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손흥민 능력으로 골 넣어... 홍명보호 전술 부족하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

등록|2024.09.17 15:33 수정|2024.09.17 15:33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홍명보 감독이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연전을 치렀다. 5일 팔레스타인전은 0:0 무승부를 기록했고 10일 오만전은 3:1로 승리했다.

두 경기 결과를 평가해보기 위해 14일 박문성 해설위원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해설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오만전은 선수 개인 능력으로 이겼다"

▲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 ⓒ 박문성 재공


- 홍명보 감독으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교체된 후 치러진 A매치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했습니다. 두 경기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전술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에게 익숙한 멤버들이 많고, 새로운 선수들을 뽑긴 했지만 그 선수들은 많이 중용되지 않았죠. 전술적으로도 무엇인가 확 달라졌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두 경기에서 1승 1무로 지진 않았는데 답답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건 바로 그 부분이겠죠."

- 홍명보 감독으로 교체됐는데 왜 그 이전과 같을까요?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얘기할 수 있겠죠. 근데 홍 감독이 그동안 (이전 소속팀인) 울산 HD에서 보여줬던 걸 놓고보면 사실 전술적으로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죠. 감독을 평가할 때 두 가지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전술적인 디테일 잘 짜는 지도자가 있고, 또 한 부류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나 강하게 선수들을 독려해서 끌어가는 감독이에요. 홍 감독은 후자죠."

- 축구에서 전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단적으로 얘기드리면 전부라고 할 수도 있죠. 물론 축구는 선수들이 하는 거니 선수 개개인들의 능력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축구가 결코 혼자 할 수 없죠. 게다가 요즘은 전술 전략이 상당히 많이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술의 싸움이 유럽에서도 굉장히 많이 펼쳐지고 있죠. 선수들의 실력이 크게 차이가 안 난다고 한다면 그들을 묶어내는 전술 전략에 따라 희비가 갈라지는 모습도 상당히 많아요. 최근 유럽에서 좋은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큰돈을 쓰는 것도 팀에서 차지하는 감독의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그런 거죠."

- 그렇다면 홍명보 감독은 지금 추세와 안 맞는 건가요?
"최신 전술 트렌드에 맞는 감독이 아니죠. 그것 때문에 전술 코치를 데려와야 된다고 했고 실제 포르투갈에서 주앙 아로소 전술 코치를 수석코치로 데려왔죠. 그런 코치진이 뒤에서 보좌를 얼마큼 잘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 두 경기 모두 4-3-2-1 전술을 사용했어요. 홍명보 감독이 이 전술을 잘 활용하는 편인가요?
"홍명보 감독이 원래 포메이션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4-2-3-1이에요. 그래서 최전방에 9번 스트라이커 유형의 선수를 꼭 놓죠. 울산 시절에는 주민규 아니면 마틴아담이었죠.

이번 대표팀도 보면 주민규, 오세훈 등 키 크고 고전적인 9번 스타일을 놓고 미드필더에는 안정적으로 경기할 수 있는 2명을 놓죠. 전체적으로 보면 공격적으로 가거나 아예 또 수비적으로 가기보다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 균형 자체를 중시 여겨요. 가끔은 답답할 때가 있죠. 위험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화끈하게 풀어가거나 전술적으로 상대나 흐름에 따라 변화를 잘 주는 스타일이 아닌 거죠."

▲ 오만 원정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 아시아축구연맹


- 해설위원님이 팔레스타인전을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하셨던데 오만전은 어땠나요? 오만이 피파 랭킹 76위로 우리와는 53계단 차이 나는데 3대 1로 승리한 거잖아요.
"사실 팔레스타인 경기는 최악이었고요. 오만전은 3대 1로 이기긴 했지만, 사실 손흥민 선수의 앞서가는 골이 나오기 전까지는 굉장히 힘든 경기였죠. 한마디로 얘기하면 전술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죠.

예를 들면 가까운 일본이 중국을 7대 0, 그다음에 5대 0으로 연속 두 경기 이겼죠. 그 경기에서 골 넣는 장면을 보면 선수들이 약속돼 있는 움직임과 패스, 패턴 속에서 상당히 유기적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요. 그런데 우리는 이번에 골 장면들을 보면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집중됩니다. 선수들이 정말 잘했고 특히 이강인, 손흥민 선수의 개인적인 능력을 극대화시켜서 골이 들어갔죠. 여전히 팀으로서의 전술 같은 건 부족했다고 봐야죠."

- 축구는 개인플레이로 하는 게 아니고 팀플레이로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근데 여기서 두 개를 이분법적으로 자르면 안 되겠죠. 개인플레이도 필요합니다. 그 두 가지가 잘 묶여야 되겠죠. 개인의 능력 그다음에 그들을 묶어내는 팀에 대한 능력, 전술에 대한 능력이 필요한데 중요한 건 결국 팀 전술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개인이 뛰어나도 지워져 버리죠. 제가 얘기하는 건 개인도 중요하고 팀도 중요한데 전술이 더 훨씬 더 의미가 있는 건 뭐냐면 그런 개개인들을 살려내냐 죽이느냐도 결국 팀 전술이 결정한다는 거죠. 그래서 전술이 중요하고 감독이 중요하다는 거죠."

