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마저도 윤 대통령에게 등돌리나
[김봉신의 여론감각]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자 많아져도 국정 긍정률은 하락해
▲ 윤석열 대통령,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 참석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장 및 국민경제자문회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규제개혁위원장 위촉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가위 명절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13일 금요일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깜짝 놀랄 정도다. 전국 평균 국정 긍정률은 최저 기록을 경신해 20%다.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낮다는 것이고, 이제 더 낮아지면 20% 선이 무너져 10%대가 된다.
직전 9월 1주에 23%였다가 3%포인트 하락해서 단기적으로는 오차범위 내에서 횡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고점인 7월 3주 29% 대비 9%포인트 하락해서 중기 하락세가 분명하다. 29% - 28% - 27% - 23% - 23%로 3번 하락에 이어 숨고르기 후 다시 하락한 것이라 상승 모멘텀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한국갤럽, 9월 2주)9월 10~12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 국정 긍정률은 20%다. 빨간색 점선 상자는 필자의 강조. ⓒ 한국갤럽
대구/경북마저 오차범위 밖 부정 평가 우세
보수의 텃밭이라던 대구/경북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부정 평가가 우세하다.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2%포인트 하락해 35%, 부정 평가는 8%포인트 더 많아져 57%가 됐다. 긍정과 부정의 격차는 22%포인트가 돼 오차범위를 넘어선 격차가 됐다.
이로써, 한국갤럽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강원과 제주 제외하고 전국 전 지역에서 오차범위를 넘는 격차로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9월 1주까지만 해도 대구/경북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부정 평가가 우세했으나, 이제 전국에서 부정 평가의 우세가 뚜렷하다는 결론이다.
조금 더 들여다 보면, 부산/울산/경남의 국정 긍정률은 더 기가 막힌다. 9월 1주에 26%였던 긍정률이 9월 2주 이번 조사에서는 22%까지 떨어졌다. 이번 정부 들어서 최하치를 기록한 거다. 올해 총선 전 2월 말과 3월 초중순에 50~51%였던 긍정률이 반토막 아래로 하락했다.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격전지에서 윤 대통령 평가는 여권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보수 성향자, 여론조사 적극성 약해졌나
보수 성향자 중 국정 긍정률도 38%로 최저치이다. 이번 정부 들어 38%는 두 번 나왔는데, 올해 5월 5주와 이번 9월 2주이다. 5월 5주 전국 평균 국정 긍정률은 그때까지 최저치인 21%였는데, 보수 성향자 중 국정 긍정률의 하락이 전체 평균의 하락을 견인한 것이다. 이번 9월 2주에도 같은 현상이다. 보수 성향자 중 최저치, 그리고 전국 평균 최저치가 동시에 등장했다.
그런데, 전체 표본 중 보수 성향자가 차지하는 규모에서 이상한 조짐이 감지됐다. 7월 1주부터 보수 성향자가 조사에서 극히 미세하게 적어지는 추세였다가 9월 2주에 반짝 회복된 거다.
▲ 보수 성향자 중 주요 지표(한국갤럽, 9월 2주)최근 2개월 동안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과 주요 지표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 한국갤럽
7월 1주에 보수 성향자는 330명 추출됐고 가중처리 후 사례수로는 324명이었다. 그런데, 2개월 동안 미세하게 적어져 9월 1주에는 추출된 표본 기준 260명까지 적어졌다. 가중처리 후 256명이었다. 그러니깐, 같은 설계의 조사가 7번 진행될 때 꾸준히 적어졌다는 것인데, 그 하락 규모가 70명이었다. 1000명 중에서는 7%포인트 정도 보수 성향자 적어졌다는 거다.
2개월 사이에 오차범위를 조금 넘는 정도로 보수 성향자 비율의 하락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미세하긴 하지만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보수 성향자 늘어도 주요 지표 상승 안 돼
그런데 9월 2주 보수 성향자는 직전 9월 1주 대비 38명이 더 잡혀 298명이 추출됐고, 가중처리 후 290명으로 기록됐다. 그러니깐,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수 성향자는 전체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4%포인트 정도 회복됐다는 거다.
그렇지만, 놀라운 점은 이렇게 보수 성향자가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하게 다 많아졌지만, 그들 중 국정 긍정률은 오히려 4%포인트 하락했다. 9월 1주 42%였던 보수 성향자 중 국정 긍정률이 9월 2주에 38%로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한 변동을 보였다.
