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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후, 주치의를 기분 좋게 만들었던 한마디

행복은 소소한 것...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등록|2024.09.16 13:23 수정|2024.09.16 13:23

▲ Unsplash Image ⓒ priscilladupreez on Unsplash


'인사를 잘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 아이에게도 내가 강조하는 부분이 '인사'이다. 집 앞 마트에서 먼저 건네는 인사가 기분 좋고 아침에 출근할 때 피곤하지만 환경미화원 여사님께도 먼저 인사하면 서로가 기분이 좋아진다.

사전적인 의미의 리액션의 뜻은 따로 있지만 내가 생각할 때 인사처럼 상대방의 기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리액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리액션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다. 이 리액션 덕에 결혼도 했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고 음식점에서는 물건을 덤으로 받기도 한다.

학창 시절엔 내가 재밌어서 친해지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고 성인이 되어 친구를 사귈 때는 나의 리액션이 좋아서 덩달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신랑도 내가 본인의 말에 공감을 잘해줘서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음식점에 가서 계산할 때 "오늘 음식 어떠셨어요?"라고 묻는 식당들이 있다. 그럴 때 (정말 괜찮은 식당에는) "너무 맛있었다. 또 방문하고 싶어요"라며 진심을 담아 표현한다. 내 말을 들은 사장님들은 감사하다면서 웃어 보이 신다. 그럼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옷가게 가서 예쁜 옷을 발견하면 "너무 예쁘다"라고 칭찬한다. 그럼 옆에 있는 점원도 함께 행복해한다.

리액션이라는 게 사실 별거 아닌데 요즘에는 감정표현에 무색해진 것 같다. 특히 어른이 되어서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특히 병원에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무섭고 두렵지만 병원에서는 아무도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소아병동을 가야 울음소리도 들리고 이야기 소리도 들린다.

요 근래 유방암으로 입원해 있을 때 일이다. 전공의가 없어 주치의 선생님이 치료부위를 소독해 주셨다. 왠지 모르게 힘들어하는 주치의 선생님 모습에 "선생님 덕에 수술 잘된 것 같아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잘 웃지 않는 주치의 선생님이 크게 웃으면서 "다행이네요"라고 하셨다. 나의 진심을 전달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기분 좋아지는 것을 보면 나까지 행복해진다.

친구나 지인에게는 공감하며 리액션을 잘해주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공감을 못해주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유치원에서 배워온 동요를 부르곤 했었는데 제목은 <친구 되는 멋진 방법>이다.

내용은 당연히 친구 되는 방법이 나열되어 있다. 인사하기, 친구얘기 들어주기, 진심으로 맞장구치기가 방법이다. 노래를 마치고 "엄마, 그런데 말하고 싶어도 참는 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라고 6살이었던 딸아이가 이야기해 주었다. 6살 딸에게도 리액션의 기본인 경청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젠 11살이 되어 이 노래를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때 들었던 그 노래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동요라는 것뿐이지 어른들이 듣고 꼭 기억해야 할 노랫말인 것 같았다.

인터넷상에는 공감의 표현을 하트로 남긴다. 영혼 없는 하트보다는, 동요에서 나오는 노랫말처럼 친구의 말을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이 진리이다.

사춘기가 다가오는 딸에게 리액션 좋은 엄마가 공감하는 마음으로 들어주다 보면 무섭다는 사춘기를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

칭찬과 진심 어린 공감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마법의 열쇠인 것 같다. 가족들에게 조언이나 충고 말고 칭찬과 진심 어린 공감의 말을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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