"대한축구협회 문제는 무능력과 불공정"

- 홍 감독이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그럴까요?
"이건 시간의 문제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저는 본질적으로 홍명보 감독이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번에 홍 감독 선임을 두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비판하는 이유는 두 가지 아닙니까? 근본적으로는 선임 과정이 공정했느냐는 공정 이슈죠. 두 번째는 그간 거론됐던 감독들보다 전술 능력이 더 뛰어나느냐는 점이에요. 저는 홍명보 감독이 이전에 거론됐던 외국인 지도자들보다 더 전술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K리그에서 울산 현대가 잘 하지 않나요?
"그렇죠. 최근에 연속해서 우승도 했고 잘했는데, 울산의 힘은 그야말로 뛰어난 선수들이죠. 선수에 대한 능력치가 워낙 압도적이었고요. 그 선수들을 데리고 전술적인 능력 같은 것보다 매니저형으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하고 집중시키는 것들을 해냈기 때문에 된 거죠."

- 지금 국가대표 선수들도 뛰어나지 않나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다른 팀에 비해 월등하게 압도적인가 생각해 봐야 돼요. 긜고 우리가 오만을 팀 전술로 이긴 게 아니라 선수의 능력으로 이긴 거잖아요. 선수 능력으로 오만을 잡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어쨌든 월드컵 본선을 목표로 하는 팀인데 더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지금 정도의 전술로는 좋은 결과를 못 낸다는 거죠."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홍명보 감독을 비교해 보면요?
"기본적으로 전술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아시안컵 때도 클린스만 감독을 두고 '좀비 축구'라는 표현을 썼던 걸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경기적으로 되게 답답한데 어쨌든 마지막에 그냥 선수들의 힘으로 이겼죠. 이번에 팔레스타인과 오만 경기도 결과적으로 어렵게 가다가 80분 정도 돼서야 손흥민 선수가 골 넣고 마지막에 또 골 넣어 이긴 거잖아요."

-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잖아요. 이게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당연히 좋지 않은 상황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실제로 팔레스타인 경기할 때 경기장에 간 분들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얼굴이 비치거나 이름이 소개될 때마다 굉장히 반대하고 야유하는 목소리를 많이 냈다고 해요. 그런 분위기가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지 선수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하지만 팬들이 이번에 선수들을 뭐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문제가 있으면 비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오만전 지켜보는 정몽규 축협 회장10일 오후(현지시간)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과 오만의 경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 축구협회에 대한 축구 팬들의 불신도 큽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문제가 있던 점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되겠죠. 아직 이게 일단락된 게 아니고 이번 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부르겠다는 거잖아요.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견된다면 그에 대해 책임 지는 식으로 되겠죠."

- 지금 대한축구협회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크게 보면 두 가지죠. 일단 무능력이 있고요. 그다음에 불공정이 있죠. 무능력은 어떤 일에 대한 판단과 그걸 풀어나가는 해결 능력이 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 승부 조작을 했던 사람들을 기습적으로 사면 결정한 게 무능력이겠죠. 또한 파리 올림픽 진출 실패, 클리스만 감독 선임, 이번에 홍명보 감독의 문제 등의 무능력이 있는 거고요. 그 과정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고 절차상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못해요. 요즘 얘기하는 정의로움과 공정함에 민감도가 너무 많이 떨어진다는 거죠."

- 홍명보 감독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갈 수 있을까요?
"그건 제가 지금 뭐라고 할 수 없죠. 그건 국회 청문회를 포함해 앞으로 몇 가지 과정을 통해 스스로 홍 감독이 판단하거나 그런 상황에 직면하겠죠."

- 3차전이 요르단전인데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세요.
"일단 다음 달에 요르단 원정, 그리고 이라크 홈 경기로 이어지죠. 이 두 경기는 사실상 우리가 속해 있는 조에서 선두 결정전이에요. 제일 센 팀이 우리나라와 요르단, 이라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선두 결정전 경기라고 봐야 될 것 같고요.

요르단은 우리가 지난 아시안컵에서 만나서 졌죠. 지금 FC서울에서 잘하고 있는 야잔 알아랍이라는 중앙 수비수도 있죠. 특히나 이 경기는 원정 경기라서 지금 축구협회도 전세기를 띄운다고 얘기하는 건데요. 요르단 원정은 여러 가지 점을 놓고 봤을 때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수도 있죠. 이라크 같은 경우도 워낙 피지컬이 좋고 서아시아 쪽에서는 손꼽히는 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겠죠."

- 우리나라가 중동 원정에 약하지 않나요?
"원정에서 강한 팀은 없고 다 약하죠. 특히 중동은 아무래도 시차, 이동 거리, 기후 환경 다 어색하니까 어렵다고 얘기하는 건데, 어디가 특별히 어렵다거나 쉽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거예요. 특히 원정 같은 경우는 그 자체로 다 준비를 잘해야 되겠죠."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