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추천 2인 위원으로만 운영 중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정상화가 또다시 요원해지고 있다. 방통위원 임명권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야당 추천 위원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주당은 방통위원 선임 작업을 무기한 중단했다. 국민의힘은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 심판 중인 상황에서 여야 위원이 2대 2로 '동수'가 되는 걸 탐탁지 않아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 심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국회추천공직자자격심사특별위원회(자격심사특위)를 통해 방통위원 지원자 11명에 대한 면접을 13일에 하려 했지만 이 일정도 연기했다. "추천된 위원에 대한 임명이 사실상 불투명하게 된 여건, 심사숙고해야 할 상황이 된 점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야당 추천 위원을 임명하지 않는 '리스크'가 불거진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방통위 야당 추천 몫으로 지명된 최민희 의원을 7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았고, 최 의원은 자진 사퇴했다. 최 의원 사퇴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임명 리스크'를 이유로 방통위원 추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위원 5인으로 구성돼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운영돼 왔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 YTN 매각 승인 등 주요 결정 사안을 의결할 때마다 '불법' 논란에 휘말렸다. 법원도 잇따른 판결문을 통해 '2인 체제' 의결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2인 체제에서 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킨 이진숙 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돼 직무 정지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국회 추천 위원 임명은 이진숙 위원장 탄핵 심판이 끝난 뒤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진숙 위원장이 직무 정지된 상태에서 국회 추천 위원이 임명되면, 위원회 구도는 여권 측 위원 2인(대통령 1인, 여당 1인), 야권 측 위원 2인으로 여야 동수가 된다. 이렇게 되면 여권 측 의도대로 방통위 의결을 할 수 없는 구도가 되는데 이런 상황이 탐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회 추천 위원의 임명을 약속하겠다던 최형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는 지난달 27일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방통위원장을 탄핵시켜 놓고서 7개월째, 8개월째 세월아 네월아 이렇게 두고 (민주당이) 내 몫만 챙기겠다(방통위원장 탄핵 중인 상황에서 국회 추천 위원만 임명), 그렇게 하면 방통위 5인 체제(대통령 추천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가 복원이 안된다. 5인 체제의 복원을 주장했다면 5인 체제를 한꺼번에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우리(민주당)가 추천할 테니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대통령 임명을 보장하라고 했고, 국민의힘 측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답해서 위원 추천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면서 "그런데 우리가 추천하겠다고 했더니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치 공작이라고 하고, 여당 간사도 '이진숙 탄핵 건이 처리되면 그때 5인으로 출발하자'고 입장을 바꿨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추천해 봐야 대통령이 또 임명을 안 할 게 뻔한 상황"이라며 "(야당 위원을 선정하고) 제2의 최민희를 만들어 전 국민 앞에서 망신당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와서 위원 선임 절차를 잠정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