상영할 수 있게 초청해주신 한국대사관과 박수를 보내주신 덴마크 관객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특히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서 함께 마음 아파하고 고민해주는 덴마크 관객들의 반응에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 감독은 "영화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면서 "<괜찮아, 앨리스>의 이번 코펜하겐 상영이 한국과 덴마크 교육 당사자들이 행복사회를 위해 함께 연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괜찮아, 앨리스>는 오는 11월 13일에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되는데, '개봉일 100개 극장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미디어나무>의 김성환 대표는 "독립영화가 상업극장에서 자리잡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이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우리 지역에서도 개봉을 추진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1월 13일에 100개의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할 100명의 시민 추진단을 모집중인데 1주일만에 50명이 참여하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추진단 모집을 위해 9월 21일 오후 3시 명동CGV 시사회를 시작으로 개봉 전에 전국 곳곳에서 시사회를 열 것"이라면서 "추진단에 동참을 원하거나 개봉 전에 시사회에서 관람을 하고 싶은 시민은 <오마이씨네> 홈페이지(www. ohmycine.com)를 참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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