더군다나, 국민의힘 지지도는 보수 성향자 중에서 9월 1주 69%, 9월 2주 60%로 9%포인트 하락했다. 물론 오차범위 내의 변동이긴 하지만, 올해 들어 보수 성향자 중에서 나타나는 하락폭으로는 가장 크다. 총선 패배 후 국민의힘은 보수 성향자 중에서 50%대의 지지도를 얻는 경우가 두 번 있었고, 이번 60% 지지도 역시 낮은 수치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자가 조금 더 추출된다고 해서 국정 긍정률이나 국민의힘 지지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지난 광복절을 전후해 퍼진 독립기념관장 인사 등 뉴라이트 논란과 일본 관계,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 여기에 의료대란 불안감이 겹친 탓이 크다. 어느 현안도 윤 대통령 긍정률에 상방압력을 주고 있지 못한 것 같다.
2016년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자 규모는 어땠을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긍정률을 보면 드라마틱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9월 2주 33%를 고점으로 미세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33% - 31% - 30% - 29% - 26% - 25%로 중기 하락세를 보였다. 그 직후 10월 4주에는 17%로 급락하더니, 한 주만에 5%까지 폭락했다. 아래의 그림이 이를 잘 보여준다.
▲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한국갤럽)국정농단으로 박 전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시기의 추이를 볼 수 있는 그림이다. ⓒ 한국갤럽
그런데, 당시 10월 3주 국정 긍정률 25%에서 보수 성향자가 305명 추출됐고, 가중처리했을 때 288명이었다. 그다음 10월 4주에 국정 긍정률이 17%로 하락한 조사에서는 보수 성향자가 오히려 조금 더 늘었다. 316명이 추출됐고 가중처리해서 315명이었다. 11월 1주에 전국 평균 국정 긍정률이 5%로 폭락했을 때도 보수 성향자는 265명 추출됐고 가중처리 후 256명이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첫째, 박 전 대통령 국정 긍정률 5% 나온 여론조사 내 보수 성향자 규모(256명)가 윤 대통령 국정 긍정률 23% 나오는 9월 1주 여론조사의 보수 성향자 규모와 동일하다. 최근까지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매우 약해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둘째, 박 전 대통령 국정 긍정률이 25%에서 17%로 급락할 때, 일시적이지만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강해져서 더 많이 추출됐다. 이번 9월 2주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자의 응답 적극성이 직전보다 조금 더 강해졌는지 보수 성향자의 비율이 조금 높아졌다. 그렇지만, 2016년과 마찬가지로 전국 평균 국정 긍정률은 낮아졌다. 2016년 대폭락 때와 비슷한 현상이다.
셋째, 국정 긍정률 폭락 시기에 보수 성향자 중 하락폭이 더 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0월 3주부터 전체 평균 25% - 17% - 5%로 폭락할 때 보수 성향자 중에서는 41% - 23% - 5%로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윤 대통령 긍정률 전고점 7월 3주 29%, 9월 1주 23%, 9월 2주 20%로 하락할 때, 보수 성향자 중에서는 50% - 42% - 38%로 하락 중이다. 역시 보수 성향자 중에서 하락폭이 조금 더 크다.
종합해 본다면, 윤 대통령 긍정률이 폭락하고 있는지 혹은 폭락할 것인지를 논하기는 아직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윤 대통령의 긍정률이 박 전 대통령 폭락 직전 징후를 비슷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 지지도 역시 최저치 경신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도가 심상치 않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이번 9월 2주 조사에서 28%의 지지도를 보여 이번 정부 들어 최저치이다. 7월에 나타난 35%의 지지도는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에 의한 것이라면, 지금은 거품이 다 걷혔다.
▲ 정당 지지도(한국갤럽, 9월 2주)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정부 들어 최저치를 경신했다. ⓒ 한국갤럽
총선에 패배한 직후 조사에서 30%의 지지도를 보였으나, 이제 그보다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고, 더 놀라운 점은 한 번 더 하락하면 민주당과의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뚜렷한 열세를 보일 것 같다는 거다. 이번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5%포인트 차이다.
이번 9월 2주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 국민의힘 지지도가 보수 성향자 중에서 9%포인트 하락해 60%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구/경북에서 10%포인트, 60대에서 12%포인트 하락했다. 더 심각한 것은 명절 연휴를 앞두고 민생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 중에서 14%포인트 하락한 거다. 모든 변동은 오차범위 이내지만, 종합해 보면 경기에 민감한 보수 성향자의 민심을 잃고 있는 것 같다.
국정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가 동반 하락 중이다. 그것도 보수 성향자 중에서 하락이 눈에 띈다. 특히 국정 긍정률은 거의 벼랑끝에 있는 듯 위태로운데, 보수 성향자가 등을 돌리면 콘크리트도 모래성이 되는 건 하루 아침이다. 2016년 가을에는 여당 대표가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현재 권력에게 폴더 인사를 하듯 허리를 숙인 자세를 유지할지, 민심을 살피기 위해 허리를 펴고 멀리 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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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데일리 오피니언은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에서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 9월 2주: 2024년 9월 10~12일 조사
- 9월 1주: 2024년 9월 3~5일 조사
※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및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