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송곳이라면 그림은 비어있는 캔버스, 상생 행복론
[인터뷰]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고도원 이사장과 박덕은 전 전남대 교수
▲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라는 공저를 들고 활짝 웃음을 짓고 있는 고도원 씨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라는 공저를 들고 활짝 웃음을 짓고 있는 고도원 아침 편지 이사장 ⓒ 김슬옹
<고도원의 아침 편지>는 책을 읽고 밑줄 그은 부분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편지로 무려 24년간이나 독서문화의 지평을 넓혀왔다. 한가위 연휴를 앞둔 14일 현재, 이메일로 날마다 배달되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가족은 402만1481명이라고 한다. 밑줄 독서의 감동을 나누는 이 편지를 우리 국민 가운데 얼추 10분의 1은 함께 나누고 있는 셈이다.
기자도 2003년 무렵부터 받아보기 시작했고, 2005년에 아침 편지의 뜻을 나누는 '깊은 산 속 옹달샘'이라는 명상의 집을 세울 때 모금 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실제로 처음 방문하기는 지난 8월 7일 무렵이었다. 필자의 별명 겸 호도 옹달샘인지라 옹달샘 찾은 길잃은 사슴처럼 산속 깊숙이 자리 잡은 옹달샘을 구석구석 걷고 체험하며 모처럼의 숲속의 평안함을 맛보았다.
책을 살펴보니 쉽고도 간결한 제목 아래 박덕은 작가의 추상화가 먼저 나오고 관련 글이 나온다. 글이 먼저 쓴 것이지만 그림이 앞서 독자들의 시선을 강렬하게 끌면서도 글에 대한 여운을 남겨주는 구실을 하는 듯하다.
'아침 편지'는 토요일은 밑줄 독서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를 배달하는데, 9월 14일은 '사슬'이라는 시가 왔다. "달아나는 꿈도 꾸지 마!"라는 짧은 명령투의 한 줄 시가 묘한 여운을 던져준다. 모든 도구가 그러하듯 사슬은 양면성이 있다. 함께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공동체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사슬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긍정적으로 연결되면 행복의 끈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족쇄로서의 사슬도 된다.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라는 책 제목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제목이지만 두 저자와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나눠봤다. 먼저 고도원 작가는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인사를 나눈 뒤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남이 행복하다고 행복해지나요?
"우리 삶은 건강이라든가 성취라든가 기쁨이라든가 이런 삶의 목표들이 있는데 그것의 총결합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행복하게 산다는 게 참 쉽지만은 않지만, 우리가 지향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을 했고, 고도원의 아침 편지도 어찌 보면 우리가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이냐에 대한 작은 어떤 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은 출발은 자기 자신이죠. 내가 행복해야 흘러넘친 행복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이 되는 것인데 그래서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우리의 일차적인 생각이죠. 그런데 진정한 의미의 어떤 이타적 삶이라든지 우리가 이 시대에 살면서 공동체의 삶이라든지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친구이든 연인이든 부부이든 자녀이든 상대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죠. 결국은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과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맞물려야 진정한 행복이 되는 것이지요"
- 짧은 글과 간결하면서도 복잡해 보이는 추상화가 만나 뭔가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어떻게 공저를 하시게 된 것인가요?
"어떤 면에서 나는 좀 힘들어도 누군가가 기뻐하고 편안하고 건강한 것이 진정으로 내가 행복하다는 발견을 좀 했고 그러다가 아침 편지를 쭉 썼어요. 아시다시피 아침 편지는 위에 제가 읽은 글귀를 인용하고 그 인용한 글귀를 읽으면서 저의 단상을 적었던 것인데 많은 분들이 제가 덧붙인 저의 단상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중에 한 분이 박덕은 작가인 거예요. 이분은 시인이고 소설가이시고 교수이시고 제자들이 아주 많으세요. 그러다가 특별한 인연으로 순창에 박덕은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었지요. 한 육백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박덕은 작가가 제 글에 반했듯이 저도 박덕은 그림에 반한 것이지요. 그래서 24년간 이어지는 대체 불가의 고도원의 글과 역시 대체 불가의 박덕은의 그림을 결합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궁합을 맞추게 된 것이지요."
- 재미있는 질문을 드릴게요. 아주 오랫동안 독서를 통해서 결국 행복을 나눠오셨는데요. 이번에 글과 그림을 결합하면서 글과 그림 중에서 어떤 게 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글은 단어라고 하는 한정된 개념 속에 우리의 생각이나 구체적인 뜻을 담는 거잖아요. 근데 그림은 그보다는 훨씬 광대하죠. 특히 추상화는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고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글이 송곳이라고 치면 그림은 비어 있는 캔버스 같은 것이죠. 그래서 이 둘의 만남은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글이 그림을 만나 글은 더 글다워지고 그림은 더욱 그림다워진다는 의미이다. 읽는 사람들에게는 더 자신에게 꽂히는 부분이 더 강렬할 수 있다. 그게 글인지 그림인지는 독자마다 다를 것이다. 공저자인 박덕은 화백은 어떤 마음으로 그렸는지 전화로 대화를 나눠봤다.
- 소설도 쓰시고 시도 쓰시고 평론까지 하시고 요즘은 시와 그림에 빠져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시와 그림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차이는 전달 방식이 다른 것이고 궁극적으로 닮은 게 많아요. 제가 볼 때는 시나 그림이나 새로운 각도로 사물을 보는 게 좋아요. 기존의 어떤 방식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보면 좀 신선하거든요. 새로운 각도로 이렇게 바라보는 그런 해석 새로운 해석, 그것이 제일 제 마음에 들어요."
- 책 속의 그림 중에서 제일 어떤 기억에 남는 그림이 어떤 게 있을까요? 그리실 때 특히 주안점을 둔 건 뭘까요?
"사실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쁘고 가리킬 수가 없고 뭐랄까 자식새끼같이 모든 자식이 다 소중하듯이 그렇죠. 주안점은 일부러 구상과 추상을 결합하도록 노력했어요. 진짜 행복에 대한 모든 사람의 느낌이 다를 수는 있지만 또 이렇게 통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중요하죠. 너무 추상 쪽으로만 치우치면 그림이 모호해지니까 거기에 약간 꽃이라든가 새라든가 나비라든가 이런 실물을 하나 넣어요. 그러니까 완전한 추상화라고 하기 어렵죠. 일종의 융복합 예술로 추상화도 아니고 구상화도 아니고 풍경화도 아니죠.(하하 웃음)"
- 그러면 작가님이 생각하는 행복은 어떤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하면 상생 행복이죠. 그러니까 고도원 님하고 저하고 코드가 맞아 행복하듯 이렇게 상생하면서 얻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죠. 혼자 누리면 행복이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림 때문에 글이 살고 글 때문에 그림이 사는 이런 상생이 행복이죠."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고도원 작가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하자 이렇게 말했다.
"한참 어렸을 때 자기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가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것을 우리가 꿈이라고도 얘기하죠. 그런 꿈의 결과도 소중하지만 꿈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얻는 행복이 소중하죠. 탁낫한 스님이 말하는 커피 행복론이라는 것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보다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행복이 시작된다는 거죠. 곧 행복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물을 내리고 물을 데우고 그릇이 깨지기도 하고 그 모든 과정이 행복이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어떤 열매를 따는 그런 행복보다는 지금부터 마음먹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행복이라는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명절 때 그 고된 귀향길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과정 때문이리라. 아무래도 이번 추석에는 이 책을 가족들과 함께 보며 더 진득한 행복을 나눠야겠다.
▲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표지“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표지 ⓒ 고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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