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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G 연속 결승타' 정수빈, 두산 4위 탈환 주역

[KBO리그] 16일 키움전 연장 10회 끝내기 희생플라이, 두산 4위 도약

등록|2024.09.17 09:16 수정|2024.09.17 09:17

▲ 서울 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르며 더운 날씨를 보인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우산이나 수건을 쓰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안방에서 연장 접전 끝에 키움에게 승리를 거두고 4위로 올라섰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16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때려내며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4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는 접전 끝에 귀중한 승리를 따낸 두산은 이날 KIA 타이거즈에게 5-11로 패한 kt 위즈를 5위로 끌어 내리며 4위 자리를 탈환했다(67승2무66패).

8명의 투수를 등판시킬 정도로 총력전을 펼친 두산은 연장 10회에 등판한 최종인이 1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3-4로 뒤진 연장 10회말 '캡틴' 양석환이 동점 솔로홈런을 터트렸고 가을에 유난히 강한 두산의 1번 타자가 더스틴 니퍼트의 은퇴식이 있던 14일 kt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결승타를 때려냈다.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기록한 정수빈이 그 주인공이다.

비슷해 보여도 차이가 큰 4위와 5위

두산과 kt는 정규리그를 각각 9경기와 8경기를 남겨둔 16일 현재 반 경기 차이로 4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KBO리그의 포스트시즌 규정을 보면 정규리그 4위와 5위 모두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한다. 하지만 역대 포스트시즌 기록을 보면 정규리그 4위와 5위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중위권 경쟁을 하는 팀이 5위가 아닌 4위를 차지하기 위해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KBO리그 역사에서 정규리그 4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4위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상위권 팀들을 꺾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사례는 총 6번이나 있었다. 특히 1996년의 현대 유니콘스는 신생팀이었음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 플레이오프에서 쌍방울 레이더스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최강' 해태 타이거즈를 상대했다.

두산 역시 '4위의 반란'에 꽤 익숙한 팀이다. 두산은 지난 2013년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 후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플레이오프에서 LG트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2021년에도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키움,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제압하고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아직 단 한 번도 '정규리그 5위의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5년 kt의 1군 합류와 함께 신설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총 9번의 시리즈가 열렸지만 정규리그 5위가 4위를 꺾고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안방 2연전에서 1승만 필요한 4위에 비해 원정에서 2승을 따내야 하는 5위에게 크게 불리한 시리즈다.

9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중에서 5위가 4위에게 1승이라도 따낸 시리즈는 단 2번에 불과했다. 2016년에는 KIA 타이거즈가 1차전에서 LG에게 4-2로 승리했지만 2차전에서는 0-1로 끝내기 패배를 당하면서 아쉽게 '언더독의 반란'에 실패했다. 2021년에는 키움이 안우진을 앞세운 1차전에서 두산에게 7-4로 승리했지만 2차전에서는 6명의 투수가 무려 20안타를 허용하면서 8-16으로 대패를 당했다.

2경기 연속 결승타로 4위 탈환 견인

입단 초기에는 '잠실 아이돌'로 불렸지만 정수빈도 어느덧 프로 16년차, 만 33세의 베테랑 선수가 됐다. 김경문 감독(한화 감독) 시절이던 2009년에 입단한 정수빈은 김진욱 감독, 송일수 감독,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감독),이승엽 감독까지 두산에서 5명의 감독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가을야구에서만 통산 80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큰 경기 경험은 현재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어떤 선수보다 풍부하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에 더욱 강한 정수빈은 '가을정수빈', '추수빈'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정수빈은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 .296 84안타4홈런34타점50득점1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797)의 성적을 자랑한다. 손가락 부상을 당했던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지명타자 출장을 강행해 14타수8안타(타율 .571)1홈런5타점6득점으로 맹활약한 끝에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2021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3타수6안타(타율 .462) 5안타로 시리즈 MVP에 선정되며 또 한 번 '가을 사나이'의 위용을 과시한 정수빈은 프로 15년 차가 된 지난해 생애 첫 도루왕(39개)에 등극했다. 정수빈은 올해도 두산의 붙박이 1번타자로 활약하면서 개막전부터 정규리그 9경기를 남겨둔 현재까지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고 128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강철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성적이 향상된 정수빈은 최근 2경기 연속으로 결승타를 기록하면서 두산의 연승을 이끌었다. 니퍼트의 은퇴 경기였던 14일 kt전에서 3회 고영표를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쳐 결승타를 기록한 정수빈은 16일 키움전에서도 연장 10회 1사 만루에서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이틀 연속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의 순위를 다시 4위로 끌어 올린 귀중한 2개의 결승타였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의 부상과 4, 5선발의 부진으로 현재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가 토종 에이스 곽빈과 새 외국인 투수 조던 발라조빅 정도 밖에 없다(그나마 발라조빅도 최근 3경기 연속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여기에 불펜 역시 과부하가 심하게 걸려 있다.

두산은 남은 9경기에서도 '총력전 모드'를 유지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가을에 유난히 강한 두산의 '돌격대장' 정수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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