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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가 묻습니다, 진짜 정의가 무엇이냐고

[리뷰] 영화 < 베테랑2 >

등록|2024.09.20 14:40 수정|2024.09.20 14:40
* 이 글은 해당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범죄가 발생하고, 이를 추적하는 경찰이 있다. 범죄자가 잡히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상식이다. 일반 시민들은 이를 재판하는 판사와 사법부를 믿고 신뢰하려 하지만, 종종 판결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형량이 약하다고 느낄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며, 사회적으로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간다.

피해자들은 평생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들의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범죄자들은 자신의 형량을 채우면 죗값을 다 치렀다고 생각한다. 이런 괴리는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두순의 출소다. 그의 출소 직후 집 앞에 몰려든 유튜버들과 취재진은 지금의 사회가 느끼는 불안과 분노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런 장면은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시리즈 <비질란테>, <노웨이아웃 더 룰렛>, 영화 <무도실무관>, 그리고 최근 개봉한 < 베테랑2 >에도 비슷한 장면이 묘사된다. 출소한 범죄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그들에 대한 응징을 선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감정] 서도철의 정의감

▲ 영화 <베테랑2> 장면 ⓒ CJ ENM


영화 '베테랑2' 속 서도철(황정민)은 사실 단순히 올바르기만 한 경찰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강력계 형사로서 수많은 범죄자와 맞섰고, 그 과정에서 다소 거친 언행을 보이기도 한다. 범죄자들에게 "잡히면 죽는다"는 협박이나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남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기 가족에게도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식의 말을 자주 한다. 이러한 발언들은 서도철의 내면에 깔린 세계관을 보여주지만, 그가 항상 법을 준수하며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관객들은 이러한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며 그가 과연 진정한 정의의 구현자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서도철의 정의는 단순한 폭력의 정당화가 아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범죄자를 체포하고 제압하는 과정에서 적당한 선을 유지하려 한다. 물론 분노에 휩싸여 때로는 과격한 행동을 취하지만, 그의 팀원들이 그를 제지하며 그가 극단적인 폭력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준다. 이는 서도철이 제도 내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그의 강한 언행 뒤에는 법과 질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숨어있다. 서도철은 자신의 감정에 휘말릴 때가 많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범죄자들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서도철의 정의는 때로는 삐딱하고 비뚤어져 보일 수 있다. 그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 폭력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모습은 오히려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서도철은 이상적인 정의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완전한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그의 거친 정의는 때로는 불안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려는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서도철은 결국 제도 내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물이기에, 그의 투박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그에게 감정이입 하게 된다.

[두 번째 감정] 해치의 정의

▲ 영화 <베테랑2> 장면 ⓒ CJ ENM


해치(정해인)는 서도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한다. 그는 경찰이지만, 자신만의 복수를 위해 공권력을 사용한다. 해치는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범죄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직접 처단한다. 해치가 처단하는 범죄자들은 대부분 범죄 수위에 비해 적은 형량을 받고 풀려난 자들이다. 해치는 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거라고 본다. 그래서 자신이 그들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치가 추구하는 정의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이런 모습은 서도철의 방식과 대조적이다. 해치는 자신이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스스로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복수를 실천하기에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다.

일부 관객들은 해치의 생각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치의 행동이 정당할까. 법적 테두리 밖에서 이뤄지는 그의 방식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해치가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과정에 일부 통쾌한 점이 있더라도 이를 정의 구현이라고 칭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해치의 정의는 법적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허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세 번째 감정] 관객들이 느끼는 정의

▲ 영화 <베테랑2> 장면 ⓒ CJ ENM


< 베테랑2 >는 관객들에게 두 가지 상반된 정의의 방식을 제시한다.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범죄자들을 처단하려는 인물인 서도철과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해치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관객에게 어떤 정의가 옳은지 되묻는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해치의 복수를 더 통쾌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해치가 연이어 범죄자를 처단하는 걸 보면, 그가 범죄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결국 < 베테랑2 >는 서도철의 정의가 옳다는 결론을 내린다. 서도철은 때로는 법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들을 처단하려고 노력한다. 해치가 기괴한 방식으로 범죄자들을 처단하면서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동안, 서도철은 그 시스템을 지키며 범죄자들과 맞서 싸운다. 영화는 사법 시스템 내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차별화된 메시지

류승완 감독의 < 베테랑2 >는 범죄자들에 대한 형량 문제와 출소 이후의 사회적 반응에 화두를 던진다. 1편에서 권력자와의 대결을 주제로 삼았던 것과는 다르게, 2편은 더욱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다룬다. 범죄자들의 처벌과 형량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정의의 형태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황정민은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거칠지만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그가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정의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정해인은 해치라는 인물을 통해 복수와 정의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을 날카롭게 연기한다. 두 배우의 연기력은 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고, 관객들이 이들의 정의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베테랑2>는 단순히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빌런을 점점 더 강력하게 그려내는 것과는 다르게, <베테랑> 시리즈는 보다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며